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간 수요일
1독서: 에제 34,1-11 <나는 내 양 떼를 그들의 입에서 구해 내어 다시는 그들의 먹이가 되지 않게 하겠다.>
복음: 마태 20,1-16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제목: 참된 목자의 자비
1. 흩어진 양 떼를 친히 찾아오시는 참목자
양을 돌보기는커녕 제 잇속만 챙기던 못된 목자들 때문에 양 떼는 길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에제키엘 예언서는 힘없고 병든 양을 외면한 채 착취만 일삼던 지도자들을 매섭게 꾸짖습니다.
“너희는 약한 양들에게 원기를 북돋아 주지 않고 아픈 양을 고쳐 주지 않았으며, 부러진 양을 싸매 주지 않고 흩어진 양을 도로 데려오지도, 잃어버린 양을 찾아오지도 않았다.”(에제 34,4)
결국 하느님께서는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에제 34,11) 하시며, 친히 우리 곁으로 오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 구원의 약속은 양들을 위해 당신 목숨까지 내어놓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교회의 수도 전통에서도 이 에제키엘서 말씀은 공동체를 이끄는 장상들의 양심을 깨우치는 엄격한 거울이었습니다. 장상 자신이 겉으로는 계명을 잘 지키며 거룩하게 살더라도, 정작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수도 형제들이 아파할 때 ‘내가 다른 사람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나? 내 영혼만 구원받으면 그만이지’라며 방관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엄히 경고한 것입니다. 참된 목자는 상처 입은 이를 결코 외면하지 않습니다.
2. 세상의 셈법을 훌쩍 뛰어넘는 너그러운 사랑
이러한 참목자의 마음은 포도밭 일꾼의 비유에서 더 환하게 빛납니다. 온종일 장터에서 서성이며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속을 태우던 품꾼들의 마음은 얼마나 막막했겠습니까.
포도밭 주인은 이른 아침부터 해 질 무렵인 오후 다섯 시까지 장터로 나갑니다. 일손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빈손으로 돌아가면 굶어야 할 일꾼과 그 딸린 식구들의 저녁거리가 눈에 밟혔기 때문입니다. 주인의 시선은 일의 능률이 아니라, 사람의 고단한 숨결에 닿아 있었습니다.
날이 저물자 주인은 겨우 한 시간 일한 마지막 사람에게도 온전한 하루 품삯인 한 데나리온을 쥐여줍니다. 일한 시간만큼만 따지는 세상의 팍팍한 셈법을 뒤흔들고, 오직 거저 베푸시는 은총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마태 20,16) 하신 말씀은,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이들을 먼저 끌어안으시는 하느님의 깊은 자비입니다.
3. 우리 일상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손길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 하신 하느님의 다짐은, 장터 한구석에 서 있던 일꾼에게 넉넉한 품삯을 건네는 포도밭 주인의 따뜻한 손길로 이어집니다.
주님의 이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그저 귀로 듣고 고개만 끄덕이는 데서 멈추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속한 본당과 가정 안에서, 외롭고 힘겨워하는 이웃의 손을 먼저 잡아주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꽃피워야 합니다.
‘누가 더 많이 일했나, 누가 더 앞섰나’ 견주고 시기하는 세상의 잣대는 이제 내려놓읍시다. 언제나 우리 부족함을 말없이 채워주시는 주님의 자비를 굳게 믿으며, 우리 또한 삶의 자리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참된 목자의 벗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