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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5. 연중 제3주일(뉴튼수도원 76일째)

                                                                                                   요나3,1-5.10 1코린7,29-31 마르1,14-20


                                                                   파도타기(Surfing) 인생

                                                                      -회개, 추종, 이탈-


아침 영어미사 중 퇴장 성가 후렴이 은혜로웠습니다.

"My soul is longing for your peace, near to you, my God!“

(내 영혼 당신의 평화를 갈망합니다. 내 하느님! 당신 곁에 있는 내 영혼이옵니다.)' 

주님만이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요, 주님의 평화만이 우리 영혼에 안식을 줍니다.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밤사이 지금도 계속 내리고 있는 흰 눈이 얼마 안남은 제 귀국을 앞두고 하느님이 베풀어 주신 환송연 같습니다. 뉴튼수도원에 도착 며칠 후 내렸던 흰눈이 환영연과 참 좋은 대조를 이루니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요 행복입니다. 어제는 화창한 봄 날씨 같았는데 오늘은 흰눈 가득한 겨울이니 흡사 겨울 안에 봄이 있는 듯 합니다. 절망 속에 잉태되는 희망이요 죽음 속에 잉태되는 생명을 알리는 메시지입니다. 이런 깨달음이 파도타기 인생에 신선한 활력이 됩니다. 


모든 언어가 그렇지만 영어는 제게는 바다입니다. 중학교때부터 참 많이도 배웠는데 말하기와 듣기는 여전히 초보입니다. 반쪽 짜리 영어입니다. 어제 수도승 영성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도 새삼 영어는 바다임을 절감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대부분 사전 찾기를 포기하고 대략 전체의 내용만 파악합니다. 그러다 마지막 장에서는 사전을 찾았습니다. 두 쪽에 걸쳐 자주 나오는 단어가 마치 키워드(keyword)처럼 생각되었습니다.


'Surfing(서핑)!'

사전을 찾아보니 눈이 활짝 열리는 듯 했습니다. 'surfing(명사;1서핑, 파도타기. 2<컴퓨터>인터넷 상의 정보 탐색)'으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의 뜻이 환히 들어나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 결론처럼 끝나는 구절입니다.

'그것은 거룩한 시간, 성사적 만남이다. 그러나, 그래서 파도타기다(It was a holy time, a sacramental encounter. But then, so was surfing).‘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은 지체없이 '파도타기'로 정했습니다. 파도타기 인생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순리 따라 하느님의 흐름에 파도 타듯 순응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매 순간이 거룩한 시간이요 성사적 만남입니다. 너무 낙관할 것도 비관할 것도 없이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기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평범한 듯 하지만 바로 이것이 영성생활의 진수입니다. 진정한 영성가는 파도타기의 대가입니다.

 

여기 뉴튼수도원의 내부 공사도 한 고비를 넘어선 듯 합니다. 성전까지 가는 긴 회랑의 길이는 아마 100m는 될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이 가는 도중 'EXIT(출구)'라는, 밤낮 24시간 회랑 곳곳을 환히 밝히는 붉은 색 글자 표지판 12개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화재나 비상사태시 출구를 통해 탈출하라는 표지입니다. 저에겐 '회개하라', '탈출하라'는 하느님 자비의 표지로 다가옵니다. 


매순간 회개를 통한 하느님께의 탈출입니다. 살다보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진정한 출구는 회개를 통한 하느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깨달음 역시 일상의 파도타기 삶에 신선한 활력이 됩니다. 오늘 말씀 묵상 중 파도타기 인생은 '회개-추종-이탈'의 리듬따라 이뤄짐을 깨닫게 됩니다.


첫째, 주님께 돌아가십시오.

진부한 얘기 같지만 유일한 출구는 주님뿐입니다. 끊임없이 하느님 출구를 통한 탈출이 바로 회개입니다. 탈출의 여정, 회개의 여정은 바로 끊임없는 파도타기의 여정입니다. 개인적 회개와 더불어 공동체의 회개가 더욱 이상적입니다. 공동체적 응답의 회개가 절실합니다. 바로 미사전례가 공동체적 회개의 시간입니다. '전례는 기도의 시작이자 완성'이라는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오늘 복음 중 주님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은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한 현재성을 띤 말씀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 모두의 회개를 촉구하는 주님의 절박한 호소입니다.


"이제 사십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

요나의 회개 선포에 니네배 사람들은 즉각 회개로 응답합니다. 하느님을 믿고 단식을 선포하고 모두가 자루옷을 입습니다. 그들이 악한 길에서 당신께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시고 하느님께서는 마음을 돌리시어 재앙을 철회하십니다. 이런 공동체적 회개의 실천이 절실한 수도원이요 교회요 대한민국입니다. 


둘째, 주님을 따르십시오.

회개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회개는 주님을 추종함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요나의 회개 실천의 동선(動線)이 좋은 모범입니다.


-주님의 말씀이 요나에게 내렸다. "일어나 저 큰 성읍 니네베로 가서, 내가 너에게 이르는 말을 그 성읍에 외쳐라." 요나는 주님의 말씀대로 일어나 니네베로 갔다.-


요나 예언자의 순종과 주님을 추종함이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말씀을 듣자 '일어나-가서-외치는' 요나의 추종의 동선이 뚜렷합니다. 안주하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님을 따라 가서 내 삶의 현장에서 회개의 복음적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의 회개 선포에 이은 갈릴래아 어부들의 추종이 감동적인 본보기입니다. 회개를 통해 일상의 무의미한 삶에서 탈출하여 주님을 따라나선 어부들인 시몬과 안드레아 형제, 야고보와 요한 형제입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새삼 회개를 통한 주님을 따라 나섬이 우리의 유일한 '출구(EXIT)'임을, 주님을 부단히 따를 때 성공적인 파도타기 인생임을 깨닫습니다.


셋째, 이탈의 삶을 사십시오.

회개와 주님 추종의 자연스런 열매가 이탈의 삶입니다. 

주님만이 온 삶의 목표요 전부이기에 저절로 무집착의 이탈의 삶이 됩니다. 주님께 집착(attachment)함으로 세상으로 부터의 이탈(detachment)입니다. 주님이 모두(everything)가 될 때 세상의 모두는 아무 것도 아닌 것(nothing)이 됩니다. 세상의 부정이나 무시가 아닌 세상사로부터의 초연함을, 이탈을 말하는 것입니다. 과연 바오로 사도가 이탈의 모범이요 파도타기의 대가입니다. 


"이제부터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바로 세상 것들에 집착함이 없이 이탈의 파도타기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고 세상의 형체는 사라지고 있음을 직감한 바오로 사도의 종말론적 삶의 권고입니다.


언어만 바다가 아니라 시간도 바다입니다. 계속 파도치는 바다입니다. 아, 이 끝없는 시간바다에서, 인생바다에서 익사하지 않고 살 길은 파도타기의 기술을 익히는 것뿐입니다. 어쨌든 감사하게도 지금 여기까지 나름대로 파도타기하며 살아 온 우리들입니다. 


1.회개하십시오. 2.주님을 따르십시오. 3.이탈의 삶을 사십시오. 


끊임없는 회개-추종-이탈의 삶이 성공적인 파도타기 인생을 살게 할 것이고 마침내 하느님 목적지에 도달하게 해 줄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성공적 파도타기 인생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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