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7.토요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1207-1231) 기념일

3요한4-9 루카18,1-8

 

 

“지상에서 천국을 살고 싶습니까?”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

 

 

십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생생한 시의 추억입니다. 썼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진리는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새롭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살 수 있는 비밀을 엿본 느낌입니다. 하나는 15년 전 이때쯤 썼던 ‘땅이 하늘이 되었다!’는 시이고 하나는 17년 전 봄에 썼던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 수 있겠네!’ 라는 시입니다.

 

-별들이/땅을 덮었다

 땅이/하늘이 되었다

 단풍나뭇잎들/하늘향한/사모思慕의 정情 깊어져

 빨갛게 타오르다가

 마침내/별들이 되어/온 땅을 덮었다/땅이 하늘이 되었다!

 오/땅의 영광/황홀한 기쁨---

 죽음도 축제일 수 있겠다-2005.11.-

 

-어/땅도 하늘이네!

 구원은 바로 앞에 있네

 뒷뜰 마당/가득 떠오른/샛노란 별무리/민들레꽃들

 땅에서도/하늘의 별처럼/살 수 있겠네!-2001.4-

 

‘땅이 하늘이 되었다!’,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 수 있겠네!’ 바로 지상에서 천국을 살 수 있음을 상징하는 구절입니다. 살 줄 알면 오늘 지금 여기가 바로 하늘 나라 천국입니다. 얼마전 써놨던 행복기도문중 다음 연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주님/눈이 열리니/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순전히 기도의 힘입니다. 기도는 사랑입니다. 테크닉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소통입니다. 그러니 기도해야 영혼이 삽니다. 영혼이 살아야 육신도 삽니다. 기도 없어 하느님과 불통일 때 영혼도 영성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육적 본능의 욕망만 남아 내면은 황폐화됩니다. 기도해야 비로소 사람입니다. 기도해야 비로서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모상이 실현되면서 비로서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참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합니까? 바로 복음의 과부처럼 결코 포기함이 없는 끈질긴 자세로 기도해야 합니다.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분도 성인도 하느님의 자비에 절대로 실망하지 마라 하셨습니다. 낙심하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 간절히 항구히 기도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영적전투의 핵심입니다. 하느님과의 싸움입니다. 끝내 불의한 재판관의 항복을 받아낸 과부입니다. 과부야 말로 배경없고 힘없는 자의 전형이 아닙니까? 마지막 배수진을 치고 온몸, 온맘을 다해 기도한 과부입니다. 참으로 과부의 지칠줄 모르는 영적탄력의 믿음이 놀랍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주목할 말마디가 있습니다. 4회 반복되는 ‘올바른 판결’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뜻에 맞은 것을 청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모두를 청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하나 하느님의 뜻을 청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되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 볼 수 있겠느냐?”

 

기도와 믿음은 함께 갑니다. 기도의 힘은 바로 믿음의 힘이자 하느님의 힘입니다. 겨자씨만한 믿음만 있어도 산을 옮깁니다. 거품 믿음이 태반이란 이야기입니다. 우리 믿음을 살펴보게 하는 말씀입니다. 언젠가 갑자기 일확천금 같은 믿음의 선물은 없습니다.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를 통한 믿음의 내공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주님의 전사는 기도의 전사이자 믿음의 전사입니다. 죽는 날 까지 기도의 싸움을 해야 하는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 기도의 전사, 믿음의 전사인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의 상징적 모범이 오늘 복음의 과부입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우리의 믿음의 여정에 최고의 도반이자 전우는 주님이십니다. 여기서 저는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의 놀라운 은총의 선물을 소개합니다.

 

첫째, 날로 주님과 깊어지는 우정입니다. 

비로소 참행복과 기쁨의 삶입니다. 기도를 통해 영원한 도반이자 길벗인 주님과의 우정이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내적힘의 원천입니다. 주님과의 우정이 깊어지면서 믿음도 희망도 사랑도 성장, 성숙하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여정과 더불어 날로 주님과 깊어가는 우정, 바로 여기 행복과 기쁨이 있습니다. 

