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1.11. 주일(뉴튼수도원 62일째) 주님 세례 축일

                                                                                                           이사42,1-4.6-7 사도10,34-38 마르1,7-11


                                                                             낙원은 어디에                        

                                                                                -내적혁명-


오늘 역시 이런저런 단상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수도원은 물론 어디에나 있는 외로운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머물 집이, 잘 방이, 먹을 밥이 없어 가난이 아니라 하느님을 떠나, 말씀을 떠나, 사랑을 떠나 가난입니다.


"하늘아 들으라, 나는 말하리라. 땅아, 나의 말을 들으려므나. 나의 가르침은 빗발처럼 퍼지고 이슬처럼 방울져 흐르며, 햇풀위에 이슬비처럼 내리고 시들은 풀밭 위의 소나기처럼 내리리라."(신명32,1-2).


일상의 사막도 하느님을 찾아 만나면 '낙원의 충만'이 되지만 하느님을 떠나면 '허무의 늪'이 되어 버립니다.

낙원을 갈망하는 마음에 한자'(樂園)'로도 써보고 영어'(paradise)'로도 써봅니다. 사람은, 수도원은 세상 바다에 떠있는 섬이 아니라, 세상 안에 존재하며 세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니 세상의 축소판입니다. 여전히 사람이 문제입니다. 공동체 삶이 얼마나 복잡다난한지 깨닫습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법 없이 살 사람은 법 없으면 못 삽니다. 심성이 좋고 착하고 맑은 사람은 법이 지켜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은 적을수록 좋은 세상인데 갈수록 법이 많아지는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입니다.


참 불가사의한 존재가 사람입니다. 대부분이 종교인들이라는 나라인데 도대체 미래가,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갈수록 힘들어지고 어려워지니 말입니다. 빈부의 양극화로 인해 완충 작용의 역할을 해줄 건강한 중산층들이 사라지는 현실도 안타깝습니다. 집은 있지만 가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안식년이라 수도원을 떠나 있지만 결국은 수도원에서 먹고 자고 지냅니다. 가정에 초대되어 밥을 먹은 적도, 잠을 잔 적도 없습니다. 식사 대접도 대부분 음식점에서의 외식입니다. 


제 몸 하나 부지하기 힘든 각박한 세상입니다. 예전에는 잘 살든 못 살든 마을이 있었고 머물 집도 있었지만 이젠 잘 살 든 못 살든 머물 곳도 마땅치 않고 사람들 마음에 온기(溫氣)와 훈기(薰氣)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품격있고 격조있는 인격의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입니다. 집, 밥, 일, 돈, 몸의 기본적 생존 조건이 위협받으니 하루하루의 삶이 위태해 보입니다. 악의 세력이, 어둠의 세력이 창궐하는 듯 한데 딱 부러지게 잡아낼 수도 없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세상을 보면 온통 밀밭이 아니라 가라지밭 같습니다. 어제 읽은 기사 중 한 대목입니다.


-이 나라는 다시 '생존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옛날에는 훨씬 더 힘들었지만 모두가 함께했고 희망이 보였지만 지금은 혼자 싸워야 하고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의 불이 세대갈등, 계층갈등으로 옮겨붙는 중이다. 같은 시대를 산다고 해서 시대에 대한 기억이 같은 것은 아니다. 사람은 시대를 몸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현실 진단입니다. 말 그대로 절박한 '생존의 시대'입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자살이요 견디면 암입니다. 곳곳에서 살려달라 부르짖는 보이지 않는 소리가 들립니다. 생존의 어려움들로 미국 수도원에 있어도 카톡을 통해 이런저런 기도 부탁을 받습니다. 정말 영육으로 건강한 사람, 아니 육에 앞서 영으로 건강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적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안에 있습니다. 나라든 개인이든 안에서의 탐욕과 부패, 불의와 부정, 분열로 무너져 내렸지 밖의 침공으로 무너져 내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내적중심과 균형을 잃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면 누구도 도와 줄 수 없습니다. 결국은 중심의 문제입니다. 내적 중심에 따른 질서와 평화입니다. 어떤 환경에도 깨어 중심만 잃지 않으면 삽니다.


