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7. 토요일(뉴튼수도원 68일째)  성 안토니오 아빠스(251-356) 기념일

                                                                                                                              히브4,12-16 마르2,13-17


                                                                예수님과의 우정(friendship with Jesus)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성인보다는 이렇게 105세까지 사신 안토니오 성인을 보면 더 존경스럽습니다. 살아 갈수록 심신도 서서히 무너져내리기 마련인데 이렇게 고령까지 정정했다는 사실이 참 불가사의(不可思議)합니다. 요즘 성인들의 전기를 읽으면서 깨닫는 사실은 성인들 모두가 시공을 초월하여 현실감있게 다가 온다는 것입니다. 흡사 하느님처럼 '영원한 현재'를 살고 있는 성인들처럼 아주 가까이 느껴집니다. 


세월이 지나면 대부분 미화되어 그리운 추억이 되어버리지만, 세상은 언제나 어지럽고 삶은 팍팍했습니다. 순탄한 환경에서 성인이 된 분은 한 분도 없습니다. 당시에는 말세처럼 나름대로 몹시도 힘들었던 시대를 산 성인들입니다.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진 고통이었고 삶은 늘 치열했으며 사후(死後)에야 비로소 휴식을 누린 성인들이셨습니다. 


환경이 성인을 만들지 않습니다. 내외적 좋은 환경으로하면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좋은 곳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쪽의 교회는 날로 쇠퇴해가는 모습이 흡사 가을을 넘어 겨울을 연상케 합니다. 중세기만 해도 성인들의 나라라 해도 좋을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가 왜 이렇게 교회들이 고사 직전까지 갔는지 깊은 묵상감입니다. 교회의 미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 됩니다. 


환경이 아닌 '주님과의 관계'가 성인을 만듭니다. 사실 아무리 좋은 내외적 환경도 믿는 이들에게는 주님과의 관계에 따라 천국도 되고 지옥도 됩니다. 성인들의 영성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예수님과의 우정(friendship with Jesus)'입니다. 예수님과의 우정의 관계,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것을 빼버리면 성인들에게 남는 것은 완전 공허뿐입니다. 


성인들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의 핵심사항도 예수님과의 우정입니다. 예수님과의 우정의 깊이에 따라 성인도 되고 괴물도 되고 폐인도 됩니다. 주님과의 우정이 깊은 거룩한 사람은 성인(聖人)이 될 수 있지만, 주님과의 우정이 빈약한 독한 사람은 괴물(怪物)이, 주님과의 우정이 빈약한 여린 사람은 폐인(廢人)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삶은 언제 대해도 감동입니다.


-어느 것도 너를 혼란케하지 마라.

 어느 것도 너를 놀라게하지 마라.

 모든 것은 지나간다.

 하느님 홀로 변함이 없으시다.

 인내만이 모든 것을 획득한다.

 그 누구든 하느님을 소유하는 자는 부족함이 없다.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다.-


성녀의 진솔한 고백시가 심금을 울립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만으로, 예수님과의 관계 하나만으로 충분합니다. 행복합니다. 다 사라져가도 하느님만은, 예수님과의 우정만은 영원히 남습니다. 마지막 주님 대전에 갖고 갈 것도 예수님과의 우정 관계 하나뿐입니다. 세상 온갖 소유를 지니며 살았어도 가지고 갈 예수님과의 우정 관계가 없다면 그 인생 얼마나 허망하겠는지요! 


성녀의 임종어 역시 감동입니다. 

신비가이자 시인인 성녀의 면모가 약여(躍如)합니다.

"결국 나는 교회의 딸로 죽습니다. 오, 나의 주!, 나의 정배시여! 내 갈망하던 시간이 왔습니다. 이제 당신을 만날 시간입니다.“

평생 시련과 고통 중에 주님만 갈망한 삶이었기에 고통 중에도 달게 죽음을 맞이했던 성녀였습니다. 성인들은 한결같이 하느님의 사람, 교회의 사람, 예수님의 사람이 되어 헌신적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 모두 성인이 되라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부르심의 성소는 은총이자 평생과제입니다. 은총의 부르심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성인이 되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나를 따라라.“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세관에 앉아있는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부르셨듯이 이미 우리를 부르셨고 우리 역시 응답했습니다. 부르심은 순전히 은총입니다. 레위처럼, 우리를 부르지 않으셨다면 지금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레위가 잘 나서, 우리가 잘 나서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무언가 부족했기에, 필요로 했기에 부르신 것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깊이 들여다 보면 모두가 병자요 죄인입니다. 하느님 눈엔 더욱 그렇습니다. 병과 죄를 잘 분별해야 합니다. 죄에서 병이요 병에서 죄입니다. 병과 죄의 사슬에 매여있는 불쌍한 사람들이요 바로 이것이 약한 인간의 숙명입니다. 예수님만이 이 숙명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우리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


과연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겠는지요? 

소통의 욕구, 관계의 욕구, 앎의 욕구, 우정의 욕구는 근본적이요 절대적입니다. 수도원 내부 깊이까지 들어 온, 이젠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핸드폰과 인터넷입니다. 갈수록 분별의 지혜가 절박한 시대입니다. 소통중의 소통이, 관계중의 관계가, 앎중의 앎이, 우정중의 우정이, 주님과의 소통이요, 주님과의 관계요, 주님을 앎이요, 주님과의 우정입니다. 믿는 이들에겐 주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삶의 의미는 예수님과의 우정(friendship with Jesus) 하나뿐입니다. 살아갈수록 주님과의 우정도 깊어져가야 하는 겁니다. 이래야 비로소 사막은 낙원이 됩니다. 아무리 좋은 외적 환경도 주님과 깊은 우정의 관계가 없으면 마음은 삭막한 사막입니다. 도대체 무슨 맛, 무슨 재미, 무슨 기쁨으로 광야같은 인생 살아갈 수 있을런지요? 주님과의 우정은 얼마 만에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과정입니다. 막연한 노력이 아니라 말씀을 통한 우정의 심화입니다. 말씀은 영이자 생명이요 빛입니다. 다음 히브리서의 고백 그대로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 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과 속셈을 가려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어떠한 피조물도 감추어져 있을 수 없습니다. 그분 눈에는 모든 것이 벌거숭이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러한 하느님께 우리는 셈을 해드려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그대로 하느님의 현존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를 부단히 정화(淨化)하고 성화(聖化)하여 잠재의식내의 괴물들을 무력화시킵니다. 말씀의 공부와 실천 수행, 바로 이것이 우리의 평생과제요 이 과제에 충실할 때 비로소 장애물들도 사라져 날로 깊어져 가는 예수님과의 우정입니다. 


자신의 나약함에 낙심하거나 절망할 것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위대한 대사제이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확신을 가지고 대사제 예수님께서 집전하시는 이 거룩한 성체성사,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필요할 때에 도움이 되게 합시다. 성체성사보다 예수님과의 우정을 깊게해 주는 은총의 매개체는 이 세상 어디도 없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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