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8.4.수요일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1786-1859) 기념일 

민수13,1-2.25-14,1.26-30.34-35 마태15,21-28

 

 

 

주님의 전사戰士

-영적탄력靈的彈力과 믿음-

 

 

 

아침마다 가열차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들으니 안도현의 ‘사랑’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날마다 가열차게 하느님 사랑을 노래하는 주님의 전사인 우리 수도자를 상징하는 매미같습니다. 참 역설적인 존재가 인간입니다. 평화를 원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런저런 전쟁입니다. 아마 인류가 시작되면서 함께 한 전쟁같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엔 필히 싸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마 우리 한국 사회보다, 한국정치보다 역동적인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예측불허의 나라입니다. 총칼만 안들었지 참 치열한 영적전쟁터인 현실입니다.

 

지금 일본 도쿄에서는 올림픽 경기가 한창입니다. 공격성과 폭력성의 표출이 전쟁이요, 이에 대한 대리만족의 역할을 하는 것이 올림픽 경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흥미진진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갖가지 경기를 관전하면서 공격성, 폭력성, 잔인성을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삶은 영적전쟁입니다. 참 많이 반복하여 나눴던 주제입니다. 하루하루가 영적전쟁의 현실이요 우리는 주님의 전사가 됩니다. 믿음의 전사, 희망의 전사, 사랑의 전사, 평화의 전사 끝이 없습니다. 죽어야 끝나는 살아 있는 그날까지 싸워야 하는 은퇴가 없는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입니다. 우리는 올림픽 선수들로부터 참 영적전쟁에 도움이 되는 체험적 진리를 배웁니다. 어제 “어찌 해피엔딩만 있겠냐!”는 신문 칼럼(장대익)을 소개합니다.

 

-“화살 다 쐈다. 이제 더 이상 쏠 화살이 없다. 돌아가서 부족한 것 채우고 3년 뒤 파리 대회 위해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김우진 선수는 아예 인생의 화두를 쏴버린 것 같다. 이토록 멋진 말을 남긴 올림픽 선수가 또 있을까 싶다. 최선을 다한 결과의 말이리라. 2021년 도코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1점 차이로 석패한 김선수의 인터뷰 내용이 연일 화제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요, 뛰어난 과학저술가이기도 했던 리쳐드 파인먼은 노벨상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영예를 좋아하지 않는다. 과학적 발견에 대한 즐거움 자체가 이미 내가 받은 상이다.”

 

겨울이 없는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팀을 만들어 동계올릭픽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영화화한 <쿨러닝>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금메달은 멋지죠. 하지만 그것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있다 해도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올림픽에 관한 수많은 격언중 “올림픽은 4년마다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하는 것”이란 말도 있다. 매일매일이 영적전투의 현실이란 말이다. 테니스 메이저 3개 대회를 이미 우승했으나 이번 도쿄에서 빈손으로 마감한 노바크 조코비치의 말이다. “우수한 선수 100명은 체력에서 큰 차이가 없다. 중압감을 견디고 결정적인 순간에 놀라운 결과를 만드는 힘은 정신력에서 나온다. 이게 삶이다. 어떻게 해피엔딩만 있겠는가!”

 

삶은 영적전쟁입니다. 영적전쟁의 적나라한 요약이 올림픽 경기같습니다. 언젠가 한 자매님의 “내 남편은 전우입니다.”라는 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바로 부부애는 전우애로 직결됨을 봅니다. 우리 수도자들의 형제애가 전우애로 직결되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이런 영적전쟁중 주님의 전사로서의 모범이 오늘 축일을 지내는 ‘본당 사제들의 수호성인’인 성 요한 마리 비안네이고 복음의 가나안 여자요 민수기의 칼렙입니다. 