낙원은 어디에? 바로 길은 어디에? 질문과 같습니다. 낙원은, 길은 밖 어디에도 없습니다. 지금 여기가 낙원입니다. 지금 여기에 길이 있습니다. 지금 여기가 꽃자리 낙원입니다. 중심이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믿고 희망할 때 깨닫는 진리입니다. 내 자신이 세상의 축소판입니다. 정말 긴요한 것이 내적여정이요 내적혁명입니다. 


"As you are, so is the world(네 정도만큼의 세상이다)." 

수십년전에 읽은 글귀와 더불어 또 생각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The more spiritual-, the more real(영적일수록 실제적이다).“


진정 영성가가, 신비가가 되어야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믿는 이들은 모두 신비가로 살라고 부름을 받았습니다. 신비가에게는 지금 여기가 낙원입니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에 신비가가 되어 낙원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첫째, 하느님의 자녀임을 깨달으십시오.

우리 모두 이미 세례성사로 거룩함의 여정은, 신비가의 여정은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은 내 사랑이자 운명이 된 획기적인 전환점이 회개의 세례입니다. 주님께 세례 받음으로 바로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놀라운 기적입니다. 자연인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존엄한 품위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내 삶의 중심,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의미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뜻합니다. 오늘 날짜 1월11일과 마르꼬 복음 1장11절의 일치가 참으로 절묘하고 기막힙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딸), 내 마음에 드는 아들(딸)이다.“(마르1,11).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복음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물론 우리 역시 세례성사의 은총으로 하느님의 아들, 딸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하느님의 반석 위에 인생 집을 짓고, 하느님의 자녀로 사는 것입니다. 이래야 내적으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깨어 낙원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아담이 잃었던 낙원을 회복한 우리들입니다.


둘째, 끊임없이 회개의 삶을 사십시오.

세례성사의 결정적 회개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이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단지 내적여정이, 내적혁명이 시작되었음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내적여정은 내적혁명의 여정이요 바로 회개의 여정임을 뜻합니다. 한 번의 세례의 회개로 완성된 삶이 아닙니다. 삶은 은총이자 과제입니다. 은총에 따른 부단한 깨어있는 수행의 노력이 있어 하느님의 자녀로 성장, 성숙합니다. 끊임없는 회개가 늘 깨어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게 합니다. 


어제의 평범하나 강렬한 순간적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아, 이렇게 하면 은총을 받을 수 없지요.“

벨라도 수사님이 친절히 유리컵에 쥬스를 따라 주려는 찰나 유리컵을 거꾸로 들고 있던 저를 발견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유리컵을 바로 세운 후 따르는 쥬스를 받으며 한 말입니다. 

유리창이 투명하면 새들이 부딛혀 땅에 추락하는 경우가 있듯이 저도 유리잔이 투명하여 잠시 위 아래를 착각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아무리 하느님이 은총을 주셔도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있지 않아 낭비되는, 허비되는 은총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하느님 탓이 아니라 내 탓입니다.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 했습니다. 비상한 회개가 아니라 이렇게 제자리에서 하느님 향해 활짝 열린 바른 자세, 바른 마음으로 깨어 있는 것이 회개입니다. 이런 회개로 깨끗이 비워진 마음에 가득 차는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이런 회개가 진정 내적혁명이요 주위를 서서히 밝히면서 변화로 이끕니다.


셋째, 자비롭고 겸손한 삶을 사십시오.

자비와 겸손은 한 실재의 양면이요 함께 갑니다. 회개의 진정성을 보장하는 열매입니다. 이사야서의 예언은 예수님을 통해 성취되었지만 종국에는 우리를 통해 성취되는 것이 하느님의 소원이요 기쁨입니다.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지치지 않고 기가 꺾이는 일 없이, 마침내 세상에 공정을 세우리리, 모든 이들이 그의 가르침을 고대하리라.“


이런 이가 영성가이자 신비가입니다. 자비와 겸손, 인내와 공정의 신비가입니다. 그대로 주님의 종, 예수님을 통해 실현된, 우리를 통해 실현되어야 할 이사야 예언입니다. 자비와 겸손, 인내와 공정의 하느님이요 이런 하느님을 닮는 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자렛 출신 예수님께 성령과 힘을 부어 주셨고, 예수님은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하시고 악마에게 짓눌려는 이들을 모두 고쳐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하느님께서 회개한 우리와 함께 하시니 우리 역시 자비와 겸손, 인내와 공정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여기가 낙원입니다. 지금 여기에 길이 있습니다. 

