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항해航海 여정 -참 좋으신 주님과 늘 함께 하는 우리들-2021.6.20.연중 제12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n 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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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20.연중 제12주일                                              욥기38,1.8-11 2코린5,14-17 마르4,35-41

 

 

 

인생 항해航海 여정

-참 좋으신 주님과 늘 함께 하는 우리들-

 

 

 

삶은 여정입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여정입니다. 모두가 여정중에 있는 개인이요 공동체입니다. 특히 믿는 이들에겐 그러합니다. 참 많이 사용했고 앞으로도 많이 사용해야 할 삶은 여정이란 말마디입니다. 또 한 번 상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인생 여정중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까?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로, 일년사계一年四季로 압축한다면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까? 이런 확인이 깊고 넓은 시야로 우리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환상이 말끔히 걷힌 투명한 본질적 삶을 살게 합니다. 

 

하루하루 하늘에 보물을 쌓는 보람있는 삶을 살게 합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을 자리는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하늘길이요 하늘문입니다. 오는 복음의 장면이 상징하는바 그대로 인생항해여정입니다. 한결같은 날씨의 항해 여정은 없습니다. 맑은 날씨만 있는 게 아니라 흐린 날씨도 있고 비바람 험한 날도 있습니다. 잔잔한 바다만 있는 게 아니라 폭풍우 험한 위태한 날도 있습니다. 

 

우리 남양주 불암산 기슭에 위치한 성 요셉수도공동체만 봐도 그러합니다. 1987년 개원후 34년 동안의 항해 여정 중 참 위기도 많았습니다. 화창한 봄날씨 같았던 날이 있었는가 하면 때로는 전복의 위기도 겪었고 험한 파고의 불안한 날도 있었습니다. 수도원만 그런게 아닙니다. 

 

세상을 보십시오. 항해 여정중 난파당하거나 조난 당하거나 위기중인 개인이나 공동체를 곳곳에서 목격하지 않습니까! 많은 개인이, 공동체들이, 나라들이 항해 여정중 위기중에 있음을 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끊임없이 위기를 겪지 않습니까? 참으로 개인이든 공동체든 기도와 회개가 절박한 시대입니다.

 

내외적 위기를 겪을 때 마다 “불암산이 떠나면 떠났지 난 안 떠난다” 다짐하며, 배수진을 치고 살았습니다. 정주의 표상인 수도원 배경의 늘 거기 그 자리의 불암산은 흡사 믿음의 닻과 같았습니다.

 

-“언제나 

거기 그 자리에 있어도

참眞 좋다善, 새롭다新. 아름답다美

당신이 바로 그렇다”-

 

어제 늘 거기 그 자리의 불암산을, 수도원 하늘길을, 수도원 성전을 보며 쓴 시입니다. 이들이 궁극으로 상징하는 바, 주님인 당신을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그동안 성철 스님의 좌우명 ‘종신불퇴’ 말마디를 제 좌우명으로 삼고 지냈습니다. 이런 공동체 항해 여정중 탄생한 제 자작 좌우명 고백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입니다. 하루하루 주님만 믿고, 주님께 희망을 걸고, 주님을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시는 나의 닻이다’라는 유명시인의 고백에 이어 ‘시는 나의 닻이자 돛이자 덫이다’라던 어느 시인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인생 항해 여정중 주님은 나의 닻이자 돛이자 덫임을 깨닫습니다. 제 매일 강론도 닻이자 돛이자 덫임을 깨닫습니다. 구체적으로 항해 여정중인 개인이나 공동체에게 주님은 믿음의 닻이자 희망의 돛이자 사랑의 덫임을 깨닫습니다.

 

첫째, 주님은 믿음의 닻입니다.

늘 거기 그 자리의 정주의 표상인 불암산이 상징하는 바 믿음의 닻입니다. 하느님 중심에 깊이 '믿음의 닻'을 내려야 표류나 방황이 없는 참된 정주의 삶입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합니다. 참으로 인생항해 여정은 그대로 믿음의 여정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탄 배가 상징하는 바, 예나 이제나 때로 항해 여정중 위기를 겪고 있는 교회공동체를 상징합니다. 

 

거센 돌풍에 혼비백산한 배안의 제자들은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신 예수님께 부르짖자 주님은 호수를 잠잠하게 하신후 이들을 향해 꾸짖습니다. 참으로 주님은 우리 믿음의 영원한 모델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께 믿음의 닻을 내리고 있기에 저리도 평화롭고 담담한 예수님이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그대로 인생 항해 여정중인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애당초 타고난 믿음은 없습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믿음을 배웠을 제자들임이 분명합니다. 위기시 주저함이 없이 주님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가 절대적입니다. 기도와 함께 가는 믿음의 여정입니다.

 

둘째, 주님은 희망의 돛입니다.

