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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1독서: 다니 7,9-10.13-14 <그분의 옷은 눈처럼 희었다.>

복음: 마태 17,1-9 <예수님의 얼굴은 해처럼 빛났다.>

 

제목: 높은 산의 빛과 십자가의 영광

 

1. 환시로 먼저 보여주신 하늘의 영광

구약 성경의 다니엘 예언자는 밤에 아주 신비로운 환시를 보았습니다. 하늘의 거룩한 재판정을 본 것입니다. 하느님의 옷은 눈처럼 하얗고, 머리카락은 깨끗한 양털 같았으며, 옥좌는 뜨거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습니다(다니 7,9 참조). 바로 그곳에 사람의 모습을 한 분이 구름을 타고 나타나 하느님에게서 영원한 권한을 받으셨습니다. 초대교회와 교부들은 이 환시가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먼 훗날 다시 오실 주님의 모습이 어떠할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열쇠라고 믿었습니다.

2. 높은 산에서 눈앞에 펼쳐진 거룩한 변모

이 하늘의 눈부신 광채가 훗날 높은 산 위에서 제자들의 눈앞에 그대로 펼쳐집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신 뒤, 그들 앞에서 환하게 변하셨습니다.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옷은 빛처럼 희어졌습니다. 율법을 대표하는 모세와 예언자를 대표하는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빛나는 구름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5) 다니엘 예언자가 멀리서 바라보았던 하늘의 영광이, 사람이 되어 오신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제자들에게 확실히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3. 십자가의 시련을 이겨내게 하는 자비의 빛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왜 이 놀라운 광채를 제자들에게 미리 보여주셨을까요? 그것은 앞으로 당신이 겪으셔야 할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이 실패나 끝이 아니라, 영원한 영광으로 가는 꼭 필요한 길임을 깨닫게 해주신 ‘자비로운 배려’였습니다. 스승이 잡혀가 고통받고 돌아가실 것이라는 말을 듣고 제자들은 깊은 혼란과 두려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본래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빛으로 미리 보여주시며, 십자가라는 큰 시련 앞에서도 제자들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굳건히 잡아주신 것입니다. 십자가의 고통은 멸망으로 끝나는 길이 아니라, 부활의 영광으로 건너가는 거룩한 다리입니다.

4. 축일의 날짜에 담긴 십자가와 부활의 신비

우리 교회는 이 깊은 뜻을 전례와 축일을 통해 기억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8월 6일)은 9월 14일에 지내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보다 정확히 40일 전에 지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40일 전에 높은 산에서 모습이 변하셨다는 교회의 오랜 전승을 따른 것입니다. 이처럼 십자가의 고난과 변모의 영광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이며, 축일의 날짜조차도 ‘십자가를 지나야 부활의 빛이 온다’는 사실을 뚜렷이 가리키고 있습니다.

5. 매일의 미사 안에서 재현되는 천상의 찬미

우리가 매주 바치는 미사 역시 이 천상의 빛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 8항은 우리에게 이렇게 가르쳐 줍니다. “우리는 이 지상의 전례에 참여하며 나그네들인 우리가 걸어 나아가는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에서 거행되는 천상 전례를 미리 맛본다.” 이 가르침처럼, 우리가 제단 앞에 모여 바치는 미사는 그저 옛날 일을 떠올리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미사를 통해 모든 천사, 성인들과 함께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높은 산에서 빛나던 그 주님의 빛과 하늘의 전례에 지금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6. 삶의 십자가를 넘어 영원한 빛을 향하여

미사의 성체성사 안에서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거룩한 몸과 피로 바뀌듯, 성체를 모시는 우리 역시 죄와 어둠을 벗어버리고 주님의 빛을 닮은 거룩한 사람으로 변해야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되고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순례의 길이지만, 그 길의 끝에는 주님의 영원한 빛과 영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영광의 은총에 마침내 다다를 수 있도록 마음 모아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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