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6.연중 제23주간 화요일                                                                   1코린6,1-11 루카6,12-19


                                                                      공동생활의 축복祝福

                                                            -빛과 어둠이 공존共存하는 공동체-


공동체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어떤 형태든 공동체에 몸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혼자서는 못삽니다. 고립단절의 순전한 혼자가 바로 지옥입니다. 아무리 튼튼한 하나의 다리로 못 걸어가듯 혼자서의 삶은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불편하더래도 두 발이 있어야 하듯 최소한 둘은 되어야 공동체 삶입니다. 


좋은 공동체에 속해 있는 것보다 큰 축복은 없습니다. 좋은 공동체는 그대로 하느님의 신비입니다. 그러니 공동체를 가꾸고 돌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서로 돌보고(care), 나누고(share), 섬기고(serve), 떠받쳐주는(support) 공동생활의 노력입니다. 이상적인 엘리트 유토피아 공동체는 환상입니다. 내 몸 담고 있는 현재의 공동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실적 지혜입니다. 아주 예전 면담 중 어느 자매와의 문답 내용도 잊지 못합니다.


“서로 미워하고 죄지으면서 함께 사는 것보다 이혼하여 혼자 죄짓지 않고 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천만에요. 결국은 내가 문제입니다. 죄짓더라도 함께 살아야 구원이지 혼자서는 아무리 잘 살아도 구원받지 못합니다. 우리는 공동체에서 상처도 받지만 위로도, 치유도 받습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공동체입니다. 모두가 건강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똑똑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부지런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문제 많은 공동체입니다. 오히려 문제 없는 것보다 문제 있는 공동체가 건강한 정상적 공동체입니다. 그러니 상호경쟁, 각자도생이 아닌 상호보완, 상호협력의 공동체가 좋은 공동체입니다.


수도생활 역시 별것이 아닙니다. 저는 항상 수도생활을 세가지로 정의합니다. ‘수도생활은 주님을 중심으로 하여 함께 사는 것이다. 수도생활의 어려움은 함께 사는 것이다. 함께 사는 것이 도닦는 것이다.’ 이렇게 함께 살면서 서로를 알아감으로 둥글둥글 원만해지는 내외적 사랑의 성장과 성숙입니다.


어제에 이어 제1독서는 코린토 교회 공동체의 어둠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어제는 코린토 교회 공동체 내의 ‘불륜에 대한 단죄’ 였고, 오늘은 교우끼리의 송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바로 이것이 살아있는 공동체의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통해 성장, 성숙해 가는 공동체입니다. 특히 어제 불륜을 저지른 형제는 공동체에서 내쫓으로라는 구절에 대한 주석을 잊지 못합니다.


‘그러한 자를 사탄에게 넘겨 그 육체는 파멸하게 하고 그 영은 주님의 날에 구원을 받게 한다는 것입니다.’(1코린5,5)


이 구절에 대한 주석입니다. ‘사탄의 힘을 막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공동체에서 내쫓김으로써, 그 죄인은 사탄의 세력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이 벌은 치료의 성격을 지닌다. 사탄의 권세 아래에서 고통을 받으면 회개를 하여 주님의 날, 곧 마지막 심판때에 구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사탄의 힘을 막을 수 있는 힘을 지닌 공동체요 이 공동체에서 벗어날 때 사탄의 세력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살아계신 주님께서 공동체의 중심에 현존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공동체에 속해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공동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깨닫습니다. 


교회 공동체를 오염시키고 파괴시키는 어제의 불륜에 이어 오늘은 교우들의 송사에 관한 것입니다. 웬만하면 세상 법정에 가지 말고 좀 손해를 보더라도 자체적으로 성도聖徒답게 조용히 지혜롭게 해결하라는 강력한 권고입니다. 이 모두가 사탄의 유혹에 빠진 결과입니다. 공동체 밖은 물론이고 공동체내에서도 사탄의 유혹은 끝이 없습니다.


이래서 분도 수도회의 모토인 ‘기도하고 일하라’입니다. 공동체의 하느님 중심의 일치에 기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기도입니다. 한결같은 항구한 공동기도가 공동체는 물론 개인을 사탄의 유혹에서, 분열의 유혹에서 구원해 줍니다. 기도할 때는 찬미 감사이지만 기도하지 않을 때에는 불평 불만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기도의 모범입니다.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신후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라 부르십니다. 열두 사도는 순전히 주님의 기도의 열매입니다. 열두 사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주님이십니다. 


이어 예수님을 중심으로 무수한 이들이 모여들었으니 예수님의 말씀도 듣고 질병도 고치려고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여 더러운 영들에게 시달리는 이들은 낫게 되고 예수님께 손을 댄 이들은 모두 그분에게서 나온 힘으로 고침받았다 합니다. 이 모두가 기도의 힘, 하느님의 힘임을 깨닫습니다. 그대로 오늘 복음은 미사장면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주님을 중심으로 모여 함께 기도할 때 평화와 기쁨, 위로와 치유의 선물입니다. 좋은 미사가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주고, 좋은 공동체에 속한 것보다 큰 축복은 없습니다. 인간은 약하나 하느님은 강하십니다. 사실 한없이 약하고 부족한 우리 수도공동체가 이렇게 내외적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음은 순전히 하느님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다음 제1독서의 마지막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그대로 우리 모두를 향한 미사은총을 가리킵니다.


“여러분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느님의 영으로 깨끗이 씻겨졌습니다. 그리고 거룩하게 되었고 또 의롭게 되었습니다.”(1코린6,11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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