 

세상에 주님과의 우정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늘 제1독서 바오로에게 칭찬 받는 환대의 사람, 가이오가 그 모범입니다. 이런 사랑의 환대는 바로 주님과 우정의 표현입니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길을 나선 순례자와도 같은 사람들을 돌보아 주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수도원을 찾아 오는 이들도 여기에 속합니다. 아니 믿음의 여정중에 있는 믿는 이들 모두가 그리스도를 위해 길을 나선 사람들이니 사랑의 환대는 필수입니다. 이렇게 사랑의 환대를 통해 우리는 진리의 협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진리의 협력자’란 호칭이 참 자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참으로 행복하고 기쁜 삶, 누구나 소망하는 삶일 것입니다. 방법은 단 하나, 주님과의 우정을 깊이하는 것입니다. 하여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입니다. 삶의 허무와 무의미에 대한 유일한 처방입니다. 

 

둘째, 날로 주님과 깊어지는 일치입니다.

비로소 참 아름답고 기품있고 향기로운 매력적인 삶입니다. 기도하는 사람만 살아남습니다. 삶은 영적 전쟁입니다. 살아있는 한 영적전쟁에서 제외될 자 아무도 없습니다. 최상, 최고의 영적 무기가 바로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입니다. 또 기도와 삶은 함께 갑니다. 기도하는 만큼 살고 사는 만큼 기도합니다.

 

기도는 사랑입니다. 기도하면서 사랑의 주님을 닮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남는 얼굴은 기도한 얼굴인가 기도하지 않는 얼굴인가 둘 중 하나입니다.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로 날로 주님께 가까워져 주님을 닮아갈 때 비로소 아름다운 영혼의 얼굴입니다. 기품있고 향기롭고 매력적인 삶입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기품있고 향기로운 매력적인 삶, 누구나 소망하는 삶일 것입니다. 방법은 단 하나, 주님과 일치의 사랑을 깊이하는 것입니다. 날로 주님과 가까워져 주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마지막 우리를 만날 때 천국 입장시 확인하는 분별의 잣대는 단 하나, 당신을 닮았나 안닮았나 하는 것입니다. 하여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입니다.

 

셋째, 날로 무지로부터의 해방입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 하나뿐입니다. 병중의 병이, 악중의 악이, 죄중의 죄가 무지입니다. 모든 불행의 근원이 무지입니다. 교만, 탐욕, 어리석음, 분노, 두려움, 불안 모두의 뿌리가 무지입니다. 무지에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그러니 무지에 대한 최고의 처방 치유제는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입니다. 이런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아감으로 비로소 무지로 부터의 해방입니다. 원하는 부수적인 것들은 다 떨어내고 필요한 본질적인 것만 남습니다. 비로소 성취되는 자유와 지혜입니다. 이 때 하느님의 뜻과 우리의 뜻은 일치되니 저절로 주님의 올바른 판결의 처방입니다. 

 

참으로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 누구나 소망하는 삶일 것입니다. 방법은 단 하나, 주님을 알고 나를 알아가는 깨달음의 여정, 앎의 여정에 항구하는 것입니다. 깨달음의 빛이 무지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날로 주님과 나를 깨달아 알아가면서 비로소 무지로부터의 해방이요 참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입니다.

 

참 좋고 고마운 주님의 매일미사 은총입니다. 주님의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과 우정을, 일치를 깊이해 주시고 무지로부터 해방시켜 주시어 참으로 행복하고 기쁜, 아름답고 향기로운,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살게 해 주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계명을 큰 즐거움으로 삼는 이! 올곧은 이들에게는 어둠 속에서 빛이 솟으리니, 그 빛은 너그럽고 자비로우며 의롭다네.”(시편112,1ㄴ.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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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8.11.17 08:10
    주님, 저희가 포기함이 없이 끊임 없는 자세로 간절한 기도를 통해
    주님과 관계를 깊게하여 하느님의 모상으로 참사람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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