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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30. 부활 제4주간 목요일(인보성체수도회 피정지도 10일째)

                                                                                                                                                                     사도13,13-25 요한13,16-20


                                                                                                          그리스도의 참 제자

                                                                                                   -환대와 섬김, 겸손의 사람-


여러분의 자랑스런 창립자 윤을수 성인 신부님의 영성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인보성체(隣保聖體)수도회'란 호칭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영성이 스며있는, 더 깊이 들어가면 동학(東學)의 사람이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영성이 스며있는 '인보성체수도회'란 고귀한 호칭입니다. 


또 저는 10일간의 피정지도기간동안 이런 인보성체 영성이 깊이 배어있는 수도원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신부님의 유언과도 같은 1965년 성목요일 미사강론중, 신부님의 속내가 잘 들어나는 감동적인 부분을 길다싶지만 그대로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아직 이 수도원이 창설되기전, 다른 수녀님들이 여기 와서 나를 도와서 일하실 그 때의 일이다. 바로 이 마당을 앞질러서 몇 명의 여자가 지나는 것을 보고 소위 수녀라는 이가 하는 말이 "저런 사람이 어떻게 이런 데를 들어왔느냐?"고 하지 않겠는가. 이를 테면 이 경내를 흔히 말하는 거룩한 경내를 들어 왔느냐 일 것이다. 저 창녀들이 어떻게 이 수도원에 들어오게 되었느냐. 아마 구경하러 들어 왔겠지. 그러나 사실인즉 그것은 너희들이 전혀 모르는 내 사업의 한 부분이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수녀들을 똑바로 쳐다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수녀님, 당신은 수녀인지는 모르지만 그리스도의 제자는 아닙니다."라고. 나나 너희들이나 세상에서 천히 보고, 세상에서 침뱉으려고 하는 그런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면 우리 목에 있는 십자가를 떼어 버려야 옳을 것이다.-


-여기는 창녀가 못들어오는 데도 아니요, 죄수가 못들어오는 데도 아니다. 나는 이 집안을 그런 장소로 만들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그 누구를 만날적 마다 여기서는 그를 천히 볼수 없음을 생각하라. 그러기에 심지어는 우리와 같이 사는 직원들도, 너희들의 원장이든, 총장이든, 너희들의 어른 누군지도 모르고 살게 되는 만큼 이것이 우리의 생활 모습이 되어야 한다. 너희들은 원장이나 총장이라 해서 다른 데서처럼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절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너희들은 다 같으므로 서로 언니라 부르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느 누가 되었든 간에 그를 존경한다는 정신이다. 여기에 인보정신의 지름길이 있다. 이 점을 깊이 새겨 두기 바란다.-


-교황을 라틴말로 '천주의 종들의 종(servus servorum Dei)'이라 부른다. 그러나 역대 교황이나 오늘날의 교황도 종이 아니라 이 세상의 임금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주신 권리가 이것이었던가? 나는 지금도 너희들을 '수녀'란 말을 쓰지만 과연 너희들은 그런 호칭을 듣기에 부끄럽지 않은 이들인가. 나는 오늘날까지 사람들로부터 '신부'라고 불려왔는데 이런 호칭을 들을 때마다 존경의 말이 아니고 모욕의 인사로 들린다.-


-너희들이 수도복을 입었다고 해서 그것으로써 그리스도의 참 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너희에게 커다란 십자가를 채워주고 싶지가 않다. 왜? 십자가는 몸에 달고 다니는 장식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고통의 상징이다. 더 나아가서 십자가는 열번, 스무 번, 백번, 천번의 용서를 할 수 있다는 증표가 아니냐-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대로 악전고투하며 산다고 하지만 나는 악전고투하며 산 사람도 아니고, 슬프고 괴롭게 산 사람도 아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은 참으로 비참한 처지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러나 오늘날 이 마당에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요, 나는 언제나 행복하게 살아왔고, 또 행복하게 죽을 것이다.-


진정성 가득담긴 강론을 읽으면서 고통중에도 참으로 행복하게 사셨던, 사랑과 겸손이 가득한 그리스도의 참제자 신부님의 육성을 듣는 듯했습니다. 바로 성전 오른 편에 수도회 14차 총회중 결렸던 현수막의 성구가 그대로 신부님이 평생 흠모했던 주님의 영성을 요약합니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22,27).


