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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7.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1코린4,1-5 루카5,33-39



분별의 지혜

-하느님 중심의 기본에 충실한 삶-



오늘은 마음 넉넉히 갖고 이런저런 단상과 예화를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저에게 새벽 강론 쓰는 시간은 회개하는 시간이자 하느님을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매일 새벽마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하느님 ‘공부하는 마음’으로 강론을 씁니다.


하느님은 참 한결같이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소리없이 침묵중에 끊임없이 일하시는 참 부지런하고 겸손하신 분이십니다. 가을 때되니 어김없이 무수한 가을 과일 열매들을 선물하십니다. 산책때 마다 줍는 밤들이 흡사 은총의 선물들을 줍는 느낌입니다. 어제는 저녁에 식탁에 처음 나온 황금배에 감격했습니다. 과연 가을 인생에 접어든 이들의 신망애信望愛 열매들은 잘 익어가는 지 생각하게 됩니다.


제 좋아하는 성이 ‘소’씨입니다. 제가 1949년생 소띠이고 소와 더불어 늘 푸른 소나무를 좋아합니다. 하여 매일 새벽 일어나자 마자 소처럼 묵묵히 강론을 씁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호시우행虎視牛行 제 좋아하는 말마디입니다. 우직하게 한결같이 끝까지 소처럼, 늘 푸른 소나무처럼 사는 것이 제 단순한 소망입니다.


세월흘러 나이들어가니 몸 곳곳에서 기능에 이상징후가 드러나 약들을 먹습니다. 나름대로 심신, 영육관리에 최선을 다한 수행생활이라 자부하는데도 그러합니다. 흡사 곳곳에서 소리없이 둑이 새는 느낌입니다. 깨어 ‘삶의 중심’을 꽉잡고 심신을 잘 관리하며 겸허히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하게 됩니다.


병원에서 진료받다 보면 젊은 여간호사들의 말씨도 손길도 참 따뜻하고 부드러워 참 좋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워 온유溫柔가 아닙니까? 세월 흘러 나이 들어도 예수님을 닮아 마음과 말씨는 온유하고 겸손했으면 좋겠습니다. 온유와 겸손자체가 이웃에겐 위로와 치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제 일간지에서 읽은 ‘사이언 콘스탄틴 영국 화장품 러쉬 윤리 원료 구매 책임자’와의 인터뷰 한 대목입니다. 참 인상적인 대목이라 새삼 우리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한국을 색에 비유한다면 어떤 색인 것 같나?”

 “천연색 그자체다. 그동안 한국에서 일어났던 촛불혁명, 미투운동 등 뉴스를 전해 들으면서 ‘한국은 모든 게 가능한 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 반해 유럽은 꿈이나 가능성이 많이 사라진, 잿빛 느낌이다.”-


어둡고 찬 잿빛 인생이 아닌 밝고 따뜻한 천연색 인생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이 좋아야 말도 글도 행동도 좋습니다. 하느님 중심의 기본적 삶에 충실할 때 말도 글도 행동도 좋고 분별의 지혜도 자연스레 뒤따릅니다. 위 단상들과 예화를 종합한 결론은 하느님 중심의 기본에 충실한 삶입니다. 하여 강론 제목 역시 ‘분별의 지혜-하느님 중심의 기본에 충실한 삶-’으로 정했습니다.


하느님 중심의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 때 당당하고 의연합니다. 참으로 균형과 조화, 질서잡힌 삶입니다. 바로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가 그 모범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을 우리 고백으로 삼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우리를 그리스도의 시종으로,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무릇 관리인에게 요구되는 바는 그가 성실한 사람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나는 나 자신을 심판하지 않습니다.--- 나를 심판하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미리 심판하지 마십시오.”


얼마나 당당하면서도 겸손합니까? 아무도 심판하지 말고 나 자신도 심판하지 마십시오. 하느님 영역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세례받은 신자들인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입니다. 


영적 엘리트에게 해당된 비의적秘意的 신비가 아니라 세례받아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고 희망하는 모든 신자들에게 맡겨진 하느님의 신비입니다. 믿음의 신비, 사랑의 신비, 생명의 신비, 죽음의 신비, 성사의 신비, 파스카의 신비 등 끝이 없습니다. 이 모든 신비는 바로 하느님의 신비, 그리스도의 신비, 교회의 신비를 반영합니다. 그러니 우리 삶의 여정은 이런 신비를 깨달아 알아가는 ‘깨달음의 여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하느님 중심의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 때 불편부당不偏不黨, 공평무사公平無私,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주님을 닮아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여 올바른 분별의 지혜입니다. 바로 복음의 예수님이 그 모범입니다.


수행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분별의 잣대는 수행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무분별한 단식 수행을 바로 잡아 주는 예수님의 분별의 지혜입니다. 사실 삶의 축제에 초대 받은 손님들의 단식은 환대의 정신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한 번뿐이 없는 삶, 단식의 때가 되면 단식할 것이나 그 나머지의 축제인생은 맘껏 즐기라는 것입니다. 매일 미사은총이 고해인생을 축제인생으로 바꿔줍니다.


정말 분별의 지혜를 지닌 자라면 어리석게도 새옷에서 조각을 찢어 내어 헌 옷에 대고 꿰매지 않을 것입니다. 또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새 포도주가 헌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새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참 분별의 지혜입니다. ‘분별의 대가’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의 새 포도주란 하늘 나라 복음의 가르침을 받아 담기 위해서 새 부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새 마음의 새 부대에 가득 담기는 주님 은총의 새 포도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번 굳어버린 완고한 보수주의자들은 여전히 헌 부대에 묵은 포도주를 선호합니다. 바로 오늘 복음 말미의 말씀이 깊은 묵상감입니다.


“묵은 포도주를 마시던 사람은 새포도주를 원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사람은 ‘묵은 것이 좋다.’고 말한다.”


참으로 분별의 지혜를 지닌 자라면 너그럽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런 완고한 보수주의자들도 존중하여 포용해야 할 것입니다. 한 번 습관화되어 굳어지면 맛이나 행동의 변화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와 배움을 통해 늘 새 마음의 새 부대를 마련함이 영성생활의 요체임을 깨닫습니다. 


몸은 노쇠해 가도 맘은 날로 새로워져야 할 것입니다. 이래야 늘 새 마음 부대에 새포주의 은총을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새 마음의 부대에 새 포도주의 은총을 가득 담는 복된 시간입니다. 더불어 주님께 분별의 지혜도 선물 받는 우리들입니다.


“주님께 네 길을 맡기고 신뢰하여라. 그분이 몸소 해 주시리라. 빛처럼 네 정의를 빛내시고, 대낮처럼 네 공정을 밝히시리라.”(시편37,5-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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