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배나무 예찬
어쩜 저리도 담담할 수 있나
초연할 수 있나
초겨울 밤하늘 별들은 더욱 빛나고
땅에서는 하늘 냄새가 난다
그 크고 탐스러운 배열매들 모두 선물로 내놓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봐주지 않아도
하늘 사랑만으로 행복하기에
묵묵히 침묵중에 말없이 책임을 다한 후
날마다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무념(無念), 무심(無心), 무욕(無慾)의 겨울 텅빈 사랑의 배나무들
텅빈 허무(虛無)가 아닌 텅빈 충만(充滿)의 사랑이구나
참 평화롭다, 놀랍다, 감동스럽다, 부끄럽다
겨울 배나무들아
너야 말로 내 겸손의 스승, 평화의 스승이구나
고요한 중에 들려오는 배나무들 고백은 바로 나의 고백이구나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루카17,10)
2023.11.22.
성녀 체칠리아 축일에 바치는 헌시(獻詩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