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0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2.15. 연중 제6주일                                                                     레위13,1-2.44-46 1코린10,31-11,1 마르1,40-45


                                                                                가난한 순례자


'가난한 사람들'로 제목을 했다가 '가난한 순례자'로 바꿨습니다. '가난'이 물음이라면 답은 '순례자'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막연합니다. 희망이 없습니다. 완전히 자기 안에 갇힌 모습입니다. 나이들어갈수록 본질로 들어나는 가난입니다. 하느님 빠진 가난보다 비참한 경우는 없습니다. 안식년 동안 가난한 순례자가 되어 참 많은 가난을 체험합니다. 사막같은 뉴튼수도원에서 수도자의 삶 자체가 가난임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가난이다.“

사람에 대한 정의입니다. 살아갈수록 점차 분명히 깨닫게 되는 가난입니다. 바로 이런 깨달음에서 동료인간에 대한 무한한 연민(compassion)의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가난의 절정은 병이며 죽음입니다. 함께 살면서도 외로움과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이들을 보면 정말 가난한 인간 존재임을 절감합니다.


"사람은 섬이 아니다.“

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사람은 섬이다.'라는 말로 들립니다. 뉴튼수도원이 사막같고 섬같다는 생각이 가끔 들었는데 섬같고 사막같은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인간 본질을 직관하신 주님의 1차 복음 선포 대상은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님 역시 이사야서 말씀을 삶의 지표로 삼아 평생 가난한 이들의 구원을 위해 투신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이사61,1).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 자유롭고 부요한자 몇이나 될까요? 바로 가난한 인간존재임을 보여줍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하느님 자체가 복음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을 찾는 가난한 순례자로 사는 것이 답입니다.


"하늘아 환성을 올려라. 땅아 기뻐뛰어라.

산들아, 기뻐 소리쳐라.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당신의 가련한 이들을 가엾이 여기셨다.“(이사49,13).


새삼 가난한 자들의 하느님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가 상징하는바 가난한 사람입니다. 가난한 순례자의 모범입니다. 


첫째, 나병환자 그는 참으로 절박했습니다.

완전히 고립단절된 모습이 자기 안에 갇힌 수인을 상징합니다. 비록 나병환자가 아니더라도 자기 안에 갇혀 절망하는 영적 나병환자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병이 남아 있는한 그는 부정하다. 그는 부정한 사람이므로, 진영 밖에 자리를 잡고 혼자 살아야 한다.'(레위13,46).

참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한 인간실존을 상징합니다. 천형과도 같은 나병환자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런 고립단절이 지옥입니다. 그러나 나병환자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둘째, 나병환자는 간절히, 절실히 하느님을 찾았습니다. 

절망에 머물지 않고 희망의 하느님을 찾았습니다. 가난한 순례자가 되어 희망의 하느님을 찾았습니다. 하느님만이 희망이요 구원의 출구임을 직감적으로 깨달았습니다. 하느님만이 희망입니다. 사실 가난한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찾는 간절한 기도가, 믿음이 필수입니다. 간절히 하느님을 찾을 때 하느님을 만납니다.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겸손되이 절박하게 도움을 청하는, 기도하는 가난한 나병환자입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가엾이 여기는 주님의 즉각적인 응답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나병이 가시고 깨끗하게 되니 비로소 가난으로부터 탈출의 구원입니다. 주님을 만나 치유됨으로 천형(天刑)의 나병은 천복(天福)이 되었습니다.


셋째, 구원에 대한 나병환자의 복음 선포의 응답입니다.

주님께 치유받은 나병환자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합니다. 이래야 완전한 구원의 치유요 영적 나병이 재발되지 않습니다. 활짝 개방하고 복음 선포자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입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알리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와 삶을 사는 것입니다. 찬미와 감사의 복음 선포의 삶이 영적 자유와 부요의 삶을 살게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권고가 참 적절합니다.


"형제여러분, 여러분은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십시오. 무슨 일을 하든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는 나처럼 하십시오. 나는 많은 사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내가 아니라 그들에게 유익한 것을 찾습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처럼 여러분도 나를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1코린10,31.33-11,1)


영적 나병에 대한 최고의 예방이자 처방입니다. '모든 일에 하느님께 영광!' 바로 분도수도회의 모토와 일치합니다. 하느님께 희망과 영광을 두고 복음선포의 삶에 충실할 때 내적 자유와 부요의 삶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절망과 불신의 영적나병을 말끔히 치유하시어 희망과 믿음의 빛 가득한 내적자유와 부요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가난한 순례자들인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루카6,20ㄴ). 아멘.





  • ?
    부자아빠 2015.02.15 05:43
    아멘! 신부님 말씀 고맙게 읽고 갑니다.
    오늘도 건강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22 우정의 세차원 -주님, 친구, 부부-2019.3.1.연중 제7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3.01 134
1521 발효醱酵인생인가 부패腐敗인생인가? -말씀의 소금, 말씀의 효소-2019.2.28.연중 제7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28 151
1520 참 좋은 분 -사랑과 지혜는 하나다-2019.2.27.연중 제7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27 145
1519 예수님 중심의 도반 형제 공동체 -배움, 섬김, 환대-2019.2.26. 연중 제7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26 124
1518 지혜智慧와 자비慈悲의 주님이 답이다 -무지無知와 허무虛無의 병-2019.2.25.연중 제7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25 120
1517 평생과제, 평생공부 -행복한 성인聖人이 되는 것-2019,2,24 연중 제7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2.24 164
1516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 -영광스러운 변모-2019.2.23. 토요일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155)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2.23 153
1515 배움의 여정, 겸손의 여정 -평생 학인學人의 삶-2019.2.22. 금요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2.22 169
1514 영원한 희망, 회개, 구원의 표징 -무지개와 십자가-2019.2.21.성 베드로 다미아노 주교 학자(1007-1072)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2.21 239
1513 개안開眼의 여정 -주님을 알고 나와 너를 알아가는 여정-2019.2.20. 연중 제6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20 163
1512 하느님과 함께 걷는 삶 -의인義人의 삶-2019,2,19 연중 제6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19 154
1511 “어떻게 살 것인가?” -인내, 회개, 지혜-2019.2.18. 연중 제6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18 124
1510 참으로 행복하고 싶습니까? -하느님 중심의 삶-2019.2.17. 연중 제6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2.17 135
1509 “너 어디 있느냐?” -오늘 지금 여기가 에덴 동산이다-2019.2.16.연중 제5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16 170
1508 “에파타!”, “열려라!” -유혹에 빠지지 않기-2019.2.15.연중 제5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15 134
1507 참 좋은 도반이자 반려자 -주님과의 우정-2019.2.14.목요일 성 치릴로 수도자(827-869)와 성 메토디오 주교(815-885)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2.14 133
1506 사람을 깨끗하고 거룩하게 히는 것 -사랑의 찬미와 감사의 기도와 삶-2019.2.13.연중 제5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13 118
1505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은가? -관리인의 판단기준- 1 프란치스코 2019.02.12 218
1504 참 좋은 주님의 가정 공동체 -중심, 질서, 건강-2019.2.11. 연중 제5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11 167
1503 신神의 한 수手 -살아 계신 주님과의 만남-2019.2.10. 연중 제5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2.10 288
Board Pagination Prev 1 ...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 170 Next
/ 17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