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3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연중 20주간 수요일

1독서: 에제 34,1-11 <나는 내 양 떼를 그들의 입에서 구해 내어 다시는 그들의 먹이가 되지 않게 하겠다.>

복음: 마태 20,1-16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제목: 참된 목자의 자비

 

1. 흩어진 양 떼를 친히 찾아오시는 참목자

양을 돌보기는커녕 제 잇속만 챙기던 못된 목자들 때문에 양 떼는 길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에제키엘 예언서는 힘없고 병든 양을 외면한 채 착취만 일삼던 지도자들을 매섭게 꾸짖습니다.

“너희는 약한 양들에게 원기를 북돋아 주지 않고 아픈 양을 고쳐 주지 않았으며, 부러진 양을 싸매 주지 않고 흩어진 양을 도로 데려오지도, 잃어버린 양을 찾아오지도 않았다.”(에제 34,4)

결국 하느님께서는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에제 34,11) 하시며, 친히 우리 곁으로 오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 구원의 약속은 양들을 위해 당신 목숨까지 내어놓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교회의 수도 전통에서도 이 에제키엘서 말씀은 공동체를 이끄는 장상들의 양심을 깨우치는 엄격한 거울이었습니다. 장상 자신이 겉으로는 계명을 잘 지키며 거룩하게 살더라도, 정작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수도 형제들이 아파할 때 ‘내가 다른 사람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나? 내 영혼만 구원받으면 그만이지’라며 방관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엄히 경고한 것입니다. 참된 목자는 상처 입은 이를 결코 외면하지 않습니다.

2. 세상의 셈법을 훌쩍 뛰어넘는 너그러운 사랑

이러한 참목자의 마음은 포도밭 일꾼의 비유에서 더 환하게 빛납니다. 온종일 장터에서 서성이며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속을 태우던 품꾼들의 마음은 얼마나 막막했겠습니까.

포도밭 주인은 이른 아침부터 해 질 무렵인 오후 다섯 시까지 장터로 나갑니다. 일손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빈손으로 돌아가면 굶어야 할 일꾼과 그 딸린 식구들의 저녁거리가 눈에 밟혔기 때문입니다. 주인의 시선은 일의 능률이 아니라, 사람의 고단한 숨결에 닿아 있었습니다.

날이 저물자 주인은 겨우 한 시간 일한 마지막 사람에게도 온전한 하루 품삯인 한 데나리온을 쥐여줍니다. 일한 시간만큼만 따지는 세상의 팍팍한 셈법을 뒤흔들고, 오직 거저 베푸시는 은총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마태 20,16) 하신 말씀은,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이들을 먼저 끌어안으시는 하느님의 깊은 자비입니다.

3. 우리 일상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손길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 하신 하느님의 다짐은, 장터 한구석에 서 있던 일꾼에게 넉넉한 품삯을 건네는 포도밭 주인의 따뜻한 손길로 이어집니다.

주님의 이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그저 귀로 듣고 고개만 끄덕이는 데서 멈추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속한 본당과 가정 안에서, 외롭고 힘겨워하는 이웃의 손을 먼저 잡아주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꽃피워야 합니다.

‘누가 더 많이 일했나, 누가 더 앞섰나’ 견주고 시기하는 세상의 잣대는 이제 내려놓읍시다. 언제나 우리 부족함을 말없이 채워주시는 주님의 자비를 굳게 믿으며, 우리 또한 삶의 자리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참된 목자의 벗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1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연중 제20주간 금요일): 마른 뼈를 살리는 사랑 PACOMIO 2026.08.20 139
100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 기념일 (연중 제20주간 목요일): 빛의 예복과 새 마음 PACOMIO 2026.08.19 155
»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참된 목자의 자비 PACOMIO 2026.08.18 136
98 연중 제20주간 화요일: 비움으로 얻는 참된 생명 PACOMIO 2026.08.17 137
97 연중 제20주간 월요일: 내려놓아야 채워집니다 PACOMIO 2026.08.16 121
96 연중 제20주일: 만민을 품은 식탁 PACOMIO 2026.08.15 114
95 성모 승천 대축일: 확실한 희망과 위안의 보증 PACOMIO 2026.08.14 126
94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영원한 혼인 계약 PACOMIO 2026.08.13 130
93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용서를 기억하는 마음 PACOMIO 2026.08.12 135
92 연중 제19주간 수요일: 영원한 십자가 인장과 일치의 현존 PACOMIO 2026.08.11 129
91 성녀 클라라 동정 기념일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말씀이 소화될 때 찾아오는 내적 자유 PACOMIO 2026.08.10 130
90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참된 보화와 기쁜 봉헌 PACOMIO 2026.08.09 115
89 연중 제19주일: 침묵 속의 현존과 풍랑 속의 신뢰 PACOMIO 2026.08.08 138
88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연중 제18주간 토요일): 믿음으로 사는 의인 PACOMIO 2026.08.07 132
87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니네베의 파멸에서 십자가의 영광까지 PACOMIO 2026.08.06 134
86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높은 산의 빛과 십자가의 영광 PACOMIO 2026.08.06 146
85 연중 제18주간 수요일: 부스러기 은총에 담긴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 PACOMIO 2026.08.04 150
84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상처를 낫게 하는 깨끗한 마음 PACOMIO 2026.08.03 148
83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거센 풍랑 속에서도 시선을 주님께 PACOMIO 2026.08.02 158
82 연중 제18주일: 영원한 계약과 생명의 식탁 PACOMIO 2026.08.01 15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