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17.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이사58,9ㄷ-14 루카5,27ㄴ-32



“나를 따라라.”

-회개한 죄인罪人, 치유받은 병자病者-



죄인이자 병자인 우리들입니다. 무지의 어둠에서 기인한 죄요 병입니다. 바로 원죄가 상징하는바 무지입니다. 무지의 인간, 이것이 인간에 대한 정의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예수님 하나뿐입니다. 이런 무지의 사람인 우리를, 병자요 죄인인 우리를 회개에로 부르시는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나를 따라라.”


레위의 내면을 꿰뜷어 통찰하신 예수님의 ‘사랑의 눈’입니다. 예수님은 시공을 초월하여 ‘날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예외없이 살 길은 이 길 하나뿐입니다. 예수님은 ‘나를 믿어라.’하지 않으시고 ‘나를 따라라.’ 하십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아무리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져도 따를 주님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요. 


“나를 따라라.”


예수님은 생명이자 빛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유일한 '구원의 출구出口'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에 세관에 앉아있던 ‘갈망渴望의 사람’ 레위는 모든 것을 버려둔채 일어나 그분을 따랐습니다. ‘앉아있음-일어남-따름’이란 일련의 역동적 동작이 레위의 내적변화를 상징합니다. 마냥 앉아있지 말고 벌떡 일어나 주님을 따라 걸어야 삽니다.


무지에서 지혜로, 죽음에서 생명에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죄에서 회개로, 병에서 치유로 부르시는 주님이십니다. 이들이 평생 부르심의 내용들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함으로, 주님을 만남으로 비로소 용서받고 치유받게 된 레위입니다. 바로 레위는 주님을 찾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말 그대로 회개에로 부르심이요, 치유에로의 부르심이요, '참 나'에로의 부르심입니다. 한마디로 구원에로의 부르심입니다. ‘엑소더스Exodus!’ 무지와 어둠, 죽음으로부터의 탈출입니다. 예수님이 아니곤 누가 우리를 이 무지와 어둠, 죽음의 세계로부터 끄집어 낼 수 있겠는지요. 부르는 분이 계시기에 응답이지 부르는 분이 없으면 응답도 없습니다.


부르심이야말로 그대로 구원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을 만남으로 운명이 바뀐 우리들입니다. 여기서 저절로 나오는 "예수님은 나의 운명이자 사랑이다.'라는 고백입니다. 평생 살아도 예수님을 만나지 못해 무지와 어둠, 죽음의 세계에서 죄인과 병자로 머물다가 자기도 주님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나를 따라라.”


혼자서는 자기가 누군지 모릅니다. 죄인인지도 병자인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의 제자공동체에 합류할 때 비로소 치유와 위로요, 내가 누구인지 깨달아 알게 됩니다. 기쁨과 평화도 선물로 받습니다. 예수님이, 형제들이 없으면 결코 내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주님과 형제들은 바로 나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예전 사막수도원과 같은 미국 뉴튼 수도원에 잠시 머물 때 체험이 생각납니다. 변화없는 외적 삶에 어제와 오늘 내일이 구분이 안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일이 무미건조한 ‘일상의 늪’처럼 느껴졌습니다. 함께 기도할 때, 함께 식사할 때 비로소 서로를 확인하며 살아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늪에서 구출해 내는 공동식사와 공동기도의 은총을 절감했습니다. 공동체와 끊어져 격리된 고립단절된 혼자의 외로운 삶이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인지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은 물론 형제들이 바로 구원임을 고맙게 깨달았던 체험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이런 공동체의 고마움에 대한 체험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러니 ‘1인 가구’가 오늘날의 추세라지만 얼마나 위험하고 위태한지요.


“나를 따라라.”


사랑의 목자牧者, 사랑의 의사醫師인 예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어 날마다 당신 공동체에 합류시키십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에게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일에 대해 투덜거리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답이 핵심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바로 이것이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목적입니다. 병자들을 치유해 주시고 죄인들을 회개시키러 오신 예수님이십니다. 세상에 병자아닌 사람, 죄인아닌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정도와 양상의 차이일뿐 모두가 죄인이자 병자입니다. 죄와 병의 긴밀한 관계도 엿볼 수 있습니다. 죄에서 기인한 병이요 병에서 기인한 죄도 많기 때문입니다. 


“나를 따라라.”


그러니 회개할 때 용서에 치유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여 우리 모두 예수님을 따르는 ‘회개한 죄인’, ‘치유받은 병자’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제1독서 이사야의 예언이 예수님을 통해 그대로 실현됨을 느낍니다.


“너는 오래된 폐허를 재건하고, 대대로 버려졌던 기초를 세워 일으키리라. 너는 갈라진 성벽을 고쳐 쌓는 이, 사람이 살도록 거리를 복구하는 이라 일컬어 지리라.”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께서 공동체에 하시는 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어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한 죄인, 치유받은 병자인 우리들에게 원하시는 바를 말씀하십니다. 회개의 진정성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요, 새삼 이웃의 치유와 더불어 우리의 치유요, 이웃의 구원과 더불어 우리의 구원임을 깨닫게 됩니다. 


“네가 네 가운데에서 멍에와 삿대질과 나쁜 말을 치워 버린다면. 굶주린 이에게 네 양식을 내어 주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준다면, 네 빛이 어둠 속에서 솟아 오르고, 암흑이 너에게는 대낮처럼 되리라.---너는 주님 안에서 기쁨을 얻고 나는 네가 세상 높은 곳 위를 달리게 해 주리라.”(이사58,9-10.1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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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젤로 2018.02.17 11:24
    예수님은 ‘나를 믿어라.’하지 않으시고 ‘나를 따라라.’ 하십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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