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간 화요일
1독서: 에제 28,1-10 <너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면서도 네 마음을 신의 마음에 비긴다.>
복음: 마태 19,23-30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제목: 비움으로 얻는 참된 생명
1.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착각
옛날 지중해의 ‘티로’라는 바닷가 도시는 무역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 번쩍번쩍 빛나던 곳이었습니다. 그곳의 임금은 똑똑해서 창고마다 금과 은을 가득 쌓았지만, 재산이 늘어갈수록 기고만장해졌습니다. 급기야 성경은 그가 “나는 신이다. 나는 신의 자리에, 바다 한가운데에 앉아 있다”(에제 28,2)라며 큰 교만을 부렸다고 전합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그를 향해 “너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면서도 네 마음을 신의 마음에 비긴다”(에제 28,2)라며 꾸짖으셨습니다.
우리도 살다 보면 돈이나 내 능력만 믿고 ‘내 인생은 내 힘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아프고 쓰러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참된 평화와 구원은 내 힘으로 다 쥐려는 오만을 내려놓고, 한계를 지닌 인간임을 겸손히 인정하며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할 때 시작됩니다.
2. 쥐고 있는 손을 펴게 하는 하느님의 은총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태 19,24)라고 단언하십니다. 돈이나 물질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손에 쥔 것이 많으면 거기에 마음이 묶여 하느님을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통장 잔고와 세상의 안전장치만 믿고 살다 보면 주님께 기댈 자리가 없어집니다.
놀란 제자들이 구원의 길을 묻자 주님께서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마태 19,26)라고 밝히십니다. 내 결심과 힘만으로는 움켜쥔 손을 펴기 어렵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청할 때 비로소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교리를 머리로 배우는 것을 넘어, 주님이 걸어가신 비움과 십자가의 길에 온 삶으로 동행하는 결단입니다.
3. 비울 때 채워지는 은총과 십자가
주님께서는 당신을 위해 소중한 것들을 뒤로하고 따른 이들에게 “모두 백 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마태 19,29)라고 약속하십니다. 이 ‘백 배의 보상’은 세상의 재물이나 부동산이 불어나는 대박이 아닙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구원의 기쁨과 마음의 평화, 그리고 성령께서 주시는 영적인 축복을 뜻합니다.
세상은 많이 쥐고 남 위에 서야 으뜸이라 하지만, 하느님 나라에서는 모든 것을 비워 주님께 맡기는 사람이 첫째가 됩니다. 다만 믿음으로 살아가는 길에는 세상의 손해나 박해 같은 십자가가 따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굳게 믿고 묵묵히 십자가를 질 때, 우리는 영원한 참된 생명을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