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 -삶은 일상日常이자 이벤트Event이다-2018.2.12. 연중 제6주간

by 프란치스코 posted Feb 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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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12. 연중 제6주간                                                                                 월요일 야고1,1-11 마르8,11-13



주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

-삶은 일상日常이자 이벤트Event이다-



평범한 말마디가 새롭게 마음에 와 닿을 때가, 구원이 될 때가 있습니다. 저에겐 어제 ‘하느님의 영광’이란 강론 주제가 그러했습니다. 오늘 강론 주제는 ‘주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삶은 일상日常이자 이벤트Event이다-’입니다. 하여 하루하루가, 하루하루 만나는 이들이 소중합니다. 마침 어제 써놓은 짧은 글이 생각납니다.


-“늘 새로운/날마다의 일출日出

  늘 새로운/날마다의 인생人生

  날마다/하느님 선물膳物

  날마다/찬미와 감사의 삶”-


타성에 젖는 것보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보다 영성생활에 해로운 것은 없습니다. 무미건조한 반복의 일상이 되어선 안됩니다. 하루하루의 일상이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유일무이한 카이로스의 새날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한참 후배가 되는 도반 사제가 수도원을 방문했습니다.


“며칠 후 새 부임지로 가게 됩니다. 마음이 썰렁합니다. 설렘도 기대도 기다림도 희망도 없이 덤덤합니다.”


진솔한 고백에 공감하면서 즉시 제 소견을 말했습니다.


“삶의 본질은 어디나 썰렁한 광야입니다.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유혹입니다. 인내하면서 일상에 충실하여 매일 새롭게 출발하는 것입니다. 따뜻한 분위기를 찾을 게 아니라 내 자신이 주님을 닮아 ‘홈home, 쉬트 홈sweet home!’ 따뜻한 사람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마침 어느 지인이 방문했기에 요즘 문제가 된 노老 시인을 빗댄 시詩 일부를 나누며 의견을 구했습니다.


-백여권의 시집을 펴낸/시인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불쌍한 대중들-  
  
-“방심과 교만 탓입니다. 대가들이 겪기 쉬운 경향입니다. 자기를 존경하여 가까이 대하는 분들을 너무 가볍게 소홀히 함부로 대한 것입니다. 정말 자기를 존경하는 분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긴다면 예의를 지켜 일정한 거리를 견지堅持하며 품위를 지킬 것입니다.”-


요지의 말에 전폭적으로 공감했습니다. 물론 노 시인은 잘못을 사과했다 합니다. 타성에 젖어 살다보니 자기를 잊은 탓이요, 일상의 새로움에 눈 먼 탓입니다. 늘 깨어 새롭게 새 날, 새 하루를 살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경종이 되는 일화입니다.


바로 오늘 바리사이들이 일상의 새로움에 눈먼이들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 하늘로부터 오는 표징을 요구합니다. 예수님의 전 삶이 하나의 표징인데 표징을 요구하는 역설적 상황입니다. 파스카의 예수님이야 말로 바로 우리 가운데 늘 현존하는 ‘하느님 사랑의 표징’입니다. 


아니 예수님뿐 아니라 눈 만 열리면 온통 하느님 사랑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임을 볼 것입니다. 참으로 눈 뜬 맹인들인 우리가 문제임을 알아야 합니다. 하여 한결같은 인내의 믿음 수행이 참으로 절실합니다. 야고보서가 실천적 지혜를 제공합니다.


“갖가지 시련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 여러분의 믿음이 시험을 받으면 인내가 생겨납니다. 그 인내가 완전한 효력을 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면 모든 면에서 모자람이 없는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시련을 믿음의 시험으로 삼아 잘 인내하며 통과해 나갈 때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한결같은 수행의 열매입니다. 지혜가 부족하면 하느님께 청하십시오. 하느님은 모든 사람에게 너그럽게 베푸시는 분이기에 청하면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의심하는 일 없이 믿음을 가지고 청해야 합니다. 이어지는 야고보 사도의 말씀입니다. 


“의심하는 사람은 바람에 밀려 출렁이는 바다 물결과 같습니다. 그러한 사람은 주님에게서 아무것도 받을 생각을 말아야 합니다. 그는 두 마음을 품은 사람으로 어떠한 길을 걷든 안정을 찾지 못합니다.”


그러니 비천한 사람은 자기가 주님 안에서 고귀해졌음을 자랑하고, 부자는 자기가 주님 안에서 비천해졌음을 자랑해야 합니다. 부자는 풀꽃처럼 스러집니다. 해가 떠서 뜨겁게 내리 쬐면 풀은 마르고 꽃은 져서 그 아름다운 모습이 없어져 버립니다. 바로 부자의 정체입니다. 그러니 주님 안에서는 모두가 더도 덜도 아닌 그 자신일뿐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깨달음이 우리를 겸손한 믿음으로 이끕니다. 결코 주님께 표징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표징을 요구하는 이들은 믿음 부족을 반영합니다. 한결같은 인내와 믿음의 수행을 통해 마음의 눈이 활짝 열린 겸손한 이들에게는 하느님 사랑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들이 바로 야고보 사도처럼 건전健全, 건강健康한 신비가들입니다. 


하루하루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참 좋은 최고의 표징이 이 거룩한 성체성사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활짝 열린 믿음의 눈으로 당신 사랑의 표징을 감상感想, 관상觀想하며 오늘 하루도 찬미와 감사의 행복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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