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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7.28.연중 제17주간 화요일                                                      예레14,17ㄴ-22 마태13,36-43

 

 

 

회개의 여정

-희망, 회개, 겸손, 구원-

 

 

 

그 무슨 어떤 상황중에도 하느님의 자녀다운 품위와 평온을 유지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네델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대로 사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구원의 품위있는 삶입니다. 언젠가의 구원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품위를 지키며 구원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녀야 할 생생한 희망입니다. 언젠가 읽다 메모해놓은 내용입니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지옥문 입구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곳에 들어오는 그대여,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시인 단테는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을 순례하는 신곡을 써서 그리스도교 문학의 백미를 이루었는데, 놀랍게도 지옥 맨 밑바닥에 갇힌 악마의 두목 루치페르는 화염에 싸여있는 것이 아니라 얼음 속에 갇혀 있었다! 사랑이 모두 증발한 어둠은 불꽃이 아니라 얼음이었다!-

 

희망없는 곳이, 사랑없는 곳이 지옥입니다. 우리는 방금 바친 본기도중 앞부분, “저희의 희망이신 하느님, 하느님이 아니시면 굳셈도 거룩함도 있을 수 없고, 하느님만이 저희를 지켜주시니, 풍성한 자비로 저희를 보살피시고 이끄시어” 은혜로운 말마디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희망의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이 없으면 희망도, 사랑도, 회개도, 구원도, 겸손도 없습니다. 말그대로 하느님 없는 곳이 지옥입니다. 참으로 가장 중요한 평생공부가 하느님과 나를 공부하는 일입니다. 무지의 지옥에서 벗어나는 구원의 길은 이 길 하나뿐입니다.

 

오늘 복음은 가라지 비유의 풀이입니다. 앞서의 가라지 비유가 선악善惡의 공존共存 상황에서 끝까지 인내를 강조했다면 오늘 비유의 풀이는 최후의 심판에 초점이 있습니다. 앞서의 비유가 예수님 친히 발설하신 것이라면, 후자의 비유풀이는 초대교회 신자들의 우의적 해설로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두 관점 모두 중요합니다. 인내도 중요하고 심판을 염두에 두고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사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태우듯이,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이 자기 천사들을 보낼 터인데, 그들은 그의 나라에서 남을 죄짓게 하는 모든 자들을 거두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이를 갈 것이다.”

 

충격적인 비참한 묘사의 장면은 그대로 지옥의 모습이며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반면 천국의 모습은 우리가 더욱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사랑의 삶을 살도록 분발심을 줍니다.

 

“그때에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다.”

 

그러나 잘 깊이 들여다보면 천국, 연옥, 지옥은 죽어서 가는 장소가 아닙니다. 이미 오늘 지금 여기서 시작되는 천국, 연옥, 지옥입니다. 세상을 보십시오. 곳곳에서 천국을 사는 이도 있고, 연옥을 사는 이도 있고, 지옥을 사는 이도 많습니다. 곳곳의 모습들은 흡사 지옥도地獄圖, 연옥도煉獄圖 같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놀랍기만 합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똑같은 장소에서 천국을 사는 이도 있고 연옥을 사는 이도 있고 지옥을 사는 이도 있습니다. 언젠가 피정 온 신자분과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여기가 천국입니다.”

“아닙니다. 환경이 좋아 천국이 아니라 관계가 좋아야 천국입니다.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관계가 나쁘면 지옥도, 연옥도 될 수 있습니다. 천국, 연옥, 지옥은 장소 개념이 아니라 관계 개념입니다. 사랑과 희망의 하느님과 함께 할 때, 하느님과 깊은 관계 속에 살아갈 때 천국입니다.”-

 

하여 지옥같은, 연옥같은 인생고해의 현장에서 하느님 희망의 끈을, 하느님 사랑의 끈을 꼭 잡고 하느님께 바짝 붙어사는 분들을, 하느님께 깊이 믿음의 뿌리, 사랑의 뿌리를 내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감사하며 지옥에서 천국을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 저는 지체없이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형제(자매)님은 이미 현세에서 연옥, 지옥 고통 다 겪었으니 직直 천국행天國行입니다.”

 

사실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정말 하느님 없는 곳이 지옥입니다. 무지와 허무, 무의미의 어둠 가득한 지옥입니다. 하느님이 계시기에 희망도 있고 회개의 여정도 있고 겸손도 구원의 품위있는 삶도 가능합니다. 그러니 똑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 기도와 회개는 얼마나 결정적 요소인지 절감합니다.

 

보십시오. 오늘 제1독서 예례미아서의 장면은 그대로 지옥도의 모습같지 않습니까? 그러나 바로 이 자리에 하느님이, 하느님의 사람 예레미아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심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예레미아입니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다. 처녀 딸 내 백성이 몹시 얻어맞아, 너무도 참혹한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눈물 흘리며 함께 슬퍼하는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이어지는 예레미아 예언자의 중재기도, 탄원기도입니다. “평화를 바랐으나 좋은 일 하나 없고, 회복할 때를 바랐으나 두려운 일뿐입니다”. 참으로 지옥같은, 연옥같은 상황속에서 신자들의 삶의 모범을 보여주는 예레미아입니다. 예레미아의 마지막 희망의 고백이 감동적입니다.

 

“이민족들의 헛것들 가운데 어떤 것이 비를 내려 줄 수 있습니까? 그런 분은 주 저희 하느님이신 바로 당신이 아니십니까? 그러기에 저희는 당신께 희망을 둡니다. 당신께서 이 모든 것을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둘 때 비로소 가능한 회개와 겸손이요, 품위있는 구원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희망이 없을 때, 희망을 잃을 때 사람은 괴물도 악마도 될 수 있음은 주변에서 수없이 목격하지 않습니까?

이런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이 지옥같은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원천이 됨을 봅니다. 사랑의 하느님께 착 달라붙어 있기에, 희망의 하느님께 깊이 믿음의 뿌리 내리고 있기에 살아갈 수 있는 예레미아입니다. 결국 이 모두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 둘 기도와 회개입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를 통해 오늘 지금 여기서 천국을 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과 평화, 찬미와 감사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이 미래입니다. 산대로 죽습니다. 수도원 오가는 길에, 식당에서 일직선상 한눈에 들어오는 바오로 수사님이 묻힌 자리가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 천국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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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7.28 08:52
    "하루하루 일일일생.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를 통해 오늘 지금 여기서 천국을 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과 평화, 찬미와 감사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이 미래입니다. 산대로 죽습니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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