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8.15. 수요일 성모 승천 대축일 

묵시11,19ㄱ-;12,1-6ㄱㄷ.10ㄱㄴㄷ 1코린15,20-27ㄱ 루카1,39-56



오, 우리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쁨, 평화, 희망-



“왕후가 당신 우편에 서 있나이다.”


방금 우리는 성모 승천 대축일, 화답송 후렴을 흥겹게 노래했습니다. 아침 성무일도 역시 장엄한 초대송으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오늘 그리스도의 모친 마리아, 하늘에 오르셨으니, 어서와 조배드리세.”


전례의 아름다움은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반영합니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감동케 하고 마음을 정화합니다. 이어지는 찬미가는 얼마나 깊고 아름다웠는지요. 다시 한번 소개하고 싶습니다.


-동정녀 태양광채 옷삼으시고/열두별 머리위에 두르셨으며

 저달을 발판삼아 우뚝서시니/당신의 높은 광채 찬란하도다


 죽음과 지옥권세 정복하시고/우리를 돌보시는 성모마리아

 저하늘 주님곁에 앉아계시니/천지가 여왕으로 찬양드리세-


바로 제1독서 묵시록에서 계시되는 성모님의 모습에 바탕한 찬미가입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바로 하느님의 승리, 성모님의 승리를 상징합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의 공통주제도 하느님의 승리입니다. 성모님의 승천이야말로 우리 믿는 이들의 복된 미래를 보여주며 빛나는 희망과 구원의 표지가 됩니다. 광야순례여정에 지친 우리에겐 한없는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다시 용기백배하여 영적전쟁에 승리의 삶을 살게 합니다.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이자 우리 나라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광복절입니다. 한국교회의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과 사랑은 각별합니다. 1838년 12월, 제2대 조선 대목구장 앵베르 주교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한국교회의 주보성인으로 정해줄 것을 청했고,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이 이를 승인함으로써 성모 마리아는 한국교회와 한민족을 돌보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새삼 한국교회와 한민족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각별한지 새삼 감격하게 됩니다. 이처럼 8월15일, 성모 승천 대축일과 광복절이 겹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하느님의 깊은 구원섭리임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은 동정 성모 마리아뿐 아니라 믿음으로 승리의 삶을 살았던, 또 살고 있는 모든 어머니들의 축일로 경축하고 싶습니다. 저는 감히 오늘을 성모 승천 대축일뿐 아니라 우리 어머니들의 축일이라 칭합니다. 


저는 모든 어머니들 안에서 성모님을 보며 성모님 안에서 모든 어머니를 봅니다. 저는 어머니가 그리울 때 마다 마리아 성모님을 찾습니다. 13년전 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3개월전에 써놓은 ‘어머니를 그리며’라는 시를 나누고 싶습니다.


-남들은 내가 효자일거라 생각하는데

 솔직히 말해 난 효자가 못된다

 어머니를 닮아 붙임성도 없고 무뚝뚝한 편이다

 이건 어머니도 인정하신 거다

 어머니는 전형적인 조선여자같은 분이셨다

 애교나 아양은 거의 없었지만

 강인한 의지에 아주 지혜로운 분이셨다

 심한 밭일에 몸많이 피곤하여

 밤에 끙끙 앓으셔도

 아프다는 내색 하나 않으셨다

 아버지 원망하는 말 하나 들은 적 없고

 큰소리 내셔서 다투거나

 화내신 적 한 번도 본 적 없다

 매번 우등상을 타와도 덤덤하실뿐

 칭찬 한 번 하신 적도 없다

 돼지키워 자식들 학비도 대셨고

 장마다 계란 모아 팔아 꼭 찐빵도 사다 주셨다

 사실 오십 년대 육십 년대는 모두가 가난했지

 그러나 마음은 참 부자였고 행복했다

 어려워도 내 전과서며 학용품은

 꼭꼭 잘도 사주셨던 어머니

 초등학교 시절

 무척이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나

 일년에도 아마 열 번은 크레용을 샀을 거다

 그 흔한 종교나 신앙없이도

 한결같이 사셨던 어머니

 삶자체가 기도였고 신앙이셨다

 이리저리 감정이 연약하게 흔들렸던 분이셨다면

 그 험한 세월에

 다섯 남매 어떻게 키웠을 것인가

 ‘외롭다’거니 ‘그립다’ 거니

 감정 표현 없이도

 흔들림 없이 꿋꿋이 가정을 지켜오신 어머니

 내 수도원 들어올 때도 극구 만류하셨다

 “왜 이제 살만하게 되었는데

  또 고생길에 접어드느냐?”고

 그러다 하루 지나 내 방에 들어오셔서

“얘, 수철아, 네가 좋아하면,

 수도원 들어가라.”고 허락해 주셨다

 사실 어머니는 은연중

 막내인 나와 살고 싶어 하셨다

 지금은 극도로 쇠약해 지셔서

 온종일 방에 누워계신 어머니

 정신은 여전히 맑으시고 마음도 고요하시다 

 그냥 계시기만 해도 좋은 어머니

 ‘신 마리아’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나이 들어 철이 났다 보다-2005.3


