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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17.연중 제11주간 금요일                                                     2열왕11,1-4.9-18.20 마태6,19-23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

-땅에 보물을 쌓지 마시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5,8)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사람들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입니다. 사실 마음의 눈만 열리면 하늘에 보물을 쌓을 기회는 널려 있습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입니까? 땅에 보물을 쌓는 삶입니까? 참으로 엄중히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저에겐 20년 이상 치아를 관리해 주는 좋은 신자 치과 의사 형제가 있습니다. 1998년 치료받은 이후 지금까지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잘 받고 있습니다. 30대 중반의 나이였는데 이제 60대에 접어든 아주 한결같은 치과 의사 형제로 눈빛은 여전히 맑고 얼굴도 맑게 빛납니다. 감사한 마음에 써놨던 “어느 치과 의사 예찬”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친절하고 선량한 사람이다

 욕심없어

 마음 또한 맑고 깨끗하다

 최소한도의 의식주로 만족하는 이다

 식물성이라

 그 곁에선 품냄새가, 하늘 향기가 난다

 시詩를 좋아하는

 섬세한 감성을 지닌 이다

 부드러움 중에

 강인한 의지가 빛처럼 배어나오는 이다

 그의 일은 하나의 예술이다

 때로 쉬는 날 그는 진료 봉사를 한다

 쉴 틈이 별로 없는 그다

 몸으로 사는 게 아니라 정신으로 사는 이다

 평상심平常心의 도道를 살기에

 외로움도 그를 슬며시 비켜간다

 그러니

 그는 예술가이고 세속 안에 수도자이다

 내 좋아하는

 어느 치과의사이다”-2005.4

 

무려 17년 시가 말씀 묵상중 순간 떠올라 인용하니 참 신기합니다. 예나 이제나 참 한결같이 성실하고 순수한 믿음 깊은 치과의사 형제입니다. 치과 의사 중노동에 힘들거나 체력의 한계를 느끼지 않느냐는 말에 대한 답변도 잊지 못합니다.

 

“몸에 익숙해져서 그대로 행하는 데는 별로 문제가 없습니다.”

 

60대, 70대가 되어도 배밭일을 하는 신자 자매들 역시 평생 몸에 밴 일이기에 어려움없이 한다는 것입니다. 30대 중반의 자매들도 이젠 60대를 넘어섰습니다. 배밭일을 하러 아침 일찍 올 때도 묵주기도를 바치며 오는 자매들입니다. 제가 70대 중반에도 이렇게 한결같이 강론을 쓸 수 있는 것도 몸에 뱄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내가 강론을 썼고, 다음엔 강론이 강론을 썼고 이제는 은총이 강론을 씁니다. 이게 진솔한 제 고백입니다. 영성생활은 이처럼 좋은 습관임을 깨닫습니다.

 

말 그대로 치과 의사를 비롯해 한결같은 믿음의 자매들,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을 사는 이들입니다. 땅의 현실에 살되 마음은 하늘에 두고 사는 분들입니다. 그러기에 눈빛 또한 여전히 맑고 밝습니다. 진짜 힘인 내적 힘도, 영적 힘도 이런 하늘에 보물에 쌓는 삶에서 나옵니다. 이런 이들에게서는 풀냄새가 하늘 향기가 납니다. 비온후라 흙냄새와 풀냄새가 어울려 공기가 향그롭습니다. ‘풀냄새’ 하니 산책 때 자주 부르는 “푸른 잔디”라는 아름다운 동요가 생각납니다. 

 

“풀냄새 피어나는 잔디에 누워 새파란 하늘가 흰구름 보면

 가슴이 저절로 부풀어 올라 즐거워 즐거워 노래 불러요.

 

 우리들 노래소리 하늘에 퍼져 흰구름 두둥실 흘러가면은

 모두가 일어나 손을 흔들며 즐거워 즐거워 노래 불러요.”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을 살 때 저절로 부르게 되는, 또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을 부추기는 동요입니다. 오늘 복음은 짧지만 아주 강력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줍니다. 오늘 이 복음을 깊이 마음에 새기고 묵상하시며 사시기 바랍니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간다.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거기에서는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도 못하며 훔쳐가지도 못한다.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

 

예수님의 전생애가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이었습니다. 성서와 교회의 무수한 성인성녀들 역시 주님을 따라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을 살았습니다. 참 기쁨과 행복도 하늘에 보물을 쌓을 때 선물처럼 주어집니다. 하늘 은행에 선행善行을 차곡차곡 저축해 놓는 참 지혜롭고 착한 분들입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 이타적 사랑과 봉사, 봉헌으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성인같은 분들이 많습니다. 

 

각자 삶의 자리에 지극히 충실하면서도 수도원을 물심 양면 돕는 분들 역시 하늘에 보물을 쌓는 분들입니다. 혼탁한 와중에도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은 묵묵히 소리없이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하늘에 보물을 쌓는 분들 덕택德澤입니다. 

 

우리 보물이 있는 곳에 우리 마음도 있습니다. 하늘 보물 있는 곳에 마음도 있습니다. 눈은 마음의 거울입니다. 마음이 맑으면 눈도 맑습니다. 그러니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이들과 땅에 보물을 쌓는 이들의 눈빛이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눈빛은 마음의 반영이요, 눈빛을 보면 어디에 보물을 쌓는지 당장 드러납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이들은 성형 수술이 필요없습니다. 전혀 외모에 신경 안써도 됩니다. 내면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은 밖으로 인품의 향기처럼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눈에 앞서 마음 관리가 우선입니다.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죄가 없어 마음의 순수가 아니라 끊임없는 무사한 사랑, 아가페 사랑의 실천과 함께 가는 마음의 순수요 맑은 눈빛입니다.

 

눈은 몸의 등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우리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짙겠습니까! 이런저런 영육의 병도 줄을 이을 것입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이들의 육신은 저절로 영혼을 따르고, 땅에 보물을 쌓는 이들의 영혼은 저절로 육신을 따르게 되니 빛과 어둠의 삶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오늘 제1독서 열왕기 하권을 읽으며 사필귀정의 하느님 섭리를 봅니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의 진리를 배웁니다. 악명 높은 아합왕과 이제벨에 이어 여호람과 아탈야의 경우가 흡사합니다. 아합왕의 딸인 아탈야의 폭정이 극에 달했고 마침내 여호사다 사제의 등장으로 아탈야는 죽음을 당했고 여호아다 사제의 개혁이 시작됩니다. 

 

무죄한 나봇을 살해 한 죄는 마침내 아합으로부터 시작되어 아탈야의 죽음으로 완전히 비극적 결과로 끝납니다. 모두가 하늘을 잊고 탐욕에 눈이 멀어 땅에 보물을 쌓은 자업자득의 결과요 하느님의 심판입니다. 

 

여호야다 사제의 개혁이 참 신속합니다. 백성들이 하늘에 보물을 쌓을 수 있도록 질서를 바로 세우며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시킵니다. 땅에 보물을 쌓는 삶을 상징하는 바알의 제단들과 상들을 산산조각으로 부수고 바알의 사제 마탄을 제단 앞에서 죽이고 주님의 집에 감독을 세웁니다. 

 

이제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으로 시스템을 완전히 정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온 나라 백성이 기뻐하였고 도성은 평온해졌다 합니다. 참 기쁨과 평화는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에서 가능함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사람들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온맘과 온몸이 환한 사람들입니다. 오늘의 알렐루야 복음 환호송이 복음을 요약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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