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5.25.토요일 성 베다 베네라빌리스 사제 학자(672/3-735) 기념일

사도16,1-10 요한15,18-21

 

 

 

 

세상에 속하지 않은, 주님께 속한 사람들

-주님의 제자들-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믿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정주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 정주하며 성령에 따라 사는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예수님은 물론 그의 제자들 및 모든 성인들 그리고 우리의 삶이 그러합니다. 세상에 살 되, 영원한 안식처, 정주처, 피신처인 하느님 안에 정주하는 주님의 제자들입니다. 주님 안에 정주할 때 비로소 세상의 빛, 세상의 소금이 될 수 있습니다.

 

빛이 꺼지면 세상은 어둠입니다. 소금이 없으면 부패를 막을 수 없습니다. 세상을 성화해야할 우리 믿는 이들이 속화되었다면 세상의 타락은 막을 수 없습니다. 참으로 세상이 아닌 주님께 속해 있을 때 빛과 소금의 역할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으며 거룩한 삶으로 세상을 성화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마지막 보루堡壘와도 같은 교회요 수도원이요 믿는 이들입니다.

 

이는 세상에 대한 멸시도 무시도 아닙니다. 참으로 주님 안에 속할 때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원래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던 세상이 죄로 인해 많이 부패되고 오염되었습니다. 하여 주님께 속한 사람들은 이런 세상의 양면을 직시하며 지혜로이 분별하며 자유롭게 하늘 나라의 실현에 최선을 다합니다.

 

오늘 분도회는 특별히 성 베다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7-8세기 영국 출신의 분도회 수도사제로 평생 수도원에 정주하면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분입니다. 신학자, 역사가, 연대기 학자로 단테의 신곡중 천국에 나오는 유일한 영국인입니다. 임종의 자리에서 끝마친 요한복음의 영역이고 고대 영어로 최후 심판에 관한 시를 썼습니다. 

 

주목할 사실은 죽는 그날까지 그리스도의 전사戰士답게 최선을 다해 분투하다 전사戰死했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에 살지만 주님께 속했기에 한결같이 거룩하게 빛나는 삶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삶은 영적전쟁이다. 사고사나 객사, 병사가 아니라 전사戰死해야 전사戰士다’라는 제 지론대로 주님의 전사답게 살다가 전사한 성 베다입니다.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깨어 불러주신 소명召命에 충실할 때 이런 복된 주님 전사戰士의 전사戰死일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시공을 초월합니다. 주님의 다음 말씀은 예수님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오늘날 우리 모두에 해당됩니다.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를 미워하는 것이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한 말을 기억하여라.”

 

믿는 이들은 주님과 운명공동체의 삶을 살아갑니다. 예수님은 믿는 이들의 운명이자 사랑입니다. 제자들에 대한 세상의 증오는 언제나 현실입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도 있듯이 부패한 세상이 소금같은 존재를, 어둠의 세상이 빛같은 존재를 싫어함은 바로 죄악의 경향입니다. 

 

믿는 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참으로 두려운 일은 세상에 사랑을 받는 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세상의 일부임을 드러내는 표지입니다. 예수님은 분명 “아니다. 내가 세상에서 너희를 뽑아냈다.”말씀하십니다. 다시 한번 주님은 우리들에게 종이 주인보다 높지 않음을 상기시킵니다.

 

그렇다 하여 다음 모습이 되어선 안될 것입니다. 점점 나빠져 가는 현대 세상에서 자주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믿는 이들은 세상에 의해 단지 무시되고 주목되지 않습니다. 주변 세상은 우리 교회와는 별도로 완전히 무관하게 흘러갑니다. 마치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말 그대로 존재감 없는 교회요 믿는 이들입니다. 세상에 속하지 않았다 하여 세상과 완전 유리된 이런 삶은 완전히 일탈된 삶입니다. 

 

새삼 세상 속속들이 침투해 가는 선교가 얼마나 본질적인 우리의 사명인지 깨닫습니다.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이라 했습니다. 세상을 떠난 소금같은, 세상을 떠난 빛같은 교회라면, 믿는 우리들이라면 존재 이유의 상실입니다. 하여 세상에 살되 세상에 속화되지 않고 세상을 성화할 수 있도록 주님 안에 날로 깊이 뿌리내리는 정주의 삶이 필수입니다.

 

바로 이의 빛나는 모범이 사도행전에서 ‘제2차 전도 여행’에 오른 바오로 사도입니다. 제1차 전도 여행때는 바르나바와 함께 했던 바오로가 이젠 디모테오와 함께 합니다. 바오로의 행적을 통해 그가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 속한 성령의 사람임을 다음 대목에서 확연히 깨닫습니다.

 

‘성령께서 아시아에 말씀을 전하는 것을 막으셨으므로, 그들은 프리기아와 갈라티아 지방을 가로질러 갔다. 미시아에 이르러 비티니아로 가려고 하였지만, 예수님의 영이 허락하지 않으셨다.’

 

루카가 전하려는 한 가지 신학적 사실은 분명합니다. 성령은 인간 주도로 결정된 온갖 방향을 차단하고 유럽으로 가는 길만을 남겨 놓았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께 뿌리를 두고 성령 따라 살면서 부단히 주님의 뜻을 찾는 일이 얼마나 본질적 삶인지 깨닫게 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께 속해 있음을 각인시켜 주시며, 우리를 정화하시고 성화하시어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으로 파견하십니다.

 

“온 세상아, 주님께 환성 올려라. 기뻐하며 주님을 섬겨라. 환호하며 그분 앞에 나아가라.”(시편100,1-2). 아멘.

 

  • ?
    고안젤로 2019.05.25 06:33
    매일 주님 안에 정주할 때 비로소 세상의 빛, 세상의 소금이 될 수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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