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3. 토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1886)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사도28,16-20.30-31 요한21,20-25



사랑(삶)의 중심

-그리스도 예수님-



집착없는 사랑, 초연한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꽃마다 크기, 색깔, 모양이 다 다른 그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니듯 우리의 주님 사랑도 똑같습니다. 결코 비교하여 우열이나 호오을 말할 수 없는 제 고유의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성인들을 보십시오.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을 항구히, 열렬히 사랑했지만 똑같은 성인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각자 고유의 삶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과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이런 성인들이 상호보완하여 하나를 이룸으로 아름답고 풍요로운 교회공동체입니다.


그러니 교회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 서로 다른 은사에 질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베드로는 베드로이고 요한은 요한이요 바오로는 바오로이고 우리는 각자 그대로의 나입니다. 결코 누구로도 대치될 수 없는 하느님의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선물들인 각자의 존재들입니다.


그렇습니다. 비교와 경쟁의 대상이 아닌 상호보완의 성인들의 교회공동체입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열렬히 주님을 사랑하며 그 직무에 충실할 때 비로소 이런 아름다운 교회공동체의 건설입니다. 질투하거나 시기할 것도 없습니다. 주님이 보시는바 각자 몫에 최선을 다하는 사랑뿐입니다. 


삶의 중심, 공동체의 중심인 주님만을 사랑할 때 평화로운 공존에 초연한 삶과 사랑입니다. 참으로 집착없는 자유로운 삶과 사랑입니다. 바로 날마다 삶의 중심을, 공동체의 중심을, 하루의 중심을 확고히 잡아주는 매일미사의 은총이 우리 각자 삶의 자리에서 충실히 살게 해줍니다.


오늘 복음의 수제자 베드로와 애제자 요한의 평화로운 공존이 참 아름답습니다. 결코 비교하여 우열優劣이나 호오好惡를 말할 수 없는 고유의 몫에 고유의 아름다움입니다. 여기에 사도행전의 바오로까지 합하면 참 아름다운 공존의 성인들입니다. 사랑의 순교자 베드로와 바오로요, 사랑의 증언자인 애제자 요한입니다. 


애제자 요한이 있었기에 사랑의 증언록인 요한복음서를 지니게 된 우리들입니다. 사랑의 순교자 바오로와 베드로가 있었기에 로마는 그리스도교의 중심이 되었고 마침내 로마제국에 이어 온세상에 복음이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주님만을 사랑할 때 비교로 인한 우월감이나 열등감 없이 본연의 주어진, 맡겨진 일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집착없는 초연한, 자유로운 삶과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주님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잠시 유혹에 빠진 베드로의 사랑을 바로 잡아 주십니다. 다음 묘사를 봐도 수제자 베드로와 애제자 요한사이에는 묘한 긴장과 라이벌 의식이 어느 정도 잠재해 있었음을 짐작하게 됩니다.


‘그때에 베드로가 돌아서서 보니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가 따라오고 있었다.---그 제자를 본 베드로가 예수님께,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하고 말씀하셨다.’(요한21,20ㄱ-22).


잠시 탈선했던 베드로를 바로 잡아 주시는 예수님의 언행이 참으로 적절하고 기민합니다. 한 눈 팔지 말고 갈림없는 사랑으로 나를 따르는 일에만 충실하라는 말씀입니다. 참으로 주님만을 사랑하여 따를 때 비로소 초연한, 자유로운 삶과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주제 파악을 못하고 주제 넘게 개입할 때 흔히 하는 직설적인, ‘너나 잘 해’, ‘네가 뭔데?’라는 말마디도 생각납니다.


주님만을 사랑함으로 참으로 자유로워진 자유인의 모델이 바오로입니다. 로마에 죄수로 송환되어 자기를 지키는 군사와 함께 사슬에 묶여 지내는 바오로의 모습이 천하태평입니다.


“나는 이스라엘의 희망 때문에 이렇게 사슬에 묶여 있습니다.”(사도26,20ㄴ).


이스라엘의 희망인 부활하신 주님께 희망과 사랑을 두고 복음선포에 전념했기에 바오로의 이런 내적자유와 평화의 삶입니다. 다음 대목으로 지금까지 사도행전 독서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바오로 사도의 참으로 자유로운 모습에서 주님의 가호加護가 늘 함께 했음을 깨닫습니다.


‘바오로는 자기의 셋집에서 만 이 년 동안 지내며, 자기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맞아들였다. 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사도28,31-32).


몸은 사슬에 묶여 있는 부자유인지만 영혼은 참으로 자유로운 바오로였습니다. 주님만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자유로운 영혼을 묶어둘 수 있는 사슬은 그 어디도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콜로새서, 에페소서, 필레몬서 등 무수한 주옥같은 옥중서간을 쓴 무한한 열정의 사도 바오로였습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에 등장하는 사도 베드로, 요한, 바오로, 모두가 주님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유로운, 아름다운 영혼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각자 모두 고유의 삶의 자리에서 주님과 형제들을 사랑으로 섬기며 화이부동의 아름답고 자유로운 공동체를 이루어 살게 하십니다. 


“주님, 올곧은 이는 당신 얼굴을 뵈오리다.”(시편11,7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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