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4. 금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이사49,1-6 사도13,22-26 루카1,57-66.80


                                                                우리는 '주님의 종'입니다

                                                       -우연偶然이 아니라 섭리攝理입니다-


“하신 일들 묘하옵기 당신을 찬미하나이다.”(시편139,14ㄱ).


방금 우리는 화답송 후렴을 통해 요한 세례자를 선물로 보내주신 하느님을 찬미했습니다. 하느님 선물에 대한 감사의 응답이 하느님 찬미입니다. 마리아 역시 예수님을 잉태한 후 엘리사벳의 집에 머물 때 하느님을 찬미했고, 오늘 복음에는 생략됐지만 즈카르야 역시 입이 열렸을 때 요한을 보내주신 하느님을 찬미했습니다. 바로 우리가 매일 아침성무일도 후반에 노래하는 즈카르야 찬가입니다.


성인들의 축일을 지낼 때마다 마음이 참 상쾌합니다. 진짜 사람 하나 만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의 좌표’는 물론 ‘희망의 표지’가 되는 성인들입니다. 우리 또한 성인이 되라 불림 받고 있습니다. 이 하나가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요 유일한 목표입니다. 예수님 말고 탄생 대축일을 지내는 분은 아마 요한 세례자 하나뿐일 것입니다. 입당송 다음 구절이 순간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하느님이 보내신 사람이 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요한1,6).


짧은 구절입니다만 깊은 인상을 줍니다. 요한 대신 수사님들 각자 이름을 넣어도 무방합니다. 우리 또한 하나하나가 하느님이 보내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불쌍히 여기신다.’는 '요한'이란 이름 뜻도 참 좋습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이 불쌍히 여기시는’ ‘요한’일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음 이사야서의 말씀 중 ‘이스라엘’ 대신 우리 이름을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너는 나의 종이다. 이스라엘아, 너에게서 내 영광이 드러나리라.”(이사49,3ㄴ).


이 말씀 또한 자주 고백성사 보속의 처방전 말씀으로 써드리는 구절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의 종이라는 것입니다. 성인들뿐 아니라 우리 역시 우연적 존재가 아니라 섭리적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를 깨닫게 해 주는 것이 내 삶의 성경책의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오늘 이사야서는 주님의 종의 두 번째 노래입니다. 예수님이나 요한 세례자는 물론이고 아마 많은 성인들이 다음 구절에서 분명 섭리적 존재임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나를 모태에서부터 당신 종으로 빚어 만드셨다. 나는 주님의 눈에 소중하게 여겨졌고, 나의 하느님께서 나의 힘이 되어 주셨다.”(이사49,5참조).


예레미아 예언자도 이와 흡사한 성소 체험을 합니다. “내가 너를 점지해 주기 전에 나는 너를 뽑아 세웠다. 네가 세상에 떨어지기 전에 나는 너를 만방에 내 말을 전할 나의 예언자로 삼았다.”(예레1,5) 바오로 사도의 고백 역시 흡사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내가 나기 전에 이미 은총으로 나를 택하셔서 불러주셨습니다.”(갈라1,15).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바오로 사도가 바로 우리의 성소가 운명적이자 섭리적임을 대변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게 하시려고 천지창조 이전에 이미 우리를 뽑아 주시고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거룩하고 흠없는 자가 되게 하셔서 당신 앞에 설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에페1,3ㄱ.4).


아, 바로 이것이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의 보편적 성소입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 성무일도 세 번째 부분에서 바치는 에페소서 찬가입니다. 건전하고 건강한 자부심의, 자존감의 원천이 되는 참으로 고무적인 말씀의 찬가입니다. 화답송 시편도 우리의 성소의식을 고무합니다. 화답송 두 번째 단락입니다.


“당신은 제 오장육부를 만드시고, 어미 배 속에서 저를 엮으셨나이다. 오묘하게 지어 주신 이 몸, 당신을 찬송하나이다. 당신 작품들은 놀랍기만 하옵니다.”(시편139,13-14ㄱㄴ).


우리 모두의 존재가, 성소가 이토록 고귀하고 거룩합니다. 이런 투철한 성소의식이 있어 삶의 허무에 지쳤을 때 이사야서의 주님의 종처럼 곧 중심을 잡고 일어납니다.


“나는 쓸데없이 고생만 하였다. 허무하고 허망한 것에 내 힘을 다 써버렸다. 그러나 내 권리는 나의 주님께 있고, 내 보상은 하느님께 있다.”(이사49,4).


오늘 우리는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을 통해 우리의 은혜로운 성소를 확인합니다. 성 요한 세례자는 이름 뜻은 물론 그의 탁월한 겸손에서 우리의 영적 삶의 롤모델입니다. 바오로가 사도행전에서 잘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요한은 사명을 다 마칠 무렵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그분이 아니다. 그분께서는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사도13,25).


이런 겸손도 보고 배웁니다. 오늘 복음의 요한 이름의 작명과정 중 엘리사벳과 즈카르야 부부는 이심전심 교감 중, 하느님의 섭리를 깊이 깨달았을 것입니다. 부부의 이런 깨달음은 평생 겸손한 삶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며, 요한 세례자는 분명 두분의 겸손을 보고 배웠을 것입니다.


주님 섭리의 보살핌 중에 아기는 자라면서 정신도 굳세어졌고, 이스라엘 백성 앞에 나타날 때까지 광야에서 살았다 합니다. 분명 요한 세례자는 ‘광야의 수련터’에서 하느님 수련장께 ‘겸손의 수련’을 단단히 받았을 것입니다. 사도행전의 바오로의 마지막 말씀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형제 여러분, 아브라함의 후손 여러분, 그리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러분, 이 구원의 말씀이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바로 오늘 우리에게 파견되셨습니다.”(사도13,2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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