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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5.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이사52,7-10 히브1,1-6 요한1,1-18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다

-은총과 진리의 인간-

 

 

 

어제 수도원 성탄 대축일 꽃꽂이후 잠시 제집무실에 들린 자매님이 책상 주변에 널린 책들을 보고 “신부님 공부 많이 하시는 것 같다”에 대한 저절로 나온 제 응답이 성탄절 주님께서 저에게 주신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죽어야 강론 쓰는 것 끝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죽는 날까지 계속 강론 쓸 것 같습니다. 호흡이 멈추면 죽음이듯 강론을 멈출 때 죽음일 것입니다. 강론은 제 생명의 호흡입니다.”

 

정말 죽어야 끝날 강론 같습니다. 어제 성탄 밤미사 강론 하면서 새로운 힘을 받았습니다. 역시 말씀은 살아있는 동사입니다. 오랜만에 “강론 좋았습니다”라는 한 사제의 말도 좋은 격려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구나!” 어제의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과거를 회고해 보면서 때로 향수에 잠기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고 ‘여기 오늘이 참 좋은 날’이고, ‘여기 지금이 참 좋은 때’라는 깨달음입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는 매일이 성탄입니다. 주님은 우리 가난한 마음의 구유안에 우리의 빛으로, 우리의 희망으로, 우리의 생명으로, 우리의 평화로 탄생하셨습니다. 

 

아니 예수님과 함께 세상의 빛으로, 세상의 희망으로, 세상의 생명으로, 세상의 평화로 새롭게 탄생한 우리들입니다. 매일 주님과 함께 탄생하는 우리의 성탄입니다. 바로 오늘은 예수님의 생일이자 우리의 생일입니다.

 

오늘 말씀의 묵상을 나눕니다. 오늘 복음은 어제 밤미사와 판이합니다. 요한복음 서두 말씀의 로고스 찬가가 참 장엄합니다. 베들레헴도, 마리아도, 목자들도, 마구간도, 구유도 없습니다. 왜 오늘 성탄 낮미사에 이 복음을 읽습니까?

 

어제의 복음이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론Christology from below”이라면 오늘 복음은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Christology from above”입니다. 오늘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을 보여주는 요한복음은 어제 복음 배후의 깊은 의미를 밝혀 줍니다. 

 

그렇게 작고, 그렇게 약하고, 그렇게 무력한, 이 예수라는 아이는 도대체 누구냐는 것입니다. 왜 우리는 이 아이의 탄생에 법석을 떠느냐는 것입니다. 답은 나왔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태초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이셨던 분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마구간 구유에 누인 분을 응시하면서 우리가 묵상해야 할 이런 특별한 말씀들입니다.

 

생명과 빛의 말씀을 통해서, 하느님은 그 자신을 표현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소통하는communicate’것이 아니라 ‘활동active’합니다. 말씀은 명사라기 보다 동사입니다. 말씀은 만들고, 생산하고, 창조합니다. 우리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충격을 주는 살아있는 말씀입니다. 강론 말씀은 이렇게 감동과 충격을 주어야 합니다.

 

바로 이 말씀을 통해 모든 것들이 생겨났고, 우리도, 우리의 세상도, 우리의 내밀한 존재도 이 말씀에 은혜를 입고 있습니다. 사람은 물론 존재하는 모든 것의 본질은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우리 구원자 예수님 오늘 탄생하셨습니다. 방금 흥겹게 부른 화답송 후렴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오늘 하루 끊임없는 노래 기도로 바치시기 바랍니다.

 

“땅-끝마다 우리 주의 구원을 모두가 우러러 보았도다.”

 

우리 삶의 어둔 계곡 속속들이 환히 밝히는 말씀의 빛입니다. 말그대로 성탄의 빛으로 충만한 오늘입니다. 크리스마스가 겨울 깊은 날, 동지이후 경축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는 빛의 날이 점점 길어지면서 희망을 내다보게 됩니다. 점점 빛의 날들이 길어지면서 역시 희망의 빛으로 밝아지는 우리의 내면입니다.

 

예수님은 “나는 세상의 빛이다”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 빛이 어둠을 비추고 있다고, 또 그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 세상의 어둠이 쫓겨나길 바라는 희망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러나 애석합니다. 그분은 그분을 통해 존재하게 된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은 그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분은 자기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들은 그분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말그대로 치명적 무지의 병 때문입니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 자 아무도 없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성탄의 주님 모습이자 우리 존엄한 인간의 본 모습입니다. 외아드님 예수님과 일치될수록 우리 역시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영광스런 존재가 된다는 것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참 놀라운 선언입니다. 그것은 정확히 말해 말씀이 ‘사람human being’이 되셨다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살flesh’이 되셨다는 것입니다. 요한의 언어로 '살flesh'은 우리 인간 본성의 약하고 죄스런 모두를 가리킵니다. 

 

바로 말씀은 오셨고 완전히 고해苦海 세상에 스며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젠 성속聖俗의 구별이 없어지고 모두가 거룩한 ‘성聖의 땅’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예수님 성탄의 복음입니다.

 

요한의 저술에서 세상은 두 의미를 지닙니다. 무엇보다 세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일반적인 모두를 가리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악에, 부정적이며 타락시키는, 비인간화하는 모든 것들에 사로잡혀 있는 세상을 뜻합니다. 

 

바로 말씀은 이 두 세상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분은 변두리가 아닌 인간 활동의 깊은 중심부에 살려고 오셨습니다. 하여 예수님이 죄인들과 함께 할 때 종교인들은 많이 거북해 했고 혼란해 했으며 어려움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오늘 제2독서 히브리서 말씀처럼, 하느님은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지만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종말론적인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늘 마지막 때입니다. 그대로 요한복음의 진리와 일치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모든 언행에서 하느님의 깊은 본성에 닿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셨습니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습니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어졌습니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습니다.

 

이런 예수님 성탄으로 우리 모두 구원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예수님 계시기에 살맛나는 신바람 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이런 예수님을 모심으로 예수님과 하나되니 이보다 더 큰 은혜와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예수님과 함께 새롭게 태어남으로 본래의 존엄한 품위를 되찾은 오늘의 우리들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사시려, 일하러 오셨습니다.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말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세상에 오셔서 세상을 축복하시고, 억압, 굶주림, 절망에 노예된 모든 이들을 해방시키려 오셨습니다. 또 중독, 두려움, 분노, 증오, 미움, 외로움에 사로잡힌 이들을 해방시키려 오셨습니다.

 

우리 모두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오시는 아기 예수님께 기도합시다. 주님을 만남으로 우리 모두 각자 마다 지닌 노예상태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노예됨의 사슬로 고통받는 형제자매들의 그 사슬을 끊어 버림으로 노예됨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성탄의 주님께 기도합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이사야가 감탄하는 아름다운 복음 선포자가 됩시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 구나!”

 

그리고 우리 모두 다함께 기뻐하며 환성을 올립시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로하시고 구원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탄생시키시니 땅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봅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성탄의 축복으로 여러분 모두가 충만한 행복을 누리시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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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8.12.25 09:23
    오늘 말씀으로 우리를 구원 하러오신 주님 성탄의 축복이 우리 가운데 영원토록 간직하고 되새기면서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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