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18. 사순 제2주간 토요일                                                         미카7,14-15.18-20 루카15,1-3.11ㄴ-32



자비하신 아버지의 자녀다운 삶

-끊임없는 회개의 여정-



‘자비하신 아버지의 자녀다운 삶’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부제로는 ‘끊임없는 회개의 여정’입니다.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자비하신 아버지의 자녀다운 삶을 사는 것이 우리 평생 삶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기에 회개란 말을 알고 이해하지 세례받지 않아 하느님을 모르면 회개란 말도 모르고 이해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믿지 않는 이와 믿는 이의 차이는 얼마나 엄청난지요!


수도원은 전통적으로 아버지의 집이라 불립니다. 고향집을 찾듯이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을 방문하는 무수한 사람들입니다.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에 정주하는 우리 수도자들은 과연 아버지의 집에서 아버지의 자녀답게 자비로운 삶을 사는지 자주 성찰해야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복음중의 복음입니다. 우리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 정체가 환히 드러납니다. 늘 읽어도 감동적인 끝없이 깊고 깊은 복음입니다. 아마 세상에 이보다 아름답고 깊은 복음도 없을 것입니다. 제 집무실 벽에 붙어있는 오늘 복음의 ‘잃은 아들을 되찾고 기뻐하는 아버지 비유’ 렘브란트의 그림입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보다는 ‘잃은 아들을 되찾고 기뻐하는 아버지 비유’ 제목이 적절합니다. 강조점은 ‘잃은 아들’이 아닌 ‘자비하신 아버지’에게 있습니다.


어제 오늘 복음에서 집을 떠난 작은 아들의 극한 상황을 묵상하던중 새삼스런 깨달음이 생각납니다. ‘아, 작은 아들은 돌아갈 곳이 있구나! 작은 아들은 기다리는 분이 있구나!’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궁극의 돌아갈 곳이 없다면, 궁극의 기다리는 분이 없다면 얼마나 막막할 까 하는 생각이 가슴 저리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사실 세상에는 돌아갈 곳 없이, 기다리는 분 없이 막막하게 사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작은 아들처럼 헤매며 살다가 돌아갈 곳 없이, 기다리는 분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암담하고 두렵고 불안할까요! 최근 읽은 신작 소설 ‘공터에서’의 표지 글귀도 생각납니다.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없이 쫓겨 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막막한 세상에서 몸 비빌 수 있는 작은 거점은 어디인가?’


오늘 복음의 작은 아들과는 달리 세상에는 돌아갈 곳 없이, 기다리는 분 없이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우리 믿든 이들에겐 몸비빌 수 있는 거점이, 궁극의 돌아갈 곳이, 궁극의 기다리는 분이, 자비하신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복음이요, 구원이요, 희망이요, 행복입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궁극의 돌아갈 곳 아버지께 돌아와 궁극의 기다리는 분 아버지를 만나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세상에 이 행복을 능가하는 것이 어디있을까요?


오늘 복음도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우리가 궁극의 돌아갈 곳은, 궁극의 기다리는 분은 두말할 것 없이 자비로운 아버지입니다. 추상적인 철학의 하느님이 아니라 오늘 복음 같은 따뜻한 품을 지닌 인격적 아버지입니다. 바로 미카 예언자가 고백하는, 기도하는 하느님입니다. 


“그분은 분노를 영원히 품지 않으시고, 오히려 기꺼이 자애를 베푸시는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다시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고, 우리의 허물들을 모르는 체해 주시리라. 당신께서 저희의 모든 죄악을 바다 깊은 곳으로 던져 주십시오. 먼 옛날 당신께서 저희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대로 우리를 성실히 대하시고 자애를 베풀어 주십시오.”(미카7,18ㄴ-20).


바로 이런 하느님이 오늘 복음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만나는 자비하신 아버지입니다. 아버지의 집을 떠나 아버지의 자녀다운 품위를 잃고 참으로 초라하고 남루하게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반면 아버지의 집에 산다하면서도 자비하신 아버지를 알지 못하고 종처럼 사는 종교인들도 많을 것입니다. 사실 오늘 복음의 큰 아들은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종교인들을, 작은 아들은 세리들과 죄인들을 상징합니다.


오늘 복음의 작은 아들은 회개하여 아버지의 집에 돌아왔는데 큰 아들의 회개는 소개되지 않습니다. 참 역설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던 작은 아들이 아버지와 가까이 있었던 셈이고, 거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었던 큰 아들은 내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었던 셈입니다. 아버지의 집에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도 큰 아들처럼 아버지와 깊은 소통없이 남남으로 종처럼 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우리는 대부분 큰 아들일 수도 있고, 작은 아들일 수도 있고, 둘 다 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회개의 절실성을 보여줍니다. 끊임없는 회개로 우리를 언제나 기다리는 자비하신 아버지께 돌아가 아버지의 자녀답게 살라는 것입니다. 자비하신 아버지의 자녀답게 사셨던 롤모델인 예수님을 닮는 것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은 자비하신 아버지의 자녀답게 사셨던 우리의 영원한 표상입니다. 그러했기에 이런 감동적인 자비하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참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회개하여 돌아갈 곳, 기다리는 분, 영원히 머물 수 있는 거점인 자비하신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끊임없는 회개로 자비하신 아버지께 돌아와 자비하신 아버지의 자녀답게 자비로운 삶, 품위 있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복음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목표하는 바는 단 하나입니다. 끊임없는 회개로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아 제발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 달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자비로운 아버지를 닮아 자비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우리 모두 매일 주님의 사랑의 성체를 모시고 주님과 일치를 체험하면서 자비롭게 살지 못한다면 이건 말도 되지 않습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를 향해 다시 유일한 소원을 말씀하십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6,3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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