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5.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로마6,12-18 루카12,39-48



귀가歸家 준비

-“환영합니다”, “하루하루 삽시다”-



요즘 곳곳에서 부음訃音이 들려옵니다. 샬트르 서울 수녀원에서는 요즘 한 달 동안 무려 여덟 분 수녀님들이 세상을 떠났다 합니다. 저에겐 수녀님들의 죽음이 마치 인생휴가를 끝내고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처럼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중년에는 노년 준비를, 노년에는 귀가준비를 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입니다. 저는 죽음을 무無에로의 환원還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歸家라 부릅니다. 이런 아름다운 가을이면 인생 가을 나이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노년의 귀가준비를 묵상함이 좋을 것입니다.


봄이 향기롭고 화려한 생기 넘치는 꽃들의 아름다움이라면 가을은 깊고 그윽한 가을 단풍들 초연한 아름다움처럼 생각됩니다. 가을 단풍 아름다운 노년 인생이들라면 얼마나 행복하겠는지요. 


한국인은 생의 마지막 10년중 절반을 질병으로 앓다가 세상을 떠난다 합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연구소가 2015년 40개국을 대상으로 한 ‘죽음의 질’ 조사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인 32위를 차지했습니다. 게다가 한 해 전체 사망자의 20%가 심폐소생술이나 함암제투여등으로 고통을 겪으며 죽음에 이르고 있습니다.


참으로 심각한 일입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과 귀가준비의 죽음이 절실히 마음에 와 닿습니다. 며칠전 단풍 아름다운 수녀원 호스피스 센터에서 사별가족을 위한 미사차 방문했을 때 성전 입구의 “환영합니다!” 글귀가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천국에 갔을 때 천국 입구에 붙어있는 글귀도 이와 똑같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이승의 세상이라면 저승의 하늘나라 천국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요즘 많이 하는 묵상입니다. 지상에서의 가을의 아름다움은 천상 하늘나라 아름다움의 희미한 그림자에 불과할 것입니다. 안심하십시오. 누구나에게 활짝 열린 천국문 입구의 글귀를 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환영합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의 환대가 우리의 궁극의 희망입니다. 이런 희망이 현세의 오늘을 활력있고 희망차게 살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환영합니다!” 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마음입니다. 그러니 제 좌우명 자작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제목처럼 하루하루 사시기 바랍니다. 마침내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에서처럼 고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문득 한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5천원권 율곡 이이와 5만원권 신사임당을 그린 독실한 가톨릭 신자 일랑 이종상 원로 화백입니다. 이분에 대한 감동적인 묘사입니다. 


“일랑 이종상! 그를 만날수록 나는 그가 평생 그림을 그린 화가라기보다는 ’이종상’이라는 인간이 지녀야 할 모습을 그려왔다는 확신이 굳어갔다.---세상에는 돈을 그리고, 지위를 그리고,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끊임없이 ‘나’를 그리는 사람은 만나볼 수 없었다. 이 세상에서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룬다 한들 ‘나’라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가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는 무슨 그림을 그리려 하고 있는가?”(가톨릭 다이제스트 11월호 9쪽)


이화백의 제자들의 고백도 감동적입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수많은 기법과 화론을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셨죠. 그 우렁찬 목소리가 저희의 혼을 뒤흔들곤 했습니다.”

“인간이 된 다음에 붓을 들어야 마땅하나 그렇게 하기는 기약이 없으니, 붓을 들었다면 인간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이화백의 이종 사촌누이인 제 사촌 누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대단한 자랑스런 오빠고 사랑도 지극합니다. 좋은 사람이고 하느님께서 아끼는 사랑스런 오빠입니다.”


참으로 ‘하루하루’ 아름다운 귀가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이화백입니다. 충남 합덕 신리 성지의 순교미술관에는 그의 혼이 가득 담긴 순교선조들의 그림이 가득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처럼 아름다운 귀가준비의 인생을 살 수 있을런지요.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복음의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처럼 하루하루 깨어 준비하며 사는 것입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지도 않는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루카12,40)


유비무환입니다. 사람의 아들 대신 죽음을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생각지도 않은 때에 죽음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늘 깨어 하루하루 귀가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루카12,42-44).


비단 교회지도자들뿐 아니라 ‘제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나름대로 주님의 집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고무하며 이들의 책임을 환기시키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사는 이들이 끊임없이 ‘주님 얼굴’을 닮아 감으로 ‘참 내 얼굴’을 그리는 제 책임과 운명에 충실하고 슬기로운 사람들입니다. 마지막 주님께 제출할 것은 단 하나 참 나의 얼굴입니다. 평가는 얼마나 주님을 닮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렇게 사는 우리들을 격려하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감사하게도, 여러분이 전에는 죄의 종이었지만, 이제는 여러분이 전해 받은 표준 가르침에 마음으로부터 순종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죄에서 해방되어 의로움의 종이 되었습니다.”(로마6.17-18)


하루하루 깨어 주님의 집사직에 충실하고 슬기로운 순종의 종, 의로움의 종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끝으로 제 좌우명 자작시 마지막 연을 나눕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희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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