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4.금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1542-1591) 기념일

이사48,17-19 마태11,16-19

 

 

하늘을 가리지 마라

-경청傾聽이 답이다-

 

 

오늘은 16세기 가톨릭 교회의 위대한 신비가요 시인이자 학자인 스페인 출신 가르멜 수도회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성인의 저서중 가르멜의 산길, 영혼의 어두운 밤, 영혼의 노래 등은 영성신학의 불멸의 고전이 되고 있습니다. 가난과 시련으로 점철된 49년 짧은 생애 동안 이룬 업적이 놀랍기만 합니다. 성인들의 삶은 우리에게 늘 회개의 표징, 희망의 표징이 되고 새로운 도전이 됩니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기는 얼마나 힘든지요. 많은 경우 착각이나 오해로 제대로 못 보는 경우도 부지기 수입니다. 하여 아무도 판단하지 말라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몰라서 판단이지 알면 아무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요즘 참으로 오랜만의 수도원 전지로 전망이 확 트이니 참 보기 좋습니다. 하늘과 세상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어제 써놓은 ‘하늘을 가리지 마라’는 글을 나누고 싶습니다.

 

-창문 가득/하늘을 가리던/숱한 나뭇가지들

 사정없이/전지해 버리니/하늘 환히 드러나 너무 좋다

 아무리/보고 또 봐도/좋은/넓고 깊은 하늘

 아마 하느님도 이러할 거다

 

 하늘을 가리지 마라/부단히/작아져/낮아져/비워져

 하늘이 환히 드러 날수록/참 좋은 겸손한 삶/거룩한 삶이다.-

 

바로 부단히 자기를 비워 하늘을, 하느님을 가리지 않는 겸손한 이들이 성인입니다. 어제 어느 청년과의 면담고백성사중 한마디 말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보속으로 행복기도문을 주고 읽도록 했습니다. “가슴이 뭉틀하네요.”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 본 감동의 말마디, ‘뭉클하다’는 우리 말 순수한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가슴 뭉클한 감사, 감동, 감탄, 감격이 사라진 세대입니다. 너무 내적시야를 가리는 것이 많아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편견, 선입견, 오해, 착각등 모두가 무지의 모습입니다. 하여 제대로 보기와 듣기가 참으로 중요합니다.

 

오늘은 주로 듣기에 대해 나눕니다. 분도 규칙서도 “들어라, 아들아!”로 시작됩니다. 성서의 예언자들도 늘 강조한 것이 하느님의 말씀을 들음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귀기울여 들으라는 것입니다. 잘 듣기 위한 침묵이요 잘 들어야 순종이요 겸손입니다. 

 

대화나 기도, 상담도 잘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잘 듣는 것은 영성생활의 기초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지탄의 대상이 된 세대는 예나 이제나 인간의 반복되는 똑같은 현실입니다.

 

“이 세대를 무엇에 비기랴?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가슴을 치지 않았다.”

 

마음이 무디어져 공감할 줄 모르는 마음이 무감각한 세대를 일컫습니다. 제대로 공감하여 마음 활짝 열고 편견없이 들었다면 이런 불통의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요한에게는 ‘마귀가 들렸다.’하고 예수님께는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왜곡하여 봅니다. 

 

정말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듣고 보았다면 이렇게 곡해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참으로 하늘을, 하느님을 가리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마지막 말씀이 의미심장합니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

 

여기서 지혜는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니까 인격적 지혜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아무리 완고하게 굴어도 지혜로운 인격인 그리스도께서 옳다는 것은 그분의 일들로 분명히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러니 주변의 평가에 일희일비할 까닭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평가는 늘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날 것이니 항구히, 충실히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면 됩니다.

 

오늘 이사야 역시 이런 하느님의 안타까움을 호소합니다. 하루에도 우리 수도자들은 얼마나 많이 하느님 말씀을 듣는 지요. 오늘 제1독서의 말씀은 그대로 우리에게 주는 말씀입니다.

 

“나는 주 너의 하느님, 너에게 유익하도록 너를 가르치고 네가 가야할 길로 너를 인도하는 이다. 아, 네가 내 계명들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너의 평화가 강물처럼, 너의 의로움이 바다 물결처럼 넘실거렸을 것을, 네 후손들이 모래처럼, 네 몸의 소생들이 모래알처럼 많았을 것을, 그들의 이름이 내 앞에서 끊어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았을 것을.”

 

주님의 말씀을 귀기울여 듣고 실천할 때 우리의 평화는 강물처럼, 우리의 의로움은 바다 물결처럼 넘실 거릴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불행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지 않음으로 자초한 업보임이 드러납니다. 

 

주님은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자 인도자이자 도반이십니다. 참으로 주님의 말씀을 귀기울여 경청할 때 주님을 만나 위로와 치유요 기쁨과 평화의 선물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8.12.14 09:02
    주님. 저희에게 주시는 매일의 생명 양식을
    깊이 되새겨 주님을 만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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