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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26. 연중 제20주간 토요일                                                                  룻기2,1-3.8-11;4,13-17 마태23,1-12 



삶의 중심

-자유, 겸손, 섬김-



‘중심이 없다’, ‘중심을 잃었다’, ‘중심을 잡았다’ 모두 중심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말마디입니다. 아마 제가 강론중 지금까지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삶의 중심’일 것입니다. 사실 삶의 중심보다 더 중요한 주제는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모든 것을 갖췄어도 삶의 중심이 없다면 그 인생은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위의 집같아 지극히 위태하고 불안할 것입니다. 삶에 일관성도 없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 사제서품 25주년 은경축 상본의 성구가 생각납니다. 늘 제 좌우명처럼 삼고 있는 말씀입니다. 지체없이 택한 바오로 사도의 말씀입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필립1,21ㄱ).


내 삶의 중심은 그리스도란 고백입니다. 우리 수도생활을 '하느님을 찾는 삶'이라 정의합니다. 바로 하느님이 우리 삶의 중심이란 고백입니다.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너무나 평범하고 자명한 진리입니다. 


위의 성구와 관련된 일화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 동료 교구 사제가 택한 사제 서품 성구였고 제의에도 이 글자를 디자인하여 넣었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습니다. 동료사제의 고백입니다.


“제 성소가 흔들릴 때마다 저의 성소를 지켜준 성구입니다. 신학교 다닐 때 여러번 짐을 쌓았다가 이 성구를 묵상하면서 짐을 풀었습니다. 그리스도 대신 다른 대상을 넣어 봤습니다. ‘나에게는 여자가 생의 전부입니다.’ ‘나에게는 재산이 생의 전부입니다.’ ‘나에게는 돈이 생의 전부입니다.’ ‘나에게는 권력이 생의 전부입니다.’ 등 무엇을 넣어도 마음이 흡족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그리스도를 넣어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고백했을 때 비로소 마음의 안정과 평화였습니다.”


바로 그리스도가 우리 삶의 중심이라는 고백입니다. 그리스도가 아닌 다른 대상이 우리 삶의 중심이 될 때 이들은 그대로 우상이 되고 알게 모르게 우리를 노예화함으로 우리는 자유를 잃게 됩니다. 그리스도를 언제나 삶의 중심에 모실 때 비로소 자유롭고 진실하며 단순한 삶입니다. 하여 사부 성 베네딕도도 그의 제자들에게 ‘그 무엇도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 당부하십니다. 


우리 수도공동체가 약한 듯 해도 굳건한 일치를 이루며 사는 것도 공동체의 중심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가, 하느님이 우리 삶의 중심임을 확인確認하고 강화强化하기 위해 끊임없이, 평생, 매일, 규칙적으로 바치는 공동전례 기도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예수님의 비판이 대상이 되었던 바리사이들은 삶의 중심이 허약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삶의 중심이 없었습니다. 삶의 중심이 없을 때, 그리스도가, 하느님이 삶의 중심이 되지 못할 때 말과 행동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삶입니다. 


이들의 모든 삶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허영과 교만의 진실치 못한 위선적 삶입니다. 윗자리와 높은 자리를 탐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며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하는 실속이 없는 외부 지향적 껍데기의 삶입니다. '참 나'가 없는 공허한 환상속의 헛된 삶입니다. 이 모두가 삶의 중심이 부재한 탓입니다. 하느님이, 그리스도가 삶의 중심이 되지 못했을 때 자업자득의 결과입니다. 


다음 주님의 복음 말씀은 한 분이신 그리스도를, 아버지를 삶의 중심으로 삼으라는 우리 모두를 향한 강력한 권고입니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흡사 자유의 대헌장같습니다. 이렇게 그리스도를,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우리 삶의 중심이 될 때 모든 우상들로부터 자유로운 삶이요 영적 건강의 삶입니다. 허영과 환상의 위선적 삶으로부터 해방입니다. 복잡하고 혼란한 삶이 아닌 참으로 질서잡힌 진실하고 단순한 삶입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들’이요 서로간은 ‘형제들’이기에 상호존중相互尊重에 만민평등萬民平等의 당당한 삶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체감하는 진리입니다.


참으로 그리스도가,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이 삶의 중심이 됐을 때 참 자유인의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자유는 최종 목적이 아닙니다. 섬김의 삶을 통해 비로소 자유의 완성입니다. 오늘 복음의 결론입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참으로 그리스도 중심의 삶을 살 때 자유로운 삶, 겸손한 삶, 섬기는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여 분도 성인은 수도공동체를 ‘주님을 섬기는 학원’이라 정의합니다. 작년에 작고하신 이 시몬베드로 아빠스님의 모토 역시 ‘서로 섬기자’(성규72,4)였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섬김의 삶입니다.


분도회의 첫째 정주서원이 상징하는 바도 그리스도 중심, 하느님 중심의 삶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하느님 안에 정주할 때 흔들리지 않고 유혹에 빠지지 않으며 안정과 평화입니다하느님 중심의 삶일 때 기본에 충실한 본질적 삶입니다. 저절로 자유로운 삶에 섬김의 삶입니다.


바로 제1독서의 룻이 그 모범입니다. 알게 모르게 하느님은 룻의 삶의 중심이 되셔서 그를 인도해주셨고 룻은 최선을 다해 자유롭게 겸손한 섬김의 삶으로 응답했습니다. 이런 룻이 있었기에 다윗의 출현도, 마침내 그리스도의 탄생도 가능했음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깊고 원대遠大하고 섬세한 손길이 룻뿐 아니라 우리 삶 속속들이 미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 중심의 삶을 확고히 해주시며, 자유롭고 겸손한 섬김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 그분의 길을 걷는 모든 사람!”(시편128,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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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녜스 2017.08.26 14:57
    저도 그렇게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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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사랑 2017.08.26 15:17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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