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25. 사순 제2주간 목요일                                                                         예레17,5-10 루카16,19-31


                                                         생각없는 사람, 영혼없는 사람

                                                            -끊임없는 회개가 답이다-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면서 섬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무섭다는 느낌입니다. 오늘 말씀 역시 주제는 회개입니다. 회개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며  영혼을 새롭게, 깊이 한다는 것입니다. 바른 생각, 바른 영혼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정말 무서운 사람은 생각없는 사람, 영혼없는 사람입니다. 또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등 잘못된 생각을 지닌 사람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고 사는대로 생각합니다. 생각없이 말할 수 있어도 생각없이 글을 쓸수는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글쓰기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참으로 힘든 것이 잘못된 사고의 틀,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며 바로 이것이 회개입니다. 하여 다양하게 생각하며 서로 존중하는 폭넓은 시야를 갖게하는 인문학적 교양과 교육이 민주사회에는 필수적입니다. 


전인적 인간 양성을 위한 문사철文史哲, 시서화詩書畵의 균형잡힌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실용적, 돈벌이가 목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전인적 인간을 위한 교육 내용이 점차 사라져 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참으로 사람되기 힘든 시절입니다. 어제 읽은 글도 생각납니다.


-우리는 보통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너는 나쁜 놈'이라고 말해버리는데, 이런 사고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공존해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니까요. '저 사람의 프레임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내 프레임으로 말하기를 꾸준히 노력하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상대방 본인이 느끼도록 도와줘야지, '네 프레임이 잘못이니, 이쪽 창틀로 세상을 보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오늘 복음의 부자가 정말 생각 없는 사람, 영혼 없는 사람의 전형입니다. 이런 사람의 사고의 틀은, 프레임은 오직 많은 소유에 잘 먹고 잘 즐기는 것입니다. 오직 육적 욕망의 삶입니다. 이런 사람의 프레임을, 사고의 틀을 이해해야 합니다. 평생 보고 배운 것이 돈 벌고 먹고 쓰는 삶이었을 것입니다. 사고의 훈련이 전혀 안된, 단선적單線的 사고의 사람입니다. 


가난한 라자로가 이름이 있었던 반면 이 부자는 이름이 없습니다. 참 의미심장합니다. 가진 것은 많아도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참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삶이라는 것이지요. 오늘날도 이런 부자들이 많습니다. 아니 작금의 자본주의 사회의 프레임이 양성하는 인간도 이런 유형의 인간입니다. 하여 혹자는 ‘사탄의 시스템’ 같은 신자본주의라 칭하기도 합니다.


이 부자가 라자로에게 잘못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만 정말 큰 죄는 무관심이었습니다. 이 부자에게 라자로란 존재는 아예 없었습니다. 보살핌caring이나 나눔sharing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람이라면 집에 있는 개나 고양이에게도 먹을 것을 주는데 이 부자에게 라자로는 애완견의 개만도 못한, 아예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비정非情의, 인정머리 없는 사람도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회개의 표징과도 같은 라자로를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복음의 부자는 누구나의 가능성입니다. 외부와의 소통의 문이 닫힌 고립단절의 사람을 상징합니다. 위로 하늘의 하느님께 닫혔고 옆의 이웃인 사람에게 닫혔습니다. 


거리상은 가까우나 내적으로는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바로 부자와 라자로와의 내세에서의 큰 구렁은 이미 현세에서 시작되었음을 봅니다.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 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부자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합니다. 하느님도, 이웃도 없고 오직 자기만 있는 ‘자족, 자립, 자만’의 삶입니다. 육적 욕망을 충족 시킴이 삶의 전부입니다. 


한 마디로 생각없는 사람, 영혼없는 사람의 전형입니다. 부자를 비난하고 라자로를 찬양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내적 현실을 살펴보라는, 내 육적 욕망의 내적 감옥監獄에서 탈출하라는,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오늘 복음입니다. 내 주변에 라자로는 없는가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정도의 차이일뿐 내적감옥의 수인囚人일 수 있습니다.


천국과 지옥은 이미 현세에서 시작됩니다. 현세에서의 삶이 그대로 내세에로 이어집니다. 겉은 화려했고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부자지만 내면은 참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지옥과도 같은 허무입니다. 예레미야의 묘사가 부자의 내면을 상징합니다.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와, 스러질 몸을 제힘인 양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 그의 마음이 주님에게서 떠나 있다. 그는 사막의 덤불과 같아, 좋은 일이 찾아드는 것도 보지 못하리라. 그는 광야의 메마른 곳에서, 인적없는 소금 땅에서 살리라.”


반면 다음 예례미야의 묘사는 외관상 불행해 보였던 라자로의 부요한 내면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바 ‘하느님께서 도와 주신다.’라는 라자로의 이름뜻입니다. 바로 가난한 이를 돕는 것이 하느님을 돕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이는 복을 받으리라. 그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 없이 줄 곧 열매를 맺는다.”


진정 이런 이가 하느님의 가난한 자인 아나뵘이요 내적 부요의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람의 사고의 틀이, 고정관념의 프레임이 얼마나 견고한가를 보여주는 예레미야의 다음 부정적 언급 역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만물보다 더 교활하여 치유될 가망이 없으니, 누가 그 마음을 알리오? 내가 바로 마음을 살피고 속을 떠보는 주님이다. 나는 사람마다 제 길에 따라, 제 행실의 결과에 따라 갚는다.”


우리가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여 개방할 때 주님은 우리의 잘못된 프레임을, 시스템을, 패러다임을 바로 잡아 주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한 우리 모두에게 당신 마음의 눈을 선사하시어 매사 당신의 깊고 넓은 시야로 볼 수 있게 하시며 서로간의 크고 작은 구렁을 메꿔주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시편40,5ㄱ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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