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23.수요일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155/156) 기념일 

야고4,13-17 마르9,38-40

 

 

하느님 중심의 삶

-관대, 평화, 겸손, 지혜-

 

 

오늘은 2세기 중엽에 순교한 사도교부 성 폴리카르포 주교 기념일입니다. 성 포리카르포는 성 사도 요한의 제자이고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는 그의 선배가 되며 나중에 리옹의 주교가 된 성 이레네우스는 그의 제자가 됩니다. 참으로 당대 쟁쟁한 스승과 선배 그리고 제자를 둔 사도교부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였습니다. 

 

성인이 얼마나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했는지는 171년 이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폴리카르포 순교록”에 잘 소개되고 있습니다. 당신 총독은 예수 그리스도를 저주하고 신성한 황제를 경배하면 살려주겠다고 회유했지만 성인은 “내가 86세가 되도록 섬겨온 그분은 나의 왕이며 구세주이시고 또 나를 조금도 해치지 않은 분이신데 어떻게 배반할 수 있겠는가!”하며 단호히 거부합니다. 

 

화형에 처하게 되었을 때 뜨거운 불에 요동칠가봐 십자가에 못박으려는 병사들에게 “염려말게, 이 불을 견딜 힘을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못박지 않아도 장작불 속에서 버티어 낼 힘을 나에게 주실 것이네.” 라고 안심시킨후 당당히 순교합니다. 얼마나 하느님 중심의 돈독한 신앙인지 감동스럽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하고 항구할 때 이런 순교요 또 마음의 관대함과 겸손함입니다. 어제 재미있게 읽은 “노년을 위한 십계명”에서 넉넉하고 자유로운 관대한 삶을 대하는 듯 반가웠습니다. “품위있는 삶을 위한 십계명”으로 바꿔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일일이 다 알려고 하지 마라.

이:이것저것 따지고 간섭하지 마라.

삼: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지내라.

사:사생결단 하지 마라.

오:오기부리지 마라.

육:육신을 움직여라.

칠:칠십 퍼센트로 만족하라.

팔:팔자려니 생각하라.

구:구질구질한 것들을 버려라.

십:십분의 일은 나누어라.

 

참 기발한 내용들이며 공감이 갑니다. 정말 이렇게 산다면 관대하고 자유로운 삶이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우리는 참으로 넉넉하고 관대한 아량의 주님을 만납니다. 예수님은 옹졸하고 편협한 시기심을 지닌 요한 제자를 극구 만류하십니다. 사실 그 누구도 스승인 예수님이나 하느님의 권능을 독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속한 주님이 아니라 주님께 속한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제자 요한과 스승 예수님과의 대화 장면이 너무 생생합니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일을 못하게 막아 보려고 했습니다.”

 

참으로 너그러우시고 자비로우신 주님을 잘 알았다면 이렇게 편협한 시기하는 마음을 지니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승 예수님을 통해 관대한 마음의 하느님의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흡사 민수기에 나오는 모세의 시종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스승 모세의 대화(민수11,26-30)가 연상됩니다. 진영에 남아있던 엘닷과 메닷에 주님의 영이 내리는 것을 말려야 한다는 여호수아의 제안을 거부하는 관대한 모세의 답입니다. 바다같이 넓고 깊은 포용심을 지닌 모세요 오늘 복음의 예수님입니다.

 

“저의 주인이신 모세님, 그들을 말리셔야합니다.”

“너는 나를 생각하여 시기하는 것이냐? 차라리 주님의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의 영을 내려 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하느님같은 마음입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하고 항구할 때 이런 넉넉하고 자비로운 관대한 마음이 될 것입니다. 

 

얼마전 읽은 노아우구스티노 선배 수도사제의 거룩한 죽음에 대한 글을 읽고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할 때 겸손한 삶이요 아름답고 거룩한 선종의 죽음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언젠가 갑작스런 선종의 죽음이 아니라 겸손한 삶의 요약이 아름답고 거룩한 겸손한 선종의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산대로 죽는다는 진리를 배웁니다. 평소 한결같이 겸손한 삶을 사셨던 노선배 사제였습니다.

 

‘그분은 참으로 모범적인 수도자로 그리고 사제로 사셔서 우리 모든 후배들의 귀감이 되셨으며 거룩한 임종의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하늘나라로 떠나시는 날에도 주일 미사를 휠체어에 앉아서 함께 하셔서 제가 성혈을 드리니까 성체를 찍어서 드셨습니다. 저녁기도와 성체강복도 함께 하시고 저녁식사도 죽을 조금 드신 후에 조용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평소에 항상 묵주기도를 하신 신부님이셨기에 성모님께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노사제의 하루 임종날의 전모를 목격한 사제의 증언입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선종의 죽음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야고보서의 주제가 겸손입니다. 자만하지 않는 제 분수를 아는 참된 겸손은 하느님 중심의 삶에서 오는 선물입니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은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마음에 와닿습니다.

 

“여러분은 내일 일은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연기일 따름입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허세를 부리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무지의 허세요 자랑이자 교만입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삶을 회복하여 겸손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라는 야고보 사도의 충고입니다. 하루도 일주일도 한달도 일년도 금방입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참 덧없이 짧고 위태한 연기와 안개같고, 아침이슬같은 인생입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삶에서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아는 겸손과 지혜를 지닐 때 하루하루 선물의 삶에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기뻐할 것입니다. 정성을 다해 하루하루 날마다 봉헌하는 미사보다 더 좋은 죽음 준비도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관대하고 평화로우며 겸손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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