1.하느님의 자녀답게 사는 것입니다. 

2.끊임없는 회개의 여정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3.하느님을 닮아 자비와 겸손, 인내와 공정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내적혁명의 여정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이렇게 당신처럼 살라고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우리의 사명을 환기시키십니다.


"주님인 내가 의로움으로 너를 부르고 네 손을 붙잡아 준다. 내가 너를 빚어 사람들의 빛이 되게 하였으니, 보지 못하는 이들의 눈을 뜨게 하고,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을 감방에서 풀어 주어라."(이사42,6-7).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83 사랑의 공동체-사랑밖엔 길이 없었네-2015.1.8. 주님 공현 후 목요일(뉴튼수도원 59일째) 프란치스코 2015.01.08 2598
1782 참된 안식(安息) 2015.1.9. 주님 공현 후 금요일(뉴튼수도원 60일째) 프란치스코 2015.01.09 371
1781 아름다운 인생-충만한 기쁨-2015.1.10. 주님 공현 후 토요일(뉴튼수도원 61일째) 프란치스코 2015.01.10 544
» 낙원은 어디에 -내적혁명- 2015.1.11. 주일(뉴튼수도원 62일째) 주님 세례 축일 프란치스코 2015.01.11 481
1779 복(福)된 운명-신비가의 삶-2015.1.12. 연중 제1주간 월요일(뉴튼수도원 63일째) 프란치스코 2015.01.12 328
1778 악령 추방 -말씀의 위력-2015.1.13. 연중 제1주간 화요일(뉴튼수도원 64일째) 프란치스코 2015.01.13 363
1777 삶의 중심-외딴곳의 기도처(祈禱處)-2015.1.14. 연중 제1주간 수요일(뉴튼수도원 65일째) 프란치스코 2015.01.14 419
1776 연민과 겸손 -참여형과 은둔형-2015.1.15. 연중 제1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66일째) 히브3,7-14 마르1,40-45 1 프란치스코 2015.01.15 696
1775 안식처: 2015.1.16. 연중 제1주간 금요일(뉴튼수도원 67일째) 프란치스코 2015.01.16 317
1774 예수님과의 우정(friendship with Jesus) 2015.1.17. 토요일(뉴튼수도원 68일째) 성 안토니오 아빠스(251-356)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1.17 348
1773 참 좋은 삶의 꼴: 2015.1.18. 연중 제2주일(뉴튼수도원 69일째) 프란치스코 2015.01.18 296
1772 깨달음의 기적들 -호수위를 걸은 프란치스코 신부-2015.1.19. 연중 제2주간 월요일(뉴튼수도원 70일째) 프란치스코 2015.01.19 475
1771 하느님 중심의 사랑-하느님이 먼저다-2015.1.20. 연중 제2주간 화요일(뉴튼수도원 71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0 361
1770 '소통(疏通)'의 주님-영원한 사제-2015.1.21. 수요일(뉴튼수도원 72일째)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1.21 369
1769 예수님의 공동체-오래된 미래-2015.1.22.연중 제2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73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2 640
1768 거룩한 삶의 놀이 -주님과의 친교와 우정-2015.1.23. 연중 제2주간 금요일(뉴튼수도원 74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3 299
1767 미쳐야(狂) 미친다(及) -제대로 미치야 성인(聖人)-2015.1.24. 토요일(뉴튼수도원 75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4 288
1766 파도타기(Surfing) 인생 -회개, 추종, 이탈-2015.1.25. 연중 제3주일(뉴튼수도원 76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5 367
1765 나눔의 기쁨:2015.1.26. 월요일(뉴튼수도원 77일째)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1.26 416
1764 새 가정 인류 공동체 -하느님의 영원한 꿈-2015.1.27. 연중 제3주간 화요일(뉴튼수도원 78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7 32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90 Next
/ 9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