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27.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신명30,15-20 루카9,22-25

 

 

 

더불어 구원의 여정

-날마다, 자기 버림, 제 십자가, 주님 따름-

 

 

 

어제 일간신문 기사가 이채로웠습니다. ‘1831년 조선 대목구 설립이후, 189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대교구 자발적 미사중단(2020.2.26.-3.10);모든 활동 전면 중단’이란 기사내용이었습니다. 사순시기 첫날인 어제 재의 예식 수요일부터 단행된 교회역사상 초유의 사건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참으로 엄중한 현실은 재앙이자 축복입니다. 전화위복입니다. 참으로 내적혁명의 회개가 화급한 현실입니다. 오늘 말씀의 배치가 참 적절합니다. 제1독서 신명기에 대한 구체적 답을 오늘 복음이 줍니다. 바로 신명기 모세를 통한 주님의 말씀은 당대의 사람들은 물론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 모두를 대상으로 합니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을 듣고,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과 법규들을 지키면, 너희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 또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 복을 내리실 것이다.”

 

얼마나 명쾌합니까? 생명과 죽음은, 행복과 불행은 바로 우리의 결단의 선택이자 실천임을, 구체적 회개의 실천임을 말해 줍니다. 계명을 듣고,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길을 걷고,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구체적 실천으로 드러나는 회개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경고 말씀 또한 생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너희의 마음이 돌아서서 말을 듣지 않고, 유혹에 끌려 다른 신들에게 경배하고 그들을 섬기면, 내가 오늘 너희에게 분명히 일러두는데, 너희는 반드시 멸망하고,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오늘날 위기의 소재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거듭 반복되는 ‘오늘’입니다.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현재의 오늘입니다. 예나 이제나 변함없는 인간의 부정적 현실입니다. 악순환의 반복이요 참으로 회개가 절실한 오늘입니다. 주님께로부터 마음이 떠나 말씀을 듣지 않고 유혹에 끌려 참 다양한 현대판 신들과 우상들을 경배하고 섬기는 현대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세속주의, 허무주의, 상대주의, 배금주의, 물신주의, 소비주의 등 무수한 현대판 신들과 우상들로 참 혼탁하고 복잡한 작금의 세상입니다. 어제 읽은 몇 대목의 글도 생각이 납니다.

 

-“생지옥은 미래형이 아닙니다. 그것이 존재한다면 이미 여기 있습니다. 같이 살아 있는 데서 만들어지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지옥입니다. 그것을 견디는 길은 두가지입니다. 첫 번째 길을 사람들은 쉽다고 생각합니다. 지옥을 받아들이고 지옥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지옥이 거기 있다고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을 때까지요. 두 번째 길은 위험한 데 늘 깨어 있어야 하고 배워야 합니다. 지옥의 한복판에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고 알아보고 그것이 이어질 수 있도록 숨통을 터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런 세상에서 마음 편히 지내서는 안 되지.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무기를 놓지 말자. 사회 불의는 여전히 규탄하고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결국은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나부터 바꾸는 내적혁명의 회개가 절박함을 일깨우는 내용들입니다. 끊임없는 회개가 늘 깨어 배우는 삶을 살게 합니다. 계속 이어지는 주님의 반복되는 간곡한 충고입니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께 매달려야 한다. 주님은 너희의 생명이시다.”

 

정말 간명하면서도 핵심적인 말씀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의 생명이신 주님께서 구체적 구원의 길을 제시합니다. 바로 생명의 길, 축복의 길, 진리의 길, 순종의 길, 비움의 길, 겸손의 길, 자유의 길, 참 사람이 되는 길입니다. 이 길 말고 다른 구원의 길은 없습니다. 인류 모두에게 해당되는 만고불변의 구원의 길입니다. 구체적 회개의 내적혁명은 이렇게 이루어 집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고 신뢰하여 날마다, 한결같이, 평생, 이렇게 사는 것이 진정 내적혁명의 회개의 실천입니다. 참으로 평생 따를 수 있는 주님이 계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이런 주님이 없기에 삶의 목표, 방향, 중심, 의미를 잃고 복잡 혼란한 삶중에 방황하고 표류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인생 무지와 허무, 무의미에 대한 답도 이 십자가의 길 하나뿐입니다. 참으로 무지의 어둠에서, 죽음의 허무에서 벗어나 빛과 생명, 사랑과 자유의 충만에로 열린 길입니다. 인생은 선물이자 과제입니다. 위 십자가의 길이 우리에게 주어진 평생 실천 과제입니다. 이 길 말고 구원의 길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구원의 여정에 도반들입니다. 혼자의 여정이 아니라 더불어 구원의 여정입니다. 베네딕도 규칙서 72장 마지막 절, '그리스도는 우리를 다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실 것이다'라는 대목도 이를 입증합니다. 그러나 똑같은 공동체에서, 똑같이, 똑같은 목표의 사랑과 생명의 주님을 따르지만 양상은 다 다릅니다. 결코 비교하여 우열을, 호오를 말할 수 없습니다. 날마다, 각자 자신을 버리는 양상도, 제 십자가의 짐도, 주님을 따르는 속도도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원의 여정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섬김과 연민의 사랑으로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여 서로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는 일입니다. 나름대로 모두가 힘겹게 주님을 따라 자기 고유의 운명의 십자가, 책임의 십자가의 짐을 지고 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고맙게도 앞서가시면서 동시에 함께 하시는 주님께서 우리를 도와 주시니 십자가의 짐은 선물이 됩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바로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은 이 십자가의 길 하나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구원의 여정, 십자가의 길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 같아, 제때에 열매내고, 잎이 아니 시들어, 하는 일마다 모두 잘 되리라.”(시편40,5ㄱ;1,3). 아멘.

 

-*정정해주세요! 2.25일 강론중, ‘6년전 2014년 4월16일 312명이 수장된, 아직도 원인이 명쾌히 규명되지 않고 있는 전대미문의 세월호 사태의 비극이 연상되었습니다. 이때가 역시 사순시기 재의 수요일 다음날 목요일이었습니다.’중 뒤 문장을 ‘이 때는 성주간 수요일이었습니다.’로 정정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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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2.27 09:01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에게 주신 지금의 이시간 비록 많이 힘들어도
    주님과 함께 함을 기도드립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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