2017.3.21. 화요일 사부 성 베네딕도(480-547) 별세 축일

창세12,1-4ㄱ 요한17,20-26



하느님의 벗이 되고 싶습니까?

-주님과의 우정友情을 날로 깊게 합시다-



어제 강론 제목은 ‘성인이 되고 싶습니까?’라는 다소 고무적이며 도발적 주제였습니다. 연민과 기도, 순종의 삶이 성인이 되는 지름길임을 성 요셉의 삶을 통해 나눴습니다. 오늘의 강론 제목 선정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원래 사순 제3주간 제1독서(다니3,25.34-43)와 복음(마태18,21-35)을 묵상하면서 순간 떠 오른 참 좋은 제목은 “하느님의 벗이 되고 싶습니까?”였습니다. 


이 또한 얼마나 고무적이고 행복하게 하는 제목인지요. 하느님의 벗, 그대로 자유롭고 행복한, 고결한 인품의 사람을 상징합니다. 주님과 함께 삶과 죽음을 넘어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하느님이 친구인데 무슨 두려움이 있겠습니까? 자비롭고 전능하신 하느님은 당신 친구들을 전폭적으로 도와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3월21일 오늘을 ‘사부 성 베네딕도 별세 축일로 지냅니다. 당연히 오늘의 독서와 복음도 바뀌었고 강론 제목도 바꿔야 하나 생각했습니다만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하느님의 벗이 되고 싶은 갈망이 컸고 그 방법을 형제자매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성무일도 독서 때 마다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은 다음 둘 입니다.


“너희는 너희 조상들이 하느님을 참으로 섬기는 것을 보여주려고 시련을 겪었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너희는 너희 조상인 아브라함이 유혹을 당하고 많은 환난을 통해 정화되어 하느님의 벗이 되었음을 기억하라. 마찬가지로 이사악과 야곱과 모세 그리고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던 모든 이들은 많은 곤란 가운데 하느님께 충실하였느니라.”(유딧8,21ㄴ-23;제4주간 월요일 아침기도 독서).


“나는 지혜를 욕심을 채우려고 배우지 않았다. 이제 그것을 아낌없이 남에게 주겠다. 나는 지혜가 주는 재물을 하나도 감추지 않는다. 지혜는 모든 사람에게 한량없는 보물이며 지혜를 얻은 사람들은 지혜의 가르침을 받은 덕택으로 천거를 받아 하느님의 벗이 된다.”(지혜7,13-14;교회학자 아침기도 독서).


원래 제목을 착안하게 했던 대목은 원래의 오늘 사순 제3주간 화요일 제1독서 다음 대목입니다.


당신의 벗 아브라함, 당신의 종 이사악, 당신의 거룩한 사람 이스라엘을 보시어 저희에게서 당신의 자비를 거두지 마소서.”(다니3,25)


참 아름답고 영예롭고 자랑스런 호칭이 하느님의 벗입니다. 하느님의 벗답게 살고 싶은 거룩한 욕망을 일깨우는 호칭입니다. 친구는 닮습니다. 날로 하느님과의 우정도 깊어지면서 하느님을 닮아갈 때 그 삶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하겠는지요. “하느님께 아뢰옵니다. ‘당신은 나의 주님, 당신만이 나의 행복이십니다.’”(시편16,2) 라는 시편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오늘 사부 베네딕도 별세 축일의 제1독서 창세기는 다행스럽게도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고 장도에 오르기 직전의 장면입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창세12,1ㄴ-2).


하느님의 벗은 바로 친교의 사람, 기도의 사람, 복덩어리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과의 친교와 기도를 통해 날로 깊어지는 주님과의 우정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벗인 아브라함에게 축복을 가득 주시어 당신이 보여 줄 땅으로 떠나 보내십니다. 끊임없는 떠남의 여정, 바로 하느님의 벗들의 삶의 여정이 그러했습니다. 영원한 도반이신 하느님과 함께 떠남의 여정에 충실했던 그들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기전 유언과도 같은 아름다운 고별사입니다. 믿는 이들이 모두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입니다. 주님과 일치의 삶을 촉구하고 몸소 일치의 모범을 보여줬던 예수님과 하느님의 벗들인 성인들의 삶이었습니다. 이어져 하나로 연결되면 살고, 끊어져 단절되면 죽습니다. 일치의 중심인 주님을 중심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전력 투구하신 예수님이요 하느님의 벗들인 성인들입니다.


떠남중의 떠남이 마지막 세상을 떠나 주님께 가는 죽음의 떠남입니다. 아름다운 고별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도 아름답고, 죽음과도 같은 떠남을 흔쾌히 순종하여 떠나는 아브라함의 모습도 참 장엄한 아름다움입니다.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 롯도 그와 함께 떠났다. 아브람이 떠날 때 그의 나이는 일흔 다섯이었다.”(창세12,4).


그 이후 아브라함의 삶의 여정은 그대로 계속되는 떠남의 여정이었습니다. 밖으로는 하느님 중심의 정주의 산같은 삶이었지만 안으로는 끊임없이 영원한 도반이신 하느님과 함께 끊임없이 맑게 흐르는 강같은 삶, 떠남의 여정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삶의 전형이 오늘 별세축일을 맞이하는 베네딕도 성인이십니다. 성인의 하느님을 찾는 삶도 참 파란만장한 떠남들로 점철된 삶이셨습니다. 고향 누르치아를 떠나 로마로, 로마를 떠나 수비아코로, 수비아코를 떠나 몬테카시노로, 그리고 마침내 몬테카시노 수도원을 떠나 죽음을 통해 하늘길 여정의 장도에 오른 베네딕도 성인입니다. 마지막 떠남의 선종 장면도 참 거룩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성인은 성당에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영하심으로써 당신의 임종을 준비하시고, 쇠약해진 몸을 제자들의 손에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기도를 하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두시었다.’(베전37장1ㄹ).


기도로 생애를 마감하는 베네딕도 성인입니다.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의 떠남보다 큰 축복은 없고 이웃에게 줄 수 있는 더 좋은 선물도 없습니다. 오늘 미사 입당송도 베네딕도의 삶을 요약합니다. 하느님의 얼을 지니고 하느님의 벗이 되어 하느님과 함께 살아 갈 때 저절로 아름답고 거룩한 이탈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사람, 베네딕도는 하느님의 얼을 지니셨기에 세상의 영화를 업신여기고 버렸도다.”


하느님의 벗이 되고 싶습니까? 주님과 함께 기도의 삶, 일치의 삶, 떠남의 삶에 충실하십시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벗으로 삼아 주시고 당신과의 우정을 날로 깊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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