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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30. 금요일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340-420) 기념일

                                                                                                                욥기38,1.12-21;40,3-5 루카10,13-16


                                                                            말씀과 회개


말씀이, 기도가, 미사가 없으면 ‘살 수 없기에’, 우리는 ‘살기위하여’ 매일, 날마다 말씀을 듣고, 기도를 하고, 미사를 봉헌합니다. 오늘의 강론 주제는 ‘말씀과 회개’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입니다. 


바로 말씀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란 말과 직결됩니다. 암브로시오, 아우구스티노, 교황 대 그레고리오와 함께 서방의 4대 교부에 속하는 예로니모 성인입니다. 4대 교부의 공통적 특징도 모두 ‘말씀의 대가’라는 것이며, 모두 4-6세기에 걸쳐 하느님이 교회에 보내주신 위대한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어찌 그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말씀에 대해 그처럼 박학다식할 수 있는지 불가사의입니다. 네 분 다 평생 말씀을 공부한 것만 아니라 말씀을 가르쳤고 살았습니다. 그러니 누구보다 하느님을,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알 수 뿐이 없었습니다. 


특히 오늘 축일을 지내는 예로니모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산 성인도 없을 것입니다. 유난히 심술궂고, 논쟁하기를 좋아하고, 성격도 참으로 까칠하고 괴팍했던 분이라 적들도 많았고 생전 미사 한 번 봉헌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성인의 하느님 사랑과 평생 동안 성서 연구는 아우구스티노를 제외한 어느 누구의 추종도 불허할 정도로 탁월했습니다. 새삼 성덕의 잣대는 착한 마음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평생 말씀을 공부하고 살았던 평생 말씀의 학인들인 위 성인들입니다. 하느님 사랑은 저절로 말씀 사랑으로 이어지고 말씀은 회개를 촉발시키기 마련입니다. 새삼 말씀과 회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오늘로서 제1독서 욥기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욥 또한 말씀의 대가였음을 그를 방문한 친구들과의 주고받는 문답을 통해 알게 됩니다. 그가 혹독한 시련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말씀과 믿음의 힘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과연 욥은 하느님의 자부심이자 우리의 자부심이라 할 만합니다. 끝까지 자기와의 싸움을, 믿음의 싸움을 훌륭히 수행한 진짜 사람 욥입니다. 


저는 감히 ‘하느님과 맞장을 뜬 사나이’ 믿음의 사람, 욥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정말 자랑스런 욥입니다. 끝까지 혹독한 시련에 무너지지 않고 말씀과 믿음으로 직면하면서 시련을 통과한, 제자리를 지켜낸 위대한 욥입니다.


오늘은 욥기의 마지막 부분은 ‘하느님과 욥의 대결’입니다. 마침내 시련의 끝자락에서 평생 경외해왔던 하느님을 만나는 감격적 순간입니다. 일방적으로 계속적으로 욥을 추궁하면서 싸우는 하느님이 재미있습니다. 욥과 싸우는 하느님이 유치해 보이지만 참 귀엽고(?) 매력적이고 호감이 갑니다. 그토록 하느님은 욥을 사랑했던 것입니다.


“너는 평생에 아침에게 명령해 본 적이 있느냐? 새벽에게 그 자리를 지시해 본 적이 있느냐?” 시작하여, “빛이 머무르는 곳으로 가는 길은 어디 있느냐? 또 어둠의 자리는 어디 있느냐? 네가 그것들의 집에 이르는 길을 알고 있느냐? 그때 이미 네가 태어나 이제 오래 살았으니 너는 알지 않느냐?”


마지막으로 하느님으로부터 친히 말씀수업을 단단히 받는 욥입니다. 마침내 폭포수 처럼 쏟아지는 하느님의 말씀에 회개한 욥은 무조건 백기를 들고 겸손히 항복합니다. 


“저는 보잘 것 없는 몸, 당신께 무어라 대답하겠습니까? 손을 제 입에 갖다 댈 뿐입니다. 한 번 말씀드렸으니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두 번 말씀드렸으니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인간의 위대함은 겸손한 회개에 있습니다. 회개를 촉발시킨 하느님 말씀의 위력입니다. 말씀에 대한 회개의 응답입니다. 오늘 화답송, “주님, 영원한 길로 저를 이끄소서”에 이어지는 시편은 그대로 하느님의 엄위함을 체험한 욥의 겸손한 고백처럼 생각됩니다. 오늘 욥에 대한 주석이 깊고 아름다워 인용합니다.


“우리 주변이나 세상에는 욥처럼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장구한 세월 동안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삶은 여전히 대부분 신비로 남아있다. 우리는 왜 많은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나는지 계속되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지혜를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가 평화로워지는 유일한 답은 그분은 진리의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 연민의 하느님, 정의의 하느님이라는 확신뿐이다. 무질서와 혼돈, 폭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상은 진리Truth와 사랑Love과 아름다움Beauty으로 가득 차 있다. 


시인 홉킨스는 말한다. ‘세상은 하느님의 위대함으로 가득차 있다. 사물의 밑바닥에는 가장 깊은 새로움이 있다.’ 주님, 우리도 볼 수 있게 하소서.”


요즘 가을 수확되는 배열매들 역시 하느님과 인간의 공동노력의 산물입니다. 수사님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우리의 노력의 비율을 물었더니 70%대 30%라 했습니다. 제 강론 역시 70%는 은총, 30%는 노력으로 하느님과 저의 합동 노력의 산물임을 깨닫습니다. 회개를 통한 이런 깨달음입니다. 하느님과 사람들의 위대한 합작품인 수도원의 맛좋은 신고배가 예년보다 10일 정도 앞당겨 수확되어 한창 판매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도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그처럼 많은 말씀선포와 기적을 통해 공을 들였는데 회개하지 않는 코라진, 벳사이다. 카파르나움 사람들에 대한 주님의 불행선언입니다. 이어지는 제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이 오늘 복음의 결론입니다.


“너희 말을 듣는 이는 내 말을 듣는 사람이고, 너희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물리치는 사람이며, 나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보내신 분을 물리치는 사람이다.”


우리의 일상 모두를 통해서 들려오는 말씀들은 모두가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하느님의 말씀이자 예수님의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천사의 양식’인 말씀과 성체를 모심으로 우리 모두 회개하여 천사와 같은 삶을, 바로 하느님 찬미의 삶, 하느님 심부름꾼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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