평생 주님을 닮아 불쌍한 사람들 가운데에서 섬기는 사람으로 사셨던 윤을수 라우렌시오 성인 신부님이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영성이 있다면 '종(servant)과 섬김(service)'의 영성이 있을뿐이요 리더십이 있다면 '섬김의 리더십'만이 있을 뿐입니다. 하여 여기 수도회 최고 장상의 호칭도 총장에서 총봉자로 바뀐 것입니다. 어제 주 엘리사벳 본원장 수녀님과 면담성사 중 한 마디도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저는 수도공동체의 머슴 같아요.“


섬기는 사람이 바로 머슴입니다. 저희 요셉수도원의 빠코미오 원장수사도 제가 보기에는 수도공동체의 상머슴이자 심부름꾼입니다. 섬김의 영성은 바로 심부름꾼 영성이요 섬김의 리더십은 심부름꾼의 리더십임을 깨닫습니다. 공동체에서 최고의 심부름꾼이 바로 장상인 것입니다. '천주의 종들의 종'이라는 교황의 호칭에 비교될 수 있는 수도회 장상직입니다.


사실 구약에서부터 신약에, 오늘에 이르기 까지 하느님은 이런 심부름꾼을 당신의 사람으로 부르십니다. 1독서 사도행전의 바오로의 회당 설교에 나오는 하느님 자체가 최고의 부지런하신 최고의 심부름꾼이요, 사무엘 예언자와 판관들, 사울, 다윗, 모두가 부족하기 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했던 주님의 심부름꾼이었고, 세례자 요한이 고백한 대로 하느님은 참 좋은 당신의 심부름꾼 구원자 예수님을 온 인류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의 비밀이 고스란히 밝혀 집니다. 누가 그리스도의 참 제자이냐? 에 대한 답을 줍니다. 바로 환대와 섬김, 겸손의 사람입니다. 환대와 섬김, 겸손 모두가 사랑의 표현입니다. 진정 주님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은 저절로 이웃을 향한 환대와 섬김, 겸손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심이 그대로 환대와 섬김, 겸손의 절정입니다. 세상 어느 종교의 하느님이, 창시자가 무릎을 꿇고 사람들의 발을 씻어 줬습니까? 바로 이것이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사랑의 기적인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바로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 하신 말씀입니다. '주인인 내가, 파견한 내가, 종이자 파견된 이인 너희들을 환대하여 낮은 자세, 섬기는 마음으로 겸손히 너희들의 발을 씻어 줬다. 그러니 너희들도 나를 닮아 이웃을 환대하고 섬기는, 겸손의 삶을 살라'는 살아있는 가르침입니다. 바로 여기 인보영성의 핵심이 있습니다. 여기 김인숙 데레사 수녀님은 제 발 대신에 제 구두를 깨끗이 윤기나게 약칠해 주었습니다.


사람과 하느님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코 단절,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람 환대와 섬김은 그대로 예수님 환대와 섬김으로, 또 하느님 환대와 섬김으로 직결됩니다. 다음 복음 말씀이 이 진리를 분명히 합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 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 들이는 것이고, 나를 맞아 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니 만나는 모든 사람을 겸손한 사랑으로 환대하고 섬기는 일은 그대로 예수님을, 하느님을 환대하고 섬기는 일로 직결됩니다. 사람을 통해 만나는 예수님이요 하느님이니 그대로 인내천(人乃天)의 영성입니다. 하여 베네딕도 성인도 그의 수도승들을 위한 규칙에서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하라' 하십니다. 바로 여기 환대 영성의 뿌리가 있습니다.


누가 그리스도의 참 제자입니까? 환대와 섬김, 겸손의 사랑을 사는 자가 그리스도의 참 제자입니다. 주님의 머슴으로, 심부름꾼으로 사는 자가 그리스도의 참 제자입니다. 주님이 친히 그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환대와 섬김, 겸손의 심부름꾼 영성의 원조(元祖)는 바로 우리 예수님이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환대하시고 말씀과 성체의 겸손한 사랑으로 우리를 섬기십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을 닮은 환대와 섬김, 겸손의 참 제자로 만들어 줍니다. 저 역시 수녀님들의 겸손한 환대와 섬김의 사랑 중에 행복하게 지내다가 떠납니다. 감사합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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