 

성 요한 마리 비안네의 인생이 참 경이롭습니다. 성인은 죽을 때까지 한해 평균 2만명, 10년 동안 자신을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에게 고해성사를 주기 위해 하루에 최소 16시간에서 최대 18시간까지 봉사해야 했습니다. 비안네는 하루 평균 두세시간의 수면밖에 취할 수 없었습니다. 1859년 8월4일 새벽 2시, 향년 73세에 요한 마리 비안네는 41년 5개월 동안 사목활동을 마치고 아르스 본당에서 선종합니다. 그 치열한 한결같은 극기와 절제의 영적전투의 삶중에도 73세 장수했으니 새삼 인명은 재천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가나안 여자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영적탄력의 믿음입니다. 영적탄력은 제가 수도생활 초기부터 자주 사용한 용어입니다. 탄력좋은 용수철을 상기하면 이해가 확연해 집니다. 누르면 즉시 튀어나오는 용수철처럼 주님의 전사들에게는 영적탄력의 믿음이 좋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육신의 탄력은 떨어지더라도 영적탄력이 떨어져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한결같이 끈질긴 기도와 믿음을 통해 드러나는 영적탄력입니다. 가나안 여자의 영적탄력이 놀랍습니다. 예수님의 냉정한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다시 탄력좋게 다시 도전하여 마침내 주님께 항복을 받아냅니다. 이처럼 주님께 대한 신뢰와 사랑이 절정 상태에 있던 가나안 여자였습니다. 참으로 겸손한 믿음, 인내의 믿음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감동적인 대목입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은 나았습니다. 주님을 감동시켰고 독자들인 우리를 감동케하는 가나안 여자의 믿음입니다. 탄력좋은 영혼의 승리, 정신력의 승리, 믿음의 승리, 겸손의 승리, 인내의 승리입니다. 정말 영적 올림픽의 금메달감입니다. 이 또한 우리에겐 부족한 믿음, 부족한 인내, 부족한 겸손을 각성케 하는 회개의 표징이 됩니다. 주님의 위대한 전사, 가나안 여자는 주님과의 영적전쟁에 이겼고 자기와의 영적전쟁에 이겼습니다. 말그대로 탄력좋은 믿음의 승리입니다. 

 

최대의 유일한 평생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는 ‘나’입니다.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가 진정 주님의 전사입니다. 한 두 번이 아니라 평생 매일 나와의 영적전투입니다. 가나안 여자와 쌍벽을 이루는 주님의 전사가 바로 민수기에 나오는 칼렙입니다. 가나안에 다녀온 정찰대의 보고가 둘로 나뉩니다. 주님의 참 전사, 칼렙만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낙관적 견해를 펼치며 백성들을 고무시킵니다.

 

“어서 올라가 그 땅을 차지합시다. 우리는 반드시 해낼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참 탄력 좋은 믿음의 반영입니다. 반면 그와 함께 다녀온 이들은 모두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견해를 펼칩니다.

 

“우리는 그 백성에게로 쳐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강합니다.”

 

그대로 믿음 부족을 반영합니다. 아무리 돈 많고 무기 좋아도 이렇게 영적탄력이 떨어져 있으면, 영적전의를 상실하면 싸워도 백전백패입니다. 가나안 여자와는 너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겁보들입니다. 이들에 대한 주님의 선고가 참 준열합니다.

 

“나 주님이 말한다. 여푼네의 아들 칼렙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만 빼고, 나를 거슬러 모여든 이 악한 공동체 전체는 이 광야에서 최후를 맞을 것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죽을 것이다.”

 

참으로 매일, 평생,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한결같이 봉헌하는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 은총이 우리 모두 영적탄력좋은 믿음의 전사로 살게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탄력 좋은 주님의 믿음의 전사, 승리의 전사가 되어 영적 전장戰場인 인생 광야를 잘 통과하게 해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1.08.04 09:09
    오늘 성 오한 비안네 사제 축일을 맞이하여 아침 성무일도 제2독서에서
    기도와 관련하여 천상의 빛같은 귀한 말씀은 들었습니다

    그간의 삶에 대한 경종으로 생각하며
    "기도와 사랑은 우리가 지상에서 누리는 행복" 임을 기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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