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향기로운 떠남 -평화의 선물-2020.5.12.부활 제5주간 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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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12.부활 제5주간 화요일                                                      사도14,19-28 요한14,27-31ㄱ

 

 

 

아름답고 향기로운 떠남

-평화의 선물-

 

 

 

어제는 참 아름답고 향기로운,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요즘 제 관심사는 아름다운 떠남입니다. 사랑의 향기를 남기고 떠나는 이름다운 떠남입니다. 언젠가 갑자기의 아름다운 떠남이 아니라 하루하루 아름다운 떠남이 모여 마지막 아름다운 떠남의 향기로운 죽음일 것입니다.

 

수도원 하늘길을 걷다보면 자주 뒤돌아 보게 됩니다. 뒤안길의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살아갈수록 저절로 뒤안길의 추억을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때때로 뒤돌아 볼 아름다운 뒤안길의 추억이 있다면 행복한 분들입니다.

 

식사후 산책중 피정온 자매와 만나 눈웃음과 목례를 나눈후 떠났다 뭔가 빠진 듯 하여 즉시 뒤돌아 섰습니다. 강복 주는 것을 잊은 것입니다. 참으로 뭔가 주고 싶어도 줄 것이 없을 때 강복을 주곤 합니다. 다시 만나 강복을 드리고 피정집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카톡사진을 찍어 드리니 얼마나 행복해 하던지요. 말그대로 행복의 바이러스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도반, 현재 원장수사의 21년전 친필 편지를 발견하여 나누니 이 또한 행복한 사랑의 나눔이었습니다. 주고 받은 카톡메세지를 소개합니다.

 

-“오늘 컴퓨터 손봐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뜻밖에 21년전 ‘아름다운 보물 편지’ 발견하고 새삼 ‘하느님 섭리의 은총’에 감사했습니다.”

 

“+주님의 평화!

존경하올 프란치스코 원장님께

사랑이 담뿍 담긴 편지 받고서 참 행복했습니다. 바쁘실텐데 이렇게 자상하게 마음써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종신서원과 부제품을 지나오니 생활의 변화는 크게 못느끼지만, 딱 한가지 제가 더욱 안정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마인라도 수사님과 모든 수사님들께도 안부전해주십시오. 그럼 끝으로, 신부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1999.1.27. 빠코미오 올림”-

 

편지글중 일부입니다. 참 아름답고 향기로운 편지였습니다. 이어 주고 받은 카톡 메시지입니다.

 

-“예나 이제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은 여전하네요. 이젠 이런 친필의 필체도 보기 힘들겠어요.”

“기억너머로 까맣게 사라진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컴퓨터 고쳐드리니 백배의 선물을 받게 되네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의 향기가 더욱 오늘을 행복하고 힘차게 살게 합니다. 과거는 현재로 현재는 미래로, 마치 하나의 ‘직선 길’이 아닌 굽이굽이 은총의 ‘곡선 길’로 이어져 있음을 봅니다. 최원장 수사가 19년전 만들어 준 제 자작 시집도 반가웠습니다. 시 한편 인용합니다.

 

-“꽃 졌다하여 끝난 것은 아니다

떠날 채비는 끝났다 민들레 홀씨 형제들!

언제 떠나 어디에 닿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임만이 알뿐이다

몇날 동안 참 행복했고 화려했다

이제 샛노랗게 빛났던 하늘 사랑 추억 씨앗마다 가득 담고

임바람 불기만 기다릴뿐이다

꽃졌어도 계속되는 생명 바로 영원한 생명이로구나

죽어 사라져도 끊임없이 사랑의 홀씨 나눴던 삶

죽음은 없다 영원한 삶이다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생명이다

떠날 채비는 끝났다”-2001.5.4.

 

만 19년전 시를 강론에 인용해 읽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 또한 행복한 은총의 선물입니다. 잘 살아야 잘 떠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짐이 아닌 사랑의 선물로 살다가 사랑의 선물로 사랑의 향기를 남기고 떠난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과 죽음이겠는지요!

 

오늘 말씀의 주제는 아름다운 떠남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 고별담화의 일부이고 독서는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선교를 마치고 안티오키아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떠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참으로 진인사대천명, 최선을 다해 활동하다가 떠나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모습들입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의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일어나 가자.”

 

평화의 고별선물을 남기고 떠나는 예수님의 떠나는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운지요. 세상에 분열이 아닌 일치의 평화를 남기고 떠나는 것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생략됬지만 ‘일어나 가자’ 씩씩한 예수님의 모습이 ‘하느님의 전사’다워 더욱 매력적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하루하루 아름다운 떠남의 날들인지요. 아름다운 떠남을 위해 좌우명이나 미리 생각한 임종어, 유언, 묘비명도 염두에 두고 살면 많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날마다 유언처럼 생각하며 쓰는 제 강론입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러할 것입니다. 사도행전의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선교활동에 최선을 다한 후 떠나는 모습은 얼마나 상쾌한 아름다움인지요.

 

‘그들은 제자들의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고 계속 믿음에 충실하라고 격려하면서,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그들은 선교활동을 위하여 하느님의 은총에 맡겨졌었는데, 이제 그들이 그 일을 완수한 것이다.’

 

예수님께는 돌아갈 ‘아버지의 집’이 있듯이, 바오로와 바르나바에겐 안티오키아 모교회 공동체가 있습니다. 궁극의 돌아갈 집이 있을 때 아름답고 행복한 떠남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안티오키아 모교회에 돌아와 하느님께서 함께 해 주신 모든 일과 또 다른 민족들에게 ‘믿음의 문’을 열어 주신 것을 보고할 때 교회공동체 형제들은 얼마나 기뻤겠는지요. 문득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시 마지막 연이 생각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잘 살아야 잘 떠남의 죽음입니다. 아름답게 선물로 살아야 아름다운 선물의 떠남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루하루 아름다운 선물로 살면서 아름다운 평화의 향기로운 선물을 남기고 떠나도록 도와 주실 것입니다. 제 좌우명 시 마지막 연대로 산다면, 아름답고 향기로운 떠남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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