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4. 연중 제1주간 수요일(뉴튼수도원 65일째)

                                                                                                                             히브2,14-18 마르1,29-39


                                                                                  삶의 중심

                                                                       -외딴곳의 기도처(祈禱處)-


영성생활은 이벤트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입니다. 연중 1주간이 시작되니 평범한 일상의 단순함이 마음을 새롭게 합니다. 흰색 제대보 앞, 양쪽의 초록색 수직선의 굶은 면이, 그리고 제대 앞의 초록색 난의 조화가 참 단순하고 깨끗하여 좋습니다. 맑게 깨어 있는 영혼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바로 뉴튼수도원 수도승들의 삶의 중심인 성전 제대입니다.


삶의 중심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삶의 중심이 없어, 삶의 중심을 잃어 방황과 혼란이요 허무와 무의미의 삶입니다. 삶의 중심에서 삶의 방향이, 삶의 목표가, 삶의 의미가 계시됩니다. 삶의 중심이 상징하는바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이 삶의 중심입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예수님의 분주한 삶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침묵과 고독의 외딴곳이 상징하는바 바로 삶의 중심인 하느님입니다. 삶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하느님을 만나는 삶의 중심, 외딴곳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새벽의 고요한 외딴곳에서 하느님과 만나야 비로소 매일 하느님의 자녀로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살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올해 25주년 서품 은경축을 맞이하기 까지 매일 새벽 3시 전후로 일어나 외딴곳인 제 독방에서 그날 독서와 복음을 렉시오디비 하고 강론을 쓰며 주님을 만났고 이어 두 번째의 외딴곳 성당에서 성체성사를 통해 형제들과 주님을 만났기에 살 수 있었습니다. 산티야고 순례중에도 외딴곳을 찾아 새벽마다 묵상하여 강론을 써 올렸고 미사를 올렸으니 하느님의 은총이 놀랍습니다. 지금 1월 14일 강론을 쓰는 미국시간은 1월13일 새벽 3시, 뉴튼수도원 제 방의 외딴곳입니다.


세상 어디나 사막입니다. 사막의 수도승들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사막의 영성을 살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정말 사막같은 수도원에서 지내다보니 기도시간과 밥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하루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주는 기도시간, 밥시간입니다. 하여 수도가정의 중심은 '성당'과 '식당' 둘이라고 합니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밥먹을 때 개인은 물론 공동체도 중심과 질서를 잡기 때문입니다.

"기도시간과 밥시간만 잘 지키면 살 수 있다.“

아주 평범하나 실제적 진리임을 깨닫습니다. 사막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필수요소입니다. 삶의 중심의 은총은 뚜렷이 셋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무집착으로 인한 초연한 자유입니다.

외딴 곳에서의 기도를 통해 삶의 중심인 하느님을 만나야 비로소 자유로운 삶입니다.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한 자유를 누립니다. 세상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으니 매임이 없습니다. 예수님이 그 놀라운 기적과 그 많은 인기중에도 내적자유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외딴 곳에서의 기도의 은혜였습니다.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Everyone is looking for you).“

예수님의 인기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활동주의의 유혹은 크기 마련이고 영육의 충전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외딴곳에서의 기도는 필수입니다. 예수님은 결코 인기에 편승하여 자기를 잃는 일 없이 즉시 외딴곳을 찾아나섬으로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공을 이뤘을 때 거기 머무르지 않음)의 지혜를 실천했습니다. 외딴곳의 초월적 거점을 마련하여 세상과 거리를 둘 때, 현실에 투신하면서도 영적고공비행이 가능함으로 내적자유를 누릴수 있습니다. 세상 것들의 중독의 치유와 예방에 외딴곳에서의 주님과의 친교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습니다.


군중의 인기는 뜬 구름과 같습니다. 결과는 외로움과 고독입니다. 바로 연예인들의 우울증과 자살도 여기서 연유합니다. 외로움과 고독이 바로 외딴곳의 기도처에로 하느님의 부르심인 줄 믿고 응답했다면 삶이 그렇게 불행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여 진정 영성생활을 추구하는 이는 앞문은 세상의 활동에, 뒷문은 사막의 관상에 활짝 열어 놓고 균형잡힌 삶을 삽니다.


둘째, 분별의 지혜입니다.

탐욕은, 지나친 활동은 우리의 눈을 멀게하고 자기를 잃게 합니다. 자신의 신원을 정체성을 잃게 합니다. 나는 어디에 있는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왜 사는지 질문을 삼켜 버리는 '활동주의(activism)의 늪'입니다. 영혼없이, 생각없이 살게 합니다. 외딴곳의 기도처(祈禱處)를, 안식처(安息處)를 잃은 탓입니다. 육적 욕망을 추구하다보니 영신사정은 전혀 돌보지 않은 업보입니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 있는 분주한 공직자들이 이런 외딴곳의 기도처를 마련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주님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외딴곳에서 주님을 만나 기도할 때 눈이 열려 참 나의 발견이요 살 길을 안내 받습니다. 지식이 범람하는 시대에 분별력의 지혜도 선물받습니다. 다음 예수님의 확신에 넘친 말씀이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외딴곳에서의 기도 중에 자신의 사명을 새롭게 각성한 주님이심이 분명합니다.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령따라 흐를수 있음은 바로 하느님안에 정주처(定住處)를 뒀기 때문입니다.


셋째, 활력의 선물입니다.

주님은 생명의 샘, 활력의 샘입니다. 예수님의 지칠줄 모르는 활력과 열정의 진원지, 바로 외딴곳의 기도처입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주님의 영과 지혜, 능력으로 충만했기에 온갖 병자들을 치유하고 마귀들을 쫓아냈습니다. 외딴곳의 기도처에서 아버지의 능력을 그대로 전수받은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이십니다.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 사람들이 병든 이들과 마귀들린 이들을 모두 예수님께 데려왔다. 온 고을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다.‘


하느님의 힘이 아니곤 불가능한 기적들입니다. 보십시오. 예수님은 이런 치유, 구마활동이 끝나자 즉시 외딴곳의 기도처로 물러나십니다. 하느님을 만나 소진된 영육의 에너지를 충전시키기 위함입니다. 활력의 샘중의 샘이 매일 외딴곳에서 함께 거행하는 이 거룩한 성체성사입니다. 다음 히브리서 말씀이 성체성사의 위력을 증거합니다.

'자녀들이 피와 살을 나누었듯이, 예수님께서도 그들과 함께 피와 살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것은 죽음의 권능을 쥐고 있는 자 곧 악마를 당신의 죽음으로 파멸시키시고, 죽음의 공포 때문에 한평생 종살이에 얽매여 있는 이들을 풀어주시려는 것이 었습니다.“


외딴곳에서의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예수님의 성체(살) 성혈(피)을 모심으로 죽음의 권능을 쥐고 있는 악마는 파멸되고, '죽음의 공포'의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이 이뤄집니다. 성체성사의 은혜가 놀랍습니다. 매일 우리 삶의 중심이신 주님을 새롭게 모시며 확인하는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자애를, 사람들에게 베푸신 그 기적을. 그분은 목마른 이에게 물을 주시고, 굶주린 이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네."(시편107.8-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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