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1. 월요일 

                                                            성 알퐁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1696-1787) 기념일

                                                                                                                              예레28,1-17 마태14,13-21


                                                                        평상심平常心의 믿음


제가 성인 축일을 지낼 때마다 늘 확인하는 것은 생몰연대입니다. 어김없이 죽지 않고 영원한 육신 생명을 유지하며 사는 성인은 한 분도 없습니다. 누구나 죽는다는 엄중한 진리를 새롭게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성인들의 생몰生沒연대를 확인하며 성인들의 산 햇수와 제 나이를 비교해 보며 제 삶을 점검해 보곤 합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 알퐁소는 무려 그 옛날에 91세까지 장수하셨다니 참 경이驚異롭습니다. 이렇게 장수하시면서 성인이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살아갈수록 힘들고 느슨해져 성덕도 빛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퐁소 성인은 나폴리 근처에 있는 고티의 교구장 주교로 일하다가 다시 그가 세운 ‘지극히 거룩한 구족주회’ 수도회로 돌아가 91세 나이로 선종하셨다 합니다.


성 알퐁소 성인과 하느님과 인간의 중재자인 오늘 독서와 복음의 주인공 예레미야와 예수님에 대한 묵상하던 중, 문득 떠오는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다’라는 말에 착안하여 강론 제목을 '평상심의 믿음'이라 정했습니다. 얼마전 어느 형제집을 방문했을 때 응접실에 걸려있던 액자의 글도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류부쟁선水流不爭先”


앞서기를 다투지 않고 더불어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처럼 순리에 따른 삶을 강조하는 노자의 말씀입니다. 이 글을 좌우명으로 삼아가는 형제의 호칭이 ‘산타 박’이라 하여 그 호칭의 어원을 지인에게 물었더니 산타클로스를 줄여 성性인  ‘박’에다가 ‘산타’를 붙여 그렇게 부른다는 것입니다. 


산타클로스 복장도 마련했고 성탄절에는 산타복을 입고 선물을 마련하여 불우한 이웃들의 공동체를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참 훈훈했고 신선했습니다. 수류부쟁선의 영성을 살아가는 참 넉넉한 '산타 박' 형제였습니다. 하느님 섭리에 따른 수류부쟁선의 영성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순탄대로의 삶에서가 아닌 산전수전山戰水戰의 험난한 삶 속에서입니다. 


바로 오늘 말씀의 두 주인공, 예수님과 예레미야의 삶이 그러합니다.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자연스럽기가 수류부쟁선의 삶의 자세요 평상심의 실현입니다.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듣고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고자 외딴곳에 물러나셨지만 곤궁한 이웃의 필요에 담담히 응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주셨다.’


측은지심의 사랑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요 이런 연민의 사랑을 지녔기에 수류부쟁선의 평상심임을 깨닫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정성을 다해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는 모습이 그대로 평상심의 절정이요 진인사 대천명의 믿음의 자세입니다. 그대로 정성을 다해 미사드리는 장면 같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 가량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기적입니다. 광야의 기적이 상징하는 바 바로 광야세상에서의 헤아릴 수 없는 미사은총입니다. 하느님이 직접 기적을 베푸셨던, 군중들이 예수님의 모습에 감동하여 가진 것을 다 내놓고 나누었던, 어느 경우든 하느님의 기적입니다. 하느님의 감동에 자연스럽게 뒤따른 군중들의 감동임이 분명합니다.


평상심의 자세로 하면 예레미야도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람들의 특징이 바로 평상심임을 깨닫습니다. 듣기 좋은 달콤한 말만하는 거짓 예언자 하난야와의 설전 중에도 감정에 휘말려 흥분하지 않고 평상심을 발휘하여 침착하게 대응하는 예레미야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가 평상심의 비밀임을 깨닫습니다.


“하난야, 잘 들으시오. 주님께서 당신을 보내지 않으셨는데도, 당신은 이 백성을 거짓에 의지하게 하였소. 그러므로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소. ‘내가 너를 땅위에서 치워버리리니, 올해에 네가 죽을 것이다. 너는 주님을 거슬러 거역하는 말을 하였다.’”


예레미야의 예언적 선고대로 하난야는 그 해 일곱째 달에 죽었으니 참으로 비참한 죽음입니다. ‘호랑이 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 모두 지극한 평상심의 믿음을 보여주는 말마디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을 닮아 언제 어디서든 평상심平常心의 믿음으로 수류부쟁선水流不爭先의 영성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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