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금요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민수6,22-27 갈라4,4-7 루카2,16-21

 

 

 

축복의 선물

-만복의 근원이신 주님-

 

 

 

어제 저녁 성무일도시 한해를 마감하며 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강론중 마지막 결론같은 기도문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주님, 당신의 자비가 늘 우리와 함께 있으소서, 우리는 당신께 희망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2021년 새해 첫날 참 감회가 깊습니다. 신축년辛丑年으로 소띠 해라니 반갑습니다. 제가 소띠거든요. 저뿐 아니라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씨 성 둘이 뭔지 아십니까? 아무리 보고 생각해도 참 한결같고 믿음직스럽고 푸근하고 따뜻하고 넉넉한 느낌의 소와 소나무입니다. 

 

삶의 좌표로 삼고 싶은 참 호감이 가는 동식물動植物 소와 소나무입니다. 소와 관련된 우보천리牛步千里와 호시우행虎視牛行 또한 제가 좋아하는 사자성어입니다. 정말 하루하루 한결같이 주님과 함께 우보천리의 자세로, 늘 깨어 있는 시선視線으로 뚜벅뚜벅 호시우행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고 싶습니다.

 

2021년1월1일 오늘은 성탄 8부내 맞이하는 새해 첫날이자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고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주님 성탄의 축복이 2020년을 치유하고 2021년을 평화와 희망으로 가득 채우는 느낌입니다.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께서 2021년 새해 첫날 축복의 문을 활짝 열어 주셨습니다. 새벽 성무일도시 축복의 하루를 연 아름다운 초대송 후렴과 찬미가 두 연을 나누고 싶습니다.

 

“동정이신 마리아를 공경하며 그의 아들 주 그리스도께 조배드리세.”

 

“빛살을 지어내신 빛의 창조주 구유도 마다않고 누워계시며

일찍이 성부함께 하늘내신분 아기로 모친품에 안기셨도다.

 

이제야 빛과구원 탄생하시니 어둔밤 사라지고 죽음없도다

마리아 낳은아기 하느님일세 오너라 만민들아 그를믿어라.”

 

이 찬미가 또한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의 참 좋은 축복의 선물입니다. 눈만 열리면 주님 축복의 선물 가득한 세상임을, 우리 존재 자체도 욕망덩어리가 아닌 축복덩어리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태어났다는 자체가 축복입니다. 하느님께서 참 좋아하시는 일이 우리를 축복하시는 일입니다. 저 또한 좋아하는 일이 강복을 주는 일입니다. 요즘은 아름다운 일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진과 더불어 전송하는 축복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인(성녀), 형제님(자매님)! 일출의 축복선물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저는 주저함 없이 성인, 또는 성녀라 호칭하며 축복선물을 드리는 기분으로 아름다운 사진을 전송합니다. 고백성사후 또는 갑작스럽게 만난 반가운 분을 대하면 줄 수 있는 선물이 강복뿐이 없어 주님 축복을 선물합니다. 햇빛 가득 내리 쬐는 날 주차장에서 자동차 축복후 형제에게 강복을 줄 때 한 말이 생각납니다.

 

“저와 함께 주님도 당신 햇빛으로 동시에 강복하셨습니다!”

 

해마다 불렀던 오늘 대축일 미사 화답송 후렴을 노래하지 못해 참 아쉽습니다.

“하느님 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옵소서.”

가사에 곡을 붙여 흥겹게 노래하는 기쁨을 코로나19로인해 올해 처음으로 누리지 못합니다. 이 화답송 후렴을 하루 노래 기도로 바치며 지낼 작정입니다.

 

참으로 깊이 들여다 보면 삶은 모두가 주님 축복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만복의 근원이신 주님이십니다. 늘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이시니 우리는 저절로 복된 존재일 수 뿐이 없습니다. 오늘 말씀을 중심으로 세가지 축복을 나눕니다.

 

첫째, 가난의 축복입니다.

주님은 가난한 자를, 마음이 가난한 자를 사랑하십니다. 성서의 가난한 자들인 아나뷤들이 그 좋은 증거입니다. 참으로 하느님께 온전히 신뢰와 희망을 둔 이들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있습니까? 역설적으로 이런 가난한 자가 내적부자요 행복하고 자유로운 자들임을 깨닫습니다.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필요에 만족하는 가난한 자가 실상 부자입니다. 하늘나라 보물을 지녔기에 이처럼 품위있는 가난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목자들이 마리아 성모님이 이런 축복받은 아나뷤의 후예들입니다.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예수 아기를 찾아 뵈오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없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중 탄생하신 주님을 만난 축복을 누린 이들은 가난한 목자들뿐이었습니다.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니 찬양의 축복, 찬미의 축복을 누리는 목자들입니다. 가난으로 텅 비워진 자리에서 샘솟는 찬양과 찬미의 축복입니다.

 

둘째, 하느님의 자녀됨의 축복입니다.

무엇보다 큰 최고의 축복이 하느님의 자녀됨의 축복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의 죄로 손상된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어 때가 차자 아드님을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율법아래 있는 우리를 속량하시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주님은 바오로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말씀하십니다.

 

“진정 여러분은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하고 외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 그리고 자녀라면 하느님께서 세워주신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얼마나 고무적인 말씀입니까?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하느님 자녀됨의 축복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새삼 ‘주님의 기도’를 바칠 수 있음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습니다. 참으로 하늘 나라의 상속자라니 축복에 축복을 더한 느낌입니다. 참으로 자녀됨의 축복에 응답하여 하느님의 자녀답게, 고귀한 품위의 삶을 사는 일이 얼마나 우리에게 본질적인 일인지 깨닫습니다. 

 

셋째, 관상의 축복입니다.

관상의 기쁨, 관상의 행복, 관상의 아름다움입니다. 본래 인간의 모습이, 회복해야할 관상의 축복입니다. 바로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체험한 가난한 목자들이 관상 축복의 모범입니다. 목자들의 관상체험을 들은 모든 이들이 놀라워할 때 이에 대한 마리아의 반응에서 관상가의 진면목이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목자들로부터 듣고 본 관상적 체험을 깊이하는 마리아는 과연 렉시오 디비나, 성독의 모범이자 관상의 모범입니다. 마침내 아기가 잉태되기 전에 천사가 일러준 예수 이름으로 명명하니 얼마나 깊이 하느님과 통교한 신비가, 관상가 부부인지 잘 드러납니다. 참으로 오늘날의 불행이자 비극은 이런 신비감각을 관상의 깊이를 상실하여 본능의 욕망이 주류를 이룬 천박한 삶으로 전락했다는 것입니다. 

 

새삼 무슨 축복이겠는지요! 받은 축복만으로 넘칩니다. 축복 또한 발견입니다. 살아있다는 자체가 축복입니다. 고해인생이 아니라 축복인생입니다. 살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입니다. 코로나19가 궁극의 대답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복의 선물이 궁극의 답입니다. 다시 나누고 싶은 축복기도입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뻐합니다

차고 넘치는 축복이옵니다

이 축복으로 살아갑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 축복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축복의 하늘나라 천국이옵니다.”-

 

축복의 하느님이십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죄짓는 일이라면 하느님 하시는 일은 죄를 용서하시는 일과 축복을 주시는 일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중 당신 사제를 통해 우리 모두를 축복하십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2021년 새해 주님께서 내려 주시는 한량없는 축복으로 힘들고 어려움중에도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세상 시련과 고통중에도 영육이 다치거나 병들지 않고 온전히, 건강히, 고히 지켜주는 하느님 축복의 힘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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