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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연중 제30주일                                                                                                    예레31,7-9 히브5,1-6 마르10,46ㄴ-52


                                                                                     주님과의 운명적 만남

                                                                                      -찾음, 만남, 따름-


“주님은 내 운명이요 사랑이다.”

몇 년전 성목요일 고백처럼 떠오른 말마디가 문득 생각이 납니다. 피정온 분들과의 대담 중 ‘주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물으면 다들 입을 닫습니다. 새삼 주님과의 만남이 놀라운 기적이요 선물임을 자각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하늘,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수 있는데 주님으로 인해 이런 만남을 갖게 되었음에 모두 놀라곤 합니다. 오늘 복음의 눈먼 거지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와 주님과의 만남이 상징하는바 참 깊습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의 순례 여정을 상징합니다. 세 단계에 걸친 과정이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됩니다.


첫째, 주님을 찾는 것입니다.

길가에 앉아있는 걸인 바르티매오가 상징하는바 길 잃은 사람들입니다. 삶의 목표도, 방향도, 중심도, 의미도 없습니다. 참 불행한 사람들입니다. 참으로 매일이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반복의, 희망없는 삶입니다. 아, 이렇게 살다가 인생을 마칠 수도 있고 또 사실 이런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르티매오는 주님을 찾았습니다. 주님을 찾는 갈망이 있었기에 깨어 있었고 길가에 앉아 길이신 주님을 기다렸음이 분명합니다. 기다림이 있어 사람입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믿는 이들입니다. 주님을 찾는 갈망이 있어 깨어 기다리다가 주님을 만납니다. 


둘째,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길가에서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던 바르티매오는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라는 소리를 듣자 지체없이 외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미사가 시작되자 마자 세 차례에 걸쳐 바쳤던 자비송입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영혼 깊이에서 터져나온 간절한 기도입니다. 바로 이런 기도가 믿음의 표현입니다. 믿음은 개방입니다. 가난한 자의 활짝 열린 마음입니다. 마음 활짝 열어 하느님의 자비를 담는 믿음입니다. 살기위해 기도입니다. 많은 이가 그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지만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잃을 바르티매오가 아닙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다시 거푸 간절히 기도하는 바르티매오입니다. 구도자의 열정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주님을 찾는 간절한 열망, 바로 이것이 성소입니다. 간절히 부를 때 주님은 응답하십니다. 만일 바르테매오가 주님의 도움을 청하지 않았더라면 주님은 그냥 지나쳤을 것입니다.


간절히 찾고 부를 때 주님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응답하십니다. 부르고 싶어도, 기도하고 싶어도, 그럴 대상이 없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절망적일 까요. 영세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니 ‘부를 주님이 있어서 살 것 같다’는 어느 자매의 경우도 생각이 납니다. 마침내 부를 이름을, 주님을 발견한 바르티매오의 기쁨은 그대로 구원의 기쁨이었을 것입니다.


마침내 예수님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불러오너라.” 명령하십니다. 예수님은 누구이십니까? 자비롭고 너그러운 하느님 아버지를 닮은 분이 아닙니까? 아, 오늘 복음은 주님을 찾는 우리 삶의 압축이며, 미사장면 같습니다. 히브리서가 묘사하는 대사제 예수님의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그는 자기도 약점을 짊어지고 있으므로, 무지하여 길을 벗어난 이들을 너그러이 대할 수 있습니다. 이 영예는 하느님에게서 부르심을 받아 얻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도 대사제가 되는 영광을 스스로 차지하신 것이 아니라, 그분께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 하고 말씀하신 분께서 그렇게 해주신 것입니다.’


이런 자의식이 있었기에 예수님은 가난한 형제들의 부름에 민감했습니다. 바로 이런 대사제 예수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를 친히 주례하시며 우리를 만나 치유의 구원을 베풀어 주십니다. 아버지께 받은 자비의 은혜를 아낌없이 베풀어 주십니다.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 예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네.”


바르티매오만 아니라 여전히 우리를 부르시는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일어나는 것입니다. 좌절과 체념의 앉은 자세에서 일어서는 것입니다. 일어나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바르티매오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갑니다. 극적인 장면입니다. 


숙명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요,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순간이요, 과거와의 결별을 뜻하는 순간입니다. 숙명과 죽음, 과거를 상징하는 겉옷을 벗어던지니 완전히 자유로운 새사람으로 부활한 바르티매오입니다. 날마다 이렇게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엑소도스, 탈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평생을 살아도 주님을 만나지 못해 숙명의 사슬에 매어, 과거에 사로잡혀, 죽음과도 같은 걸인의 삶을 사는 이들도 참 많을 것입니다. 주님과의 주고 받는 문답이 흡사 고승을 찾은 구도자와의 선문답禪問答 같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주님의 단도직입적 물음입니다. 바르티매오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물음입니다. 평생 화두로 삼아야 할 주님의 물음입니다. 여러분이라면 과연 뭐라 대답하겠습니까? 간절할 때 대답 역시 간명단순합니다. 복잡하지도 않고 군더더기도 없습니다.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영원한 비전이자 꿈이요 희망이신 주님을 만남으로 구원받은 바르티매오입니다. 주님을 보라 있는 눈입니다. 주님을 보지 못해 눈뜬 맹인들도 참 많은 시대입니다. 아무리 모두를 잘 봐도 영안이 눈멀어 주님을 보지 못하는 자는 눈 먼 걸인일 뿐입니다. 


눈이 열려 삶의 목표이자 방향이요 삶의 중심이자 의미인 주님을 만남으로 운명이 바뀐 바르티매오입니다. 참 부자, 참 자유인, 참 현자가 된 바르티매오입니다. 주님을 만나지 못하면 영원한 눈 먼 걸인, 부자유인, 무지의 어리석은 사람일뿐입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은 바르티매오는 물론 우리 모두의 주님을 만난 기쁨의 표현입니다.


“주께서 과연 우리에게 큰 일을 하셨기에 우리는 못견디게 기뻐했나이다.”


셋째,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버리고 떠남이 아니라 버리고 주님을 따라 나서는 것입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주님을 따르는 평생 여정의 길에 오르는 것입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십자가를 지고 영원한 도반道伴이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다시 보게 된 바르티매오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섭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영원한 도반이신 예수님과의 우정이, 자유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침내 예레미야 예언의 성취입니다.


“내가 눈먼이와 다리저는 이를 위로하며 이끌어 주리라. 물이 있는 시냇가를 걷게 하고, 넘어지지 않도록 곧은 길을 걷게 하리라.”


바르티매오뿐 아니라 미사에 참석하여 주님을 만나 눈이 열린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은 그대로 미사의 축소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만나 눈이 열린 우리 모두를 당신 성령으로 충만케 하시어 당신을 항구히 따르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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