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연중 제9주간 수요일)
1독서: 2티모 1,1-3.6-12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복음: 마르 12,18-27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제목: 부활을 앞당겨 살아가는 이들의 당당함
1. 세상의 눈에 비친 비참한 패배
19세기 말 우간다의 황제는 왕궁에서 일하던 젊은 시종들에게 올바르지 못한 성적 요구를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가톨릭 신앙을 가졌던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들은 하느님 앞에 정결을 지키고자 그 명령을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그들은 나무궁고 사형장에서 산 채로 불길에 휩싸여 순교했습니다. 이보다 수백 년 전, 로마의 차가운 감옥에는 처형을 앞둔 사도 바오로가 갇혀 있었습니다. 그는 영적 아들인 티모테오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내며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2티모 1,8)하라고 격려합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이들은 모두 권력에 짓밟힌 비참한 패배자들입니다.
2. 지나가는 세상과 영원한 삶의 선취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두가이들의 어리석음을 깨뜨리십니다. 부활 때에 여인이 누구의 아내가 되겠느냐는 질문에, 주님께서는 부활한 이들이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마르 12,25)라고 선언하십니다. 이 말씀은 하늘나라의 삶이 이 세상의 육체적 관계를 단순히 연장하는 곳이 아님을 명백히 합니다. 순교자들이 목숨 바쳐 지킨 정결과 오늘날 수도자들의 독신 생활은 단순한 금욕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세상의 일시적인 가치보다 하느님과 나누는 영원한 친교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삶으로 증언하는 표징입니다. 그들은 지나가 버릴 세상의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다가올 부활의 기쁨을 오늘 이 땅에서 미리 앞당겨 살아간 이들입니다.
3. 하얗게 덮인 재 속의 불씨를 헤치며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마르 12,27)이십니다. 사도 바오로가 감옥에서 당당했고 우간다의 젊은이들이 불길 속에서도 의연했던 이유는, 하느님 안에서 자신들이 영원히 살아있을 것임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티모테오에게 하느님께 받은 은사를 다시 불태우라고 권고합니다.(2티모 1,6 참조) 이는 아궁이 속 하얗게 재가 덮인 불씨를 헤쳐 다시 불꽃을 살려내라는 뜻입니다. 편안함에 길들여져 우리의 신앙이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 역시 세례를 통해 비겁함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2티모 1,7)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유혹 앞에서도 부활의 확신을 가지며,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의 은총을 다시 뜨겁게 불태워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