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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14. 사순 제3주간 토요일                                                                                                                        호세6,1-6루카18 루카18,9-14


                                                                                                   기도는 무엇인가?


기도하라고 눈들면 어디나 하늘입니다. 기도해야 삽니다. 살기위하여 기도해야합니다. 기도하는 만큼 살고 사는만큼 기도합니다. 기도하여 사람입니다. 사람만이 기도합니다. 기도가 삶의 꼴을 결정합니다. 나중에 남는 얼굴은 기도한 얼굴인가 기도하지 얼굴인가 두 얼굴뿐입니다.


갑자기 안식년을 맞아 수도원을 떠나니 '갈곳'이 없었습니다. '기도할 곳'의 성당, '먹을 곳'의 식당, '잘곳'의 방, 세곳을 갖춘 곳은 수도원뿐이 없었습니다. 하여 안식년동안 산티아고 순례때를 빼놓고는 늘 여러 수도원에 머물렀습니다. 일정한 '기도시간'과 '밥시간'을 잘 지키는 것이 하루하루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주는데 얼마나 중요한 수행인지 깨달았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중에도 늘 기도했습니다. 삶이 기도임을 절감했습니다. '먹고, 일하고, 놀고, 쉬고, 자고'만 있고 기도가 없다면 그 인생 얼마나 공허하겠는지요. 나이들어 늙으면 '하느님'과 '밥'뿐이 안 남는다는데 '하느님 꿈'이 없고 '밥의 욕구'만 있다면 그 인생 참 초라할 것입니다. 


존엄한 품위의 유지에 기도는 필수입니다. 나이들어 갈수록 남는 것은, 희망과 기쁨의 원천인 하느님 뿐입니다. 이 하느님이 빠지면 '허무의 늪'입니다. '기도는 무엇입니까?' 오늘 강론의 주제입니다.


1.기도는 사랑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기도의 출발점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아예 기도가 불가능합니다. 기도는 테크닉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기도를 잘하는 방법은 사랑뿐입니다. 사람간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사랑할 때는 말도 술술 나오고 글도 술술 나옵니다만 사랑이 없으며 침묵입니다. 강론 역시 사랑이 없다면 공허한 빈말만 되풀이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와 세리를 사랑의 기준으로 보면 기도의 진위(眞僞)가 담박 드러납니다. 바리사이의 기도엔 이런 사랑과 신의가 빠져있습니다.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신의요 번제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예지입니다. 바로 하느님을 진정 사랑할 때 신의요 예지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항구한 사랑이 없을 때 우리의 신의는 아침 구름 같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이슬 같습니다.


2.기도는 회개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께 돌아가는 회개입니다. "자 주님께 돌아가자." 회개를 촉구하는 호세아 예언자입니다. 주님께 돌아갈 때 그분은 아픈 데를 고쳐주시고 싸매 주십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하여 사흘째 되는 날에 부활로 일으켜지신 주님 앞에서 살게 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세리의 기도가 회개의 모범입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회개의 자비송입니다. 이런 자비송과 더불어 가난한 세리의 영혼이 되어 미사를 시작하는 우리들입니다. 여기에 바탕을 둔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입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바칠 유일한 가난하고 겸손한 기도는 이 자비송 기도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는 이런 회개가 없습니다. 자기를 모르는 무지, 교만, 허영의 병이 참 깊습니다.


매일 평생 끊임없이 바치는 미사와 성무일도의 공동전례기도에 감사해야 합니다. 바로 이들로 이루어진 '회개의 시스템'과 같은 수도원의 일과표에 충실할 때 저절로 끊임없는 회개의 삶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3.기도는 만남입니다.

기도의 놀라운 신비는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난다는 데 있습니다. 만남의 축복, 만남의 기쁨입니다. 매일 미사와 성무일도를 통해 우리는 살아계신 사랑의 하느님을 만납니다. 그러나 주님과 함께 한다고 모두 주님을 만나는 게 아니라 사랑이 있어야 주님을 만납니다.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는 주님을 만나지 못했고 겸손한 사랑의 세리만이 주님을 만나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4.기도는 대화입니다.

주님과 만남의 대화요 소통입니다. 소통은 생명입니다. 소통해야 삽니다. 주님과 기도의 소통이 원활해야 이웃과 원활한 소통의 대화입니다. 주님과 사랑 가득한 침묵의 대화일수도 있고 진정성 넘치는 대화일 수도 있습니다. 대화의 기도를 통해 주님과의 관계가 깊어져 주님을 잘 알게 되고 주님과 깊은 우정이 이뤄집니다.

"주님을 알자. 주님을 알도록 힘쓰자. 그분의 오심은 새벽처럼 어김없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비처럼,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오신다.“


호세아의 사랑의 시적 언어가 참 감미롭습니다. 이런 봄비처럼 오시는 주님과 대화의 만남입니다. '봄비'라는 오래전의 자작시를 나눕니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하늘 은총

 내 딸 아이 하나 있다면

 이름은 무조건 봄비로 하겠다.-


대화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바리사이의 기도가 얼마나 함량미달인지 잘 드러납니다. 이건 대화가 아니라 자기 혼자만의 일방적 독백의 자기도취의 자랑이자 타인에 대한 판단입니다. 대화의 상대인 주님과 주고 받는 대화가 아닙니다. 자기로 꽉 차 있어 주님의 말씀을 들을 만한 내적공간이 전혀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세리의 내적 침묵의 공간은 주님을 향해 활짝 열려 있습니다.


5.기도는 간절해야 합니다.

간절할 때 기도는 짧고 순수합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세리의 기도가 참 간절합니다. 간절하니 짧고 순수합니다. 군더더기 빈말이 없습니다. 기도만이 아니라 삶이 간절할수록 기도도 말도 글도 짧고 순수합니다. 미사여구의 형용사도 저절로 사라집니다. 말과 침묵이 조화를 이룹니다. 


바로 이런 기도의 모범이 시편이요 미사경문입니다. 참 말씀과 참 기도의 집성이, 생명의 빛 가득한 찬미와 감사의 시편들이요 미사경문에 나오는 기도문들과 말씀들입니다. 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시편과 미사에 충실할 때 저절로 형성되는 침묵의 정신에 순수한 마음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 중 당신과 만남을 통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순수하게 하시고 당신과의 우정을 날로 깊게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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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아빠 2015.03.14 06:30
    아멘! 신부님 말씀 감사히 읽고 갑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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