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5. 수요일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672/5-754) 기념일 

사도20,28-38 요한17,11ㄷ-19

 

 

 

성화聖化의 여정

-진리의 말씀으로 거룩해지는 삶-

 

 

 

요즘 수도원에 단체 피정 오시는 분들에게 저의 첫 일성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아버지의 집, 본향집인 수도원에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은 참 행복한 분들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 예수성심성월에, 가장 아름다운 곳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에, 가장 아름다운 예수님을 만나,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로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여러분들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분들입니다.”

 

서두를 이렇게 시작하면 모두 가득 웃음 띤 행복한 얼굴로 반응합니다. 기도에 대한 강의는 주로 수도영성을 소개한 후,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자작 좌우명 시를 함께 낭송 기도로 바친 후, 다시 구체적으로 기도에 대한 체험적 강의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날 때는 “행복기도”, 일명 “예닮기도”의 합송으로 강의를 마칩니다.

 

강의하면서 정말 기도가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살기위하여, 영혼이 살기 위하여 살 길은 기도뿐이 없습니다. 혹자는 운동은 취미가 아니라 생존이라 했는데 정말 생존을 위해 기도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떠 있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불안하게 쫓기듯 살아갑니다. 여유와 내적평화가 없고 차분하지가 못합니다.

 

새삼 기도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끊임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를 통하여 예수님을 닮아감으로,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중심, 삶의 의미이신 하느님을 확고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하느님을 잊음이 모든 불행의 근원입니다. 바로 예수님을 통한 이런 하느님과 기도의 소통이 생명이요 사랑입니다. 

 

우리 삶은 무의미하고 허무한 여정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목적지 뚜렸한 순례 여정입니다. 바로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은 그대로 성화의 여정입니다. 날로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을 닮아감으로 거룩해 지는 성화의 여정, 바로 여기 답이 있습니다.

 

어제에 이어 예수님의 고별기도가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너무나 간절하고 절실합니다. 예수님 당시 제자들을 위한 기도는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당신의 제자들인 우리 모두를 향하고 있습니다. 흡사 ‘주님의 기도’와 일맥상통하면서 그의 완결판 같기도 합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로 시작하여 “이제 아버지께 갑니다”말씀하시는 예수님은 아버지께 가기 전 제자들을 위해 필수적인 것을 아버지께 간청합니다. 역시 우리가 궁극의 갈 곳도 예수님처럼 아버지임을 새롭게 확인합니다. 예수님의 간청 사항은 그대로 우리에게 절실한 것들입니다.

 

1.‘하나가 되 달라’는 일치를 위한 기도입니다. 세상 곳곳이 분열과 분쟁, 불화로 가득합니다. 세상을 떠나며 일치의 선물을 남기시며 이를 위해 지금도 기도하고 계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이야말로 일치의 중심이며 이를 위해 우리도 기도해야 합니다.

 

2.‘보호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제자들을 지키고 보호했다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참으로 아버지께서 지켜 주셔야 살 수 있는 우리들이요 생존을 위해 아버지의 보호를 청하는 기도는 필수입니다.

 

3.‘충만한 기쁨을 누리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고통이 없어 기쁨이 아니라 고통중에도 넘치는 기쁨의 선물입니다. 고통을 압도하는 기쁨입니다. “저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은 당신의 심정을 밝힙니다. 새벽에 읽은 연미사를 청하는 내용과 함께 슬프면서도 파스카의 기쁨이 가득한 감동적인 메시지의 일부입니다. 

 

“요셉 오빠는 자신의 죽음을 수용하면서 1주일 전부터 곡기를 끊고 영양제도 맞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수련한 마음공부를 삶으로 실행하면서 임종준비를 하였습니다. 제가 오빠에게 기뻤을 적이 언제였는가 물었을 때 오빠는 ‘늘 기뻤고 감사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극심한 고통중에도 파스카의 예수님께서 주신 충만한 기쁨과 평화의 선물임이 분명합니다.

 

4. ‘악에서 지켜달라’는 기도입니다.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고 하느님께 속한 믿는 이들의 신원입니다. 그러니 세상에서 데려가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악에서 지켜달라는 기도가 맞습니다. 그대로 악에서 구해달라는 주님의 기도와 통합니다. 예수님의 기도에 호응하여 우리도 악에서 지켜주십사, 구해 주십사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의 은총만이 세상 악에 대한 유일한 처방입니다.

 

5.‘진리로 거룩하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진리가 우리를 거룩하게 합니다. 진리로 거룩해지면서 예수님을 닮아가는 성화의 여정입니다.

 

6.‘파견에 충실한 삶을 살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거룩하게 하신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인 우리들을 거룩해지게 하시려고 당신을 거룩하게 하셨다고 말씀하십니다. 거룩하게 성화되어 이리 떼 세상에 파견되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한 성화은총으로 거룩한 존재가 되어 세상에 파견되는 우리들입니다.

 

좋은 신자가 아니라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신자가 참으로 필요로하는 세상입니다. 성화은총의 빛나는 모범이 사도행전의 바오로입니다. 진리로 날로 거룩해질 때 적대적인 세상에서 안전할 수 있습니다. 모든 죄악에서 안전히 보호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진리로 거룩해지는 삶 하나뿐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다음 감동적인 고별사에서 진리의 말씀으로 거룩해진 그의 삶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이제 나는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그분의 말씀은 여러분을 굳건히 설 수 있고, 또 거룩하게 된 모든 이와 함께 상속재산을 차지하도록 여러분에게 그것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의 은이나 금이나 옷을 탐낸 일이 없습니다. 나와 내 일행에게 필요한 것을 이 두 손으로 장만하였다는 사실을 여러분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말씀의 진리로 굳건히 선 거룩한 삶이기에 바오로 사도의 이런 사랑과 연대, 무욕과 청빈, 근면과 검소의 삶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바오로는 무릎을 꿇고 에페소 교회 원로들과 기도하였고, 그들은 모두 흐느껴 울면서 바오로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춥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고별장면입니다. 

 

예닮영성의 모범이 바로 바오로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 보니파시오 순교자 역시 예닮영성의 모범입니다. 주님 사랑 때문에 복음 선포에 전념하다 순교한 거룩한 성인입니다. 우리 역시 모두 예수님을 닮아가는 성화의 여정에 불림받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진리의 말씀이 우리를 거룩하게 합니다. 끊임없는 말씀공부와 실천이 성화의 여정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의 성화은총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어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주님, 당신 말씀은 진리이시니,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하소서.” 아멘.

 

 

  • ?
    고안젤로 2019.06.05 09:55
    끊임없는 말씀공부와 실천이 성화의 여정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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