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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예수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이자, 소위 '대수천'의 상임대표인 서석구 빈첸시오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나더러) 예수를 팔아 먹은 유다가 되란 말인가.',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기를 거부하면서 전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 집사가 한 말입니다.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 

탄핵안 가결 직후, 이들의 예수, 대통령 박근혜 울리아나가 내뱉은 말입니다.

김기춘 스테파노, 이명박 장로, 황교안 장로, 어버이 연합, 박사모까지

이 땅의 극우보수 세력들이 보기에 박근혜는 '종북세력에 의해 박해 받는 예수'이며, 천만 촛불집회는 사탄의 거대한 음모이고,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김삼환 목사의 망언)이라고 합니다.


이름만 그리스도인이지 하는 말과 행동은 악마에 가까운 저들을 보면, 저는 과연 신앙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절망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하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처럼 부르짖게 됩니다. 가슴에 노란리본도 달고, 촛불집회에도 참석하고 '박근혜는 하야하라'하고 목이 쉬도록 외쳐도 보지만, 들은 채도 않는 우리 부모님들, 미동조차 하지 않는 신앙인들, 그리고 좋게 좋게 덮고 넘어가자는 종교인들을 보면, 내가 신앙생활을 너무 과하게 하는 건가 하는 의심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헌 옷에 대고 기운 새 천 조각 때문에 헌 옷이 찢어지듯, 헌 부대에 담은 새 포도주 때문에 헌 부대가 터져버리듯, 부모님 세대가 이룩해 놓은 헌 대한민국이 젊은 세대의 새로운 생각 때문에 찢기고 터져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 예수님께서 내놓으시는 해답은 간단명료합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입니다.


헌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국민인 우리도 박사모만큼이나 태극기를 사랑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우리는 얼마나 태극기를 사랑했습니까? 머리에 태극기를 두르고 몸에 걸치고 사슴처럼 뛰어 다니지 않았습니까?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라는 국민교육헌장을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한민국 사람임을 자랑스러워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알아버렸습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는 것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박근혜였습니다. 아니 이명박이 진짜 주인이었습니다. 아니 최순실이었습니다. 아니 이재용이 진짜 주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새롭게 변하고 있습니다. 작은 천 조각같은 세월호 노란리본이 독재자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태극기를 몰아내고 있고, '이게 나라냐, 민중은 개 돼지가 아니다'라는 새로운 생각이 친일군사독재 정경유착의 적폐를 청산하는 '오 필승 새로운 코리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꿈같은 우리의 미래를 예수님은 자주 '혼인잔치'에 비유하셨습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혼인식날만은 일을 하지 않고 먹고 마시고 노래부르고 춤추고 장미빛 미래를 꿈꾸며 기뻐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혼인잔치의 신랑으로 소개하셨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혼인식을 통해 하나가 되듯, 우리도 예수님과 한몸을 이루기를 바라셨습니다. 이렇게 되기를 바라는 우리는 오늘 미사 본기도에서 바친 내용처럼 "주님, 이 세상을 정의와 평화로 이끌어 주시고, 교회가 자유로이 주님을 섬길 수 있게 하소서," 하고 기도합니다. 고통과 눈물 속에서 신음하는 인간존재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부활에 이르신 예수님과 결합되어, 예수님과 함께 영원한 기쁨, 어린양의 천상 혼인잔치에 들어가는 것, 바로 이 일을 하도록 하느님께서 당신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주셨습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을 할 수야 없지 않느냐?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 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마르 2, 19-20) 이는 혼인식의 선포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수난에 대한 예언이기도 합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계실 때, 당신을 죽음에서 구하실 수 있는 분께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고, 하느님께서는 그 경외심 때문에 들어 주셨습니다." (히브 5, 7) 세상을 구원하는 사명은 예수님께도 너무나 힘든 길이었습니다. 공생활 시작 때, 광야에서의 유혹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인간의 악과 싸우셨고, 공생활의 마지막, 겟세마니에서는 피땀을 흘리며 근심하셨고, 할 수만 있다면 죽음의 잔을 치워달라고 아버지께 기도하셨습니다. 이는 죽음 앞에 선 인간의 고통이 얼마나 무섭고 힘든 것인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죽기까지 아버지의 뜻, 곧 고통받는 인간들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일을 해내셨습니다. 사실 예수님은 어쩔 수 없이 죽으신 것이 아니라, 죽으실 수 없는 분이 죽을 인간이 되셔서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서 끝까지 살아내신 것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어 아버지께로 건너가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통해 우리의 고통 역시 구원에 이르는 길, 즉 남을 구원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수난의 길을 가는 우리들 역시 '끝까지' 가야 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습니다. 가족을 만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삶이 정지돼버린 다윤양의 어머니에게 세월호 참사 1000일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믿음을 지켜야 한다, 위해서 기도하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다.', 이런 말에 열심한 개신교 신자인 박은미씨는 이제 지칩니다. 기도만 하지 말고 싸워 주기를 바랍니다. 다윤이를 비롯한 9명의 미수습자는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 세월호에 갇혀 있는데, 미수습자 수습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 인양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윤 양의 어머니는 그래서 지금도 눈물을 흘리며 거리에서 집회에서 이렇게 호소합니다.

"여기 오신 많은 분들이 제 딸 다윤이, 그리고 실종자 9명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기도해 주시고 함께 싸워 주세요. 저희가 실종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간절한 호소를 마음에 새기는 사람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 수가 없습니다. 추워도 나와야 하고, 박근혜 퇴진하라고 외쳐야 하고, 혹시 그러다가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 주에 "내란 사범 박근혜 즉각 구속"을 요구하며 아까운 생명 한 분이, 정원 스님이 분신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입적하셨습니다. 천주교에서 볼 때 자살은 용인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분은 자살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을 살리고자 자기 자신을 내 놓은 것입니다. 스님의 유지는 이러했다 합니다. "소신공양으로 매국노 집단이 일어나는 기회를 끊고 촛불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 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분은 분신 직전 아주 맨정신으로 페이스 북 벗들에게 '고마왔다' 라는 말을 전하면서 마지막 유언을 남겼습니다. "촛불이 기필코 승리하기를 바라오. 박근혜와 그 일당을 반드시 몰아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땅에 정의가 바로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이 정원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천주교 식으로 오늘 미사의 본기도를 바꾸어서 말해 보겠습니다. "주님, 이 세상을 정의와 평화로 이끌어 주시고, 교회가 잠에서 깨어나 고통받는 민중을 진정으로 섬길 수 있게 하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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