새삼 옮겨 써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50-60년대 우리 어머니들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가족을 위해 헌신적 사랑의 삶을 사셨던 우리 옛 어머니들 역시 하느님께서 승천의 은총을 베푸시어 성모 마리아와 함께 영복을 누리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마리아 성모님 안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어머니 안에서 마리아 성모님을 만나는 우리들입니다. 끊임없이 묵주기도를 바치며 깨닫는 진리입니다. 우리 마리아 성모님의 참 좋은 세 면모를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우리 마리아 성모님은 ‘기쁨의 어머니’이십니다.

기쁨은 성덕의 표지입니다. 심각함이나 우울은 하느님께 대한 모독이며 정말 신자들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모든 것 다 갖췄는 데 기쁨이 빠져 있다면 얼마나 공허하겠는지요. 믿는 이들의 빛나는 특징이 기쁨입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항상 기뻐하라’ 권고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복음의 기쁨’, ‘사랑의 기쁨’,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는 제목의 권고에서 보다시피 온통 기쁨에 초점이 있습니다. 


찬미의 기쁨입니다. 하느님 찬미가 기쁨의 샘입니다. 찬미를 통한 주님과의 만남이 바로 기쁨의 비결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니피캇을 노래하는 마리아 성모님, 기쁨의 어머니였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기쁨입니다. 매일 평생 끊임없이 성모님과 함께 이 마니피캇을 노래하는 우리들입니다. 아침 성무일도 첫째 후렴과 마리아의 노래 후렴도 온통 기뻐할 것을 강조합니다.


“기뻐하라. 오늘 동정녀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도다.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다스리시는도다.”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으니, 천사들이 기뻐하며, 주를 찬미하는도다.”


둘째, 우리 마리아 성모님은 ‘평화의 어머니’이십니다.

평화 역시 성덕의 표지입니다. 주님이, 성모님이 원하시는바도 평화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첫선물도 평화였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선물받은 주님의 평화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갖췄는데 역시 평화가 없다면 얼마나 공허하겠는지요.


우리는 성모님을 ‘평화의 모후’라 부릅니다. 하느님은 성모 마리아를 통해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냈고, 오늘날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통해 온 인류에게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라고 권고합니다.


특히 파티마의 성모님은 발현하실 때 마다 주신 메시지는 세계 평화였습니다. 이번 성모승천 대축일을 맞이하여 서울 대교구장이 주신 메시지도 평화였습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이라는 제하에 주로 평화에 관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어머니이신 성모님은 모든 이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원하십니다. 어떤 처지에서든지 평화를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끝으로 대교구장님의 메시지는 다음 기도로써 끝맺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의 위로자이신 성모 마리아님! 이 땅에 평화가 함께 하기를 하느님께 전구해 주소서, 아멘.”



셋째, 우리 마리아 성모님은 ‘희망의 어머니’이십니다.

희망 역시 성덕의 표지입니다. 그래서 희망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입니다. 진정 믿는 사람들은 희망의 사람들입니다. 절망이 대죄이며 정말 하느님께 어울리지 않는 것이 절망입니다. 모든 것 다 갖췄는데 역시 희망이 없다면 참 암담할 것입니다. 아침성무일도 두 번째 후렴에서도 성모님은 빛나는 희망의 표지로 환히 드러납니다.


“동정녀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도다. 그곳에 왕중의 왕께서 별빛 찬란한 옥좌에 앉아 계시는도다.” 


성모님이야 말로 희망의 어머니이십니다. 애오라지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사신 어머니였기에 온갖 고통을 겪어내실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마니피캇 노래 역시 찬미의 기쁨은 물론 희망의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궁극의 승리를 믿었기에 희망에 지칠 줄 몰랐던 마리아 성모님이셨습니다. 오늘 감사송도 하늘에 오르신 마리아 성모님이 우리의 희망과 위안의 빛나는 표지임을 웅변합니다.


“오늘 하늘에 오르신 분, 하느님을 낳으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완성될 주님 교회의 시작이며 모상으로서, 이 세상 나그넷길에 있는 주님의 백성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안을 보증해 주셨나이다.”


마리아 성모님은 늘 아드님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되어 기쁨의 어머니, 평화의 어머니, 희망의 어머니로 사셨습니다. 우리 또한 마리아 성모님을 통해 주 예수님과 일치가 깊어질수록 기쁨과 평화, 희망의 사람들로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을 닮아 성모님처럼 기쁨의 사람, 평화의 사람, 희망의 사람으로 살게 하십니다. 아멘.

  • ?
    안젤로 2018.08.15 08:18
    마리아여, 당신을 통해 세상에 구원이 오고, 주님 앞에 영광을 누리시니 정녕 복되시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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