성령의 바람따라 목적지로 이끄는 희망의 돛입니다. 구체적으로 희망의 돛은 말씀이신 주님을 상징합니다. 말씀은 인간의 본질입니다. 허무도 무지도 탐욕도 아닌 말씀이, 사랑이 인간의 본질입니다. 말씀은 내 발에 등불, 내 길을 비추는 빛입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영이요 생명이요 빛입니다. 주님의 권능은 말씀으로 표현됩니다. 말씀을 통해 만나는 주님입니다. 우리의 희망을, 믿음을 북돋우는 말씀의 은총입니다. 한결같은 말씀 공부와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Quiet! Be still!)”

 

말씀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지니 그대로 권위있는 주님 말씀의 위력입니다. 이런 말씀에 희망을 걸 때 샘솟은 용기요 힘입니다. 시편 고백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주님은 나의 은신처, 내 방패이시니, 

당신의 말씀에 희망을 거나이다”(시편119,114)

 

“새벽부터 일어나서, 도우심을 빌며

당신의 말씀에 희망을 거나이다.”(시편119,147)

 

다음 화답송 시편이 그대로 이들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아니 인생 항해 여정중의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편입니다. 바로 이런 주님의 말씀에 희망을 거는 것입니다.

 

“곤경 속에서 부르짖자, 역경에서 그들을 빼내 주셨네. 광풍을 순풍으로 가라앉히시니, 거친 파도 잔잔해졌네. 바다가 잠잠해져 기뻐하는 그들을, 원하는 항구로 그분은 이끄셨네.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자애를, 사람들에게 베푸신 기적을.”(시편107,28-31)

 

시편말씀이 얼마나 좋습니까? 이런 시편 말씀을 내 기도로 바칠 때 말씀은 희망의 돛이 됩니다. 우리를 하느님 계신 본향집 항구의 목적지로 이끄실 것입니다.

 

셋째, 주님은 사랑의 덫입니다.

복된 행운의 덫입니다. 주님 사랑의 덫입니다. 주님 사랑의 덫에서 빠져 나갈 수 없는 우리들입니다. 말씀의 덫, 말씀의 수인囚人, 강론의 덫, 강론의 수인囚人이 상징하는 바 주님 사랑의 덫입니다. 이렇게 믿고 살아가는 제 삶입니다. 주님 사랑의 덫에 걸려 있기는 제1독서의 욥도, 제2독서의 바오로도, 복음의 제자들도 똑같습니다. 주님은 사랑이자 운명이 되어버린 이들입니다. 

 

사랑의 덫은 주님을 만나기에 복된 덫입니다. 역설적으로 참으로 자유롭게 하는 사랑의 덫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욥도, 제2독서의 바오로도, 복음의 제자들도 주님을 만납니다. 참으로 사랑할 때 주님을 만납니다. 사랑하는 만큼 알고 아는 만큼 보입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주님을 만날 수도 알 수도 없습니다. 오늘 욥은 고난의 항해 여정에 항구했던 바 마침내 주재자이신 하느님을 만납니다. 제1독서 욥기는 제38장의 일부이지만 참 장쾌한 내용 가득한 제38장입니다.

 

“지각없는 말로 내 뜻을 어둡게 하는 이자는 누구냐?

사내답게 네 허리를 동여매어라. 너에게 물을 터이니 대답하여라.”(욥38,2-3).

 

이어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땅의 주재자. 바다의 주재자, 빛과 어둠의 주재자. 기후의 주재자, 하늘의 주재자, 동물 세계의 주재자이신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기후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생태적 회개와 더불어 드넓은 내적 시야를 지니게 합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제자들은 주님 사랑의 덫에 충실했기에 이런 주님을 만난 것입니다. 그대로 하느님의 현현 예수님을 만난 것입니다. 제자들의 고백은 그대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우리 사랑의 덫의 주인공인 주님이십니다. 참으로 역설적으로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주님 사랑의 덫입니다. 참으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그리스도의 사랑의 수인囚人, 바오로 사도의 사랑과 믿음의 고백도 감동적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부터 아무도 속된 기준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속된 기준으로 이해하였을지라도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이해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행복하게 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의 만남만이 우리를 늘 좋고, 새롭고, 아름답게 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리스도 사랑의 덫이 우리를 행복하고 평화롭고 자유롭게 합니다.

 

인생 항해 여정중인 우리들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 우리 삶의, 우리 공동체의 중심에 만유의 주재자이신 주님이 계십니다. 주님은 믿음의 닻이자 희망의 돛이요 사랑의 덫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모두라는 고백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의 인생 항해 여정을 축복해 주시며 바오로의 참 좋은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게 하십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2코린5,17).

 

언제나 오늘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늘 우리를 참 좋고 새롭고 아름답게 하시는 참 좋은 당신, 그리스도의 은총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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