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21. 수요일 성 알로이시아 곤자가 수도자(1568-1591) 기념일

2코린9,6ㄴ-11 마태6,1-6.16-18



참된 수행자들의 그리스도의 향기

-수행의 원리-



오늘 주님은 자선, 기도, 단식을 예로 들면서 올바른 수행에 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제 좋아하는 말마디가 수행입니다.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진실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행자라 할 수 있습니다. 비상한 수행이기 보다는 평범한 일상사가 모두 수행입니다. 수행아닌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평생 배워야 하는 수행자입니다. 세상에 배우지 않고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여 수행자의 기본자세가 배움의 열린 겸손한 자세입니다.


아주 예전에 노선배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많은 수도자들이 신부님을 찾아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셨다는 말씀입니다.


“규칙대로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공감이 가는 적확한 말씀입니다. 규칙대로, 일과표대로 사는 것이 잘사는 것입니다. 영성생활은 습관입니다. 규칙대로, 일과표 대로 사는 평범한 일상의 수행생활이 제2천성이 될 때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특히 공동생활을 하는 수행자들에겐 필수적입니다.


수행중의 으뜸가는 수행이 공동생활입니다. 수도생활은 공동생활이고, 수도생활의 어려움은 공동생활의 어려움이며, 하여 함께 사는 공동생활 자체가 도닦는 수행이란 제 지론입니다.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공동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 역시 수행자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동생활을 하는 수행자는 진실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지탄하는 수행도 진실과 겸손이 없는 허영과 교만의 위선적 수행입니다.


자선과 기도와 단식은 유대인들에겐 전통적 수행이요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도 그대로 이어 받는 핵심적 수행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겸손한 수행이 올바른 수행입니다. 믿는 이들의 수행의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 수행이고 수행을 통한 마음의 순수와 자유이며 이 자유는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수행으로 이어질 때 온전한 수행이라는 것입니다. 이기적 자아가 들어설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하느님 사랑에서 출발한 수행의 동기이니 저절로 하느님 중심의 수행이 되기 마련입니다.


하여 올바른 수행자는 누가 보아 주든 말든, 알아 주든 말든 하느님 앞에서 묵묵히 수행에 정진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자선, 기도, 단식을 통해 올바른 수행생활의 원리를 보여주십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바로 이 구절은 불가의 성철 대선사도 극찬한 자선의 자세입니다. 인도의 힌두교 성자 간디가 산상수훈중 진복팔단의 참행복선언을 사랑했듯이 성철 대선사는 이 성구를 참 좋아했다 합니다. 


오늘 사도 바오로 역시 올바른 자선의 대해 말씀하십니다. 자선 역시 사랑의 표현일진데 마지못해 억지로 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 기쁨으로 하라는 권고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시며. 우리에게 모든 은총을 주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기도는 정해진 시간에 모든 사람이 함께 해야 하는데, 위선자들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기회와 장소를 이용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실 영성생활에 특별한(special) 것은 자아만족의 표지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골방이 아닌 성전에서 함께 공동전례기도를 바칠 때는 공동체속에 숨겨져 있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감쪽같이 숨겨진 하느님 중심의 진실하고 겸손한 수행일 때 비로소 내적평화와 안정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너는 단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이런 하느님 중심의 숨겨진 수행의 단식이 참 아름답고 유익합니다. 자아ego를 부풀리는 수행은 백해무익합니다. 이런 참된 수행은 사람들에게는 숨겨져 있으나 하느님을 향해서는 활짝 열려 있습니다. 이런 수행자들이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내적 부자들이며 참된 수행자들이며 참된 영성생활의 증인들입니다. 향기를 맡고 꽃을 찾듯이 이들의 겸손의 향기를 맡고 저절로 참된 수행자임을 사람들은 알아 봅니다. 숨겨진 하느님께 숨겨진 보물같은 수행자들입니다.


저는 감히 용기를 내어 우리 요셉수도원 수행자들의 향기로운 모습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1박2일 짧은 기간 머물다 간 동료 수행자가 남기고 간 글입니다. 여기 수행자들의 향기에 감동한 순수한 영혼의 고백입니다.


-빠코미오 신부님의 성경전체를 관통한 핵심적 강론과 성령론, 요셉수사님의 마지막 ‘시간을 내주면 형제를 얻는다’라는 말씀, 마르꼬 수사님의 깊은 경청의 자세, 스테파노 수사님의 오랜 기도와 농장의 일을 통해서 느껴지는 그리스도의 깊은 향기, 바오로 수사님의 형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예로니모 수사님의 그리스도의 어리석음의 십자가를 보여 주신 모습, 말씀은 없으시지만 거목巨木과도 같은 프란치스코 신부님, 오직 예수님만 바라본다는 그래서 참고 견딘다는 저의 동기 요한 수사님, 부끄러움이 많으셔서 잘 나타나시지는 않지만 사랑이 많으신 안토니오 수사님,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이미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계시는 도미니코 수사님, 


무엇보다 이런 훌륭한 큰 스승님들과 함께 생활을 시작한 청원형제 프란치스코 형제에 대한 부러움, 이 모든 개개인들 모습들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갑니다.-김에녹 수사 드림.


숨쉴사이 없이 토로해낸 진정성 가득 담긴 수도자 예찬 글입니다. 하느님 안에 숨겨진 삶을 살아가는 참된 수행자들은 저절로 정주의 향기, 존재의 향기, 겸손의 향기, 바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기 마련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 안에 숨겨진 보물같은 겸손하고 진실한 행복한 수행자로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계명을 큰 즐거움으로 삼는 이!”(시편112,1ㄴㄷ).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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