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7.연중 제29주간 토요일                                                                                 에페4,7-16 루카13,1-9

 

 

회개와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

-사랑의 성장, 사랑의 성숙-

 

 

회개와 삶은 함께 갑니다. 회개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믿기에, 사랑하기에 회개입니다. 회개없이는 참 사랑도 겸손도 없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할 때 저절로 회개와 더불어 아름다운 영혼입니다. 요즘 대한민국의 가을은 어디나 아름다운 절경의 천국입니다. 행복기도문에 나오는 대목 그대로입니다.

 

-“주님/눈이 열리니/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천국이옵니다.”-

 

얼마전 어느 자매에게 수도원 배경의 아름다운 하늘과 불암산 사진을 전해드렸을 때 주고 받은 덕담도 생각납니다. 서로 아름답고 행복하게 하는 덕담입니다.

 

-“신부님, 수도원과 그 배경의 하늘과 산이 너무 아름다워 하늘나라가 아닐까 해요.”

 “자매님 영혼은 더 아름답지요!”

 “아멘, 고운 맘으로 잘 살겠습니다!”-

 

가을이 아무리 아름답다해도 하느님 눈엔 회개한 영혼의 아름다움만 못할 것입니다. 어제의 행복했던 외출도 잊지 못합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식사후 공세리 성당 성지를 순례했습니다. 결국 성지순례로 끝난 아름답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오전 점심 때까지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오후 공세리 성지순례땐 기적처럼 개어 그림처럼 맑고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흡사,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의 신비를 연상케 한 날이였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의 영혼의 고향이자 믿음의 뿌리와도 같은 순교성지를 순례할 때 마다 늘 새로운 감동을 받습니다. 아마 순교성지보다 더 좋은 위로와 치유처도 없을 것입니다. 말만 들었지 부끄럽게도 처음 순례하는 공세리 성당이었습니다. 정말 잘 정성껏 관리된 아름다운 성당과 성지였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성당을 에워싸고 있는 단풍 아름다운 여러 그루의 느티나무 노목들이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는 물경 380년 수령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주님 안에서 영원히 살아있는 순교자들의 아름다운 영혼을 상징하는 듯한 느티나무 고목이었습니다. 더불어 절의 두 자산은 노목老木과 노승老僧이란 말마디가 떠올랐습니다. 절이든 성당이나 수도원이든 제가 방문했을 때 우선 확인하는 것은 그 집과 역사를 함께하는 노목들입니다. 

 

오늘 복음은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라는 내용과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의 비유’ 두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모두가 회개에 초점이 주어져 있습니다. 거듭 반복되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대로 오늘의 우리 모두에게 주는 말씀같습니다.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누구의 불행을 목격했을 때 죄를 연상할 것이 아니라, 즉시 회개를 촉구하는 회개의 표지로 알아보라는 말씀입니다. 죄가 없어서구원이 아니라 하느님의 구원 은총으로 살고 있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의 비유 역시 회개하라 연장되는 우리의 날들이니 지체없이 회개의 열매를 맺으라는 가르침입니다. 살아있을 때 회개이지 죽으면 회개도 못합니다.

 

한 두 번의 회개가 아니라 평생 끊임없이 회개의 여정을 살아가는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하느님 사랑은 회개로 표현되고 회개와 더불어 날로 아름다워져가는 영혼들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바로 회개한 영혼들에게 주시는 축복의 말씀입니다.

 

회개는 분명한 목표를 지닙니다. 바오로에게도 루카처럼 회개는 ‘죄로부터 떠나turnin away from sin’, ‘믿음 안에서 예수님을 향함turning toward Jesus in faith’으로 비로소 완성됩니다. 죄로부터의 자유가 예수님을 향함으로 완성되는 자유의 이치와 흡사합니다.  

 

회개의 열매는 섬김의 직무로 드러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나누어 주시는 은혜의 양에 따라, 저마다 은총을 받았습니다. 바로 회개를 통해 선명히 드러나는 각자 받은 은사의 열매들이요 더불어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의 성장이라는 것입니다. 

 

하여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서 일치를 이루고 성숙한 사람이 되며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참된 개인의 성장과 성화도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안에서 가능함을 깨닫습니다. 

 

좌우간 이 모두가 회개의 결과요 열매들입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성장은 회개와 더불어 하나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봅니다. 바오로 사도의 깊고 아름다운 심원한 통찰입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모든 면에서 자라나 그분에게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그분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 덕분에 영양을 공급하는 각각의 관절로 온몸이 잘 결합되고 열결됩니다. 또한 각 기관이 알맞게 기능을 하여 온몸이 자라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사랑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진리입니다. 진리안에서의 사랑입니다. 참된 성장과 성숙은 사랑의 성장과 성숙입니다. 개인의 성장과 성숙은 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에 직결되어 있음을 봅니다.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몸인 지체들이기 때문입니다. 

 

‘혼자’서가 아니라 공동체 관계 안에서 ‘더불어’의 성장과 성숙의 구원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끊임없는 사랑의 회개를 통해 각자 섬김의 직무에 충실할 때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와의 일치도 깊어질 것이며 저절로 개인의 성장과 성숙도 뒤따를 것입니다. 고맙게도 이 거룩한 성체성사 사랑의 은총이 회개와 더불어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을 촉진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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