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27.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사도4,13-21 마르16,9-15

 

 

 

늙어도 낡지는 맙시다

-파스카의 삶, 복음 선포의 삶-

 

 

 

아침성무일도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새롭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더라도 주님을 위해서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도 주님의 것이고 죽어도 주님의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자의 주님도 되시고 산 자의 주님도 되시기 위해서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 나셨습니다.”(로마14,8-9)

 

바로 이것이 파스카의 영원한 삶입니다계속되는 파스카의 축제입니다. 화사한 봄꽃들 진 꽃자리마다 신록의 잎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늦 봄비가 내리니 날씨는 쌀쌀해졌지만 온통 분위기는 싱그럽고 향기롭습니다. “최고 좋음-공기 상태 최고! 건강하세요!” 휴대폰에 맨먼져 떠오른 메시지입니다. 봄비의 하늘 은총에 온통 새로워진 신록의 초목들에 봄꽃들입니다. 얼마전 써놨던 시에다 예전 써놨던 시를 붙여 봤습니다.

 

-“봄비에

  촉촉이 젖은 대지/어머니의 품

  흙내음/풀내음/꽃내음/참 향기롭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하늘 은총

  내 딸 아이 하나 있다면/이름은 무조건 봄비로 하겠다.”-

 

봄비의 하늘 은총이 상징하는 바 파스카의 은총입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파스카의 은총이 우리 모두 빛나는 신록의 영혼으로 살게 합니다. 참으로 부활하신 파스카의 은총이 우리를 복음 선포의 참 일꾼으로 만듭니다. 

 

어제 오늘 사도행전에 관한 주석을 읽으며 공감한 내용입니다. 

‘우리 교회는 최고의 지성인들과 완전 문맹의 사람들이 공존한다. 그러나 모두가 하느님을 알고 사랑할 수 있다. 모두가 똑같은 최고 수준의 관상가, 신비가, 성인이 될 수 있다.’라는 글이었습니다. 

 

신학공부를 많이 해서 주님을 아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참으로 깊이 사랑할 때 주님을 압니다. 참으로 파스카의 주님을 사랑할 때 주님을 알게 되어 무지로부터 해방되고 지혜롭고 겸손한 사람이 됩니다. 참으로 우리를 새롭고 싱그럽고 향기롭게 하는 파스카의 은총입니다. 며칠전 읽은 내용도 공감이 되어 나눕니다. “늙지만 낡지는 맙시다”라는 주제에 늙음과 낡음의 비교가 흥미로웠습니다.

 

“곱게 늙어가는 이를 만나면 세상이 참 고와 보인다. 늙음 속에 낡음이 있지 않고, 도리어 새로움이 있다. 곱게 늙어가는 이들은 늙지만 낡지는 않는다. 늙음과 낡음은 글자로는 한 획의 차이 밖에 없지만 그 품은 뜻은 정반대의 길을 달릴 수 있다. 늙음이 낡음이라며 삶은 곧 ‘죽어감’일 뿐이다. 늙어도 낡지 않는다면 삶은 나날이 새롭다.”

 

세워흘러 나이들어 늙어도 낡지 않고 나날이 새롭게 하는 것이 바로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파스카의 은총입니다. 파스카의 은총이, 파스카의 기쁨이, 파스카의 삶이, 바로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늙어도 낡지 않게 합니다. 신록의 영혼으로, 신록의 생명으로, 신록의 기쁨으로 살게 합니다. 

 

‘사람의 얼굴은 각자가 평생 그려온 그림’이라 합니다. 늙어도 낡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에는 파스카의 은총이 답입니다. 파스카의 은총으로 희망과 기쁨, 감사와 평화의 삶을 살 때 늙어도 낡지 않는 아름다운 얼굴입니다. 바로 자주 소개해 드린 ‘행복기도’가 생활화될 때 늙어도 낡지 않은 삶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무지에 대한 답도 파스카의 은총 하나뿐입니다. 누누이 강조하는 바 무지의 병입니다. 오늘 복음 사가도 제자들의 무지를 강조합니다. 한결같이 주님 부활 소식을 듣고도 믿지 않았음을 반복하여 강조합니다. 무지에서 기인하는 무신無信이요 불신不信입니다. 이건 당시 제자들만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마침내 열한 제자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그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습니다. 무지에서 기인하는 불신과 완고한 마음입니다. 분명 부활하신 주님을 만남으로 이들의 무지의 병은 치유되었을 것입니다.

 

사도행전의 제자들도 좋은 본보기입니다. 유다 지도자들과 원로들과 율법 학자들은 베드로와 요한의 담대함을 보고 또 이들이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임을 알아차리고 크게 놀라워 합니다. 

 

바로 부활하신 주님의 파스카의 은총이 이들을 지혜롭고 담대한 사람으로 만든 것입니다. 파스카의 은총으로 무지의 어둠에서 해방되니 두려움도 불안도 없어진 것입니다. 진리와 생명의 빛 속에 살게 하는 파스카의 은총입니다. 그들은 사도들을 불러 예수님의 이름으로는 절대 말하지도 말고 가르치지도 말라고 지시하지만 이들을 확신에 넘쳐 다음과 같이 고백하며 거부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하느님 앞에 옳은 일인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자들처럼 파스카 은총의 사람들은 무지의 어둠에서 해방되었기에 진리에 복종합니다. 파스카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참으로 지혜롭고 겸손하고 용기있는 진리의 사람들임을 깨닫습니다. 영국 헨리 8세 시절 왕의 부당함을 충언하다 교수형을 받은 토마스 모어의 “나는 왕의 좋은 종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우선입니다The King’s good servant but God’s first).”라는 고백도 생각납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파스카의 은총뿐입니다. 늙어도 낡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도 파스카의 은총뿐입니다. 파스카의 삶은 복음 선포의 삶과 직결됩니다. 아니 늘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삶자체보다 더 좋은 복음 선포도 없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무지의 어둠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파스카의 삶에 항구할 수 있게 하시며 복음 선포의 사명을 부여하십니다. 우리 삶의 자리 오늘 지금 여기가 온 세상의 중심이며 복음 선포의 현장입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16,15ㄴ). 아멘.

 

 

  • ?
    고안젤로 2019.04.27 10:39
    "우리 삶의 자리 오늘 지금 여기가 온 세상의 중심이며
    복음 선포의 현장 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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