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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1.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                                                                   사도4,1-12 요한21,1-14


                                                                  삶의 의미, 삶의 중심

                                                                   -부활하신 예수님-


4월 첫날,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 오늘의 매일미사 말씀이 참 풍요롭습니다. 오늘 복음과 비슷한 일화가 루카복음(5,1-11)에는 예수님의 갈릴래아 활동 초기에 나오지만 요한복음에는 부활하신 주님 이후의 일화로 바뀌어 그 의미가 한층 풍부해졌습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시자 옛 일터인 티베리아 호수의 어부들로 되돌아간 베드로를 비롯한 여섯 제자들입니다. 그 마음들은 얼마나 허전하고 공허했겠는지요. 바로 다음 복음의 전반부 내용이 이런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시몬 베드로가 그들에게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하고 말하자,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소.”하였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요한21,3).-


수제자 베드로의 리더십이 한 눈에 들어오지만 모두가 자포자기의 모습입니다. 완전히 삶의 의미를, 삶의 중심을 잃은 모습입니다. 정말 예수님을 만나기전 무의미한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입니다. ‘그날 밤에는 아무 것도 잡지 못하였다.’ 마치 주님이 빠진 허무한 인생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문득 생각난, 주일미사후 낮기도 대용으로 바치는 시편127장 전반부 말씀입니다. 시편의 소제목은 ‘주님이 없이는 헛수고’입니다.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 주시면/그 짓는 자들 수고가 헛되리로다.

 주께서 도성을 아니 지켜 두시면/그 지키는 자들 파수가 헛되리로다.


 이른 새벽 일어나 늦게 자리에 드는 것도/수고의 빵을 먹는 것도 헛되리니,

 주님은 사랑하시는 자에게, 그 잘 때에 은혜를 베푸심이로다(시편127,1-2).-


아마 ‘그날 밤 아무 것도 잡지 못한’ 복음의 제자들의 이런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간혹 주변에서 주님 없이 헛수고의 삶을 살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사람들을 대할 때 느끼는 감정도 이러합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님 없이 헛수고의 삶을 살아갑니다. 오늘도 삶의 허무와 병고에 헛되이 밤을 지새운 사람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새삼 삶의 의미, 삶의 중심에 대한 궁극적 질문을 하게 됩니다. 답은 자명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허무의 어둠을 환히 밝히는 우리 삶의 의미이자 삶의 중심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빠져버리면 허무와 무의미의 어둠 속에 함몰입니다. 오늘 말씀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빼버리면, 우리 삶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빼버리면 남는 것은 완전 무의 어둠일 것입니다. 


바로 우리 요셉 수도원의 십자로 중심 부분에 자리잡고 있는 '예수님 부활상'이 우리 삶의 의미와 중심은 부활하신 주님이심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하여 저는 간혹 예수님 부활상 옆을 지날 때 잠시 멈추어 거수 경례를 하며 경의를 표하곤 합니다. 이어지는 복음의 묘사도 상징성이 풍부하고 아름답습니다.


-어느 덧 아침이 될 무렵, 예수님께서는 물가에 서 게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을 알지 못하였다(요한21,4).-


동터오는 아침, 태양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상징합니다. 얼마나 제자들을 사랑하신 예수님이신지 아마 밤새 제자들의 헛된 고기잡이 현실을 속속들이 꿰뚫어 보고 계셨던 듯 합니다. 절망의 바로 그 자리,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신 떠오르는 희망의 태양, 부활하신 예수님께 눈길을 향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이어 부활하신 예수님의 본격적 개입니다.


“주님이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 본 애제자의 외침에 옷을 벗고 있던 수제자 베드로는 겉옷을 두른 채 호수로 뛰어 듭니다. 참 긴박하고 역동적인 장면입니다. 153마리의 엄청난 고기를 길어올린 그물이 상징하는 바, 주님과 함께 할 때의 의미 충만한, 풍요로운 내적 삶입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복음의 제자들은 물론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삶의 의미를 가득 담아 올린 우리 모두를 향한 부활하신 주님의 초대 말씀입니다. 이렇게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 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복된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런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의 눈부신 활약상이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을 통해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생명과 빛, 희망이 가득한 역동적 장면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완전히 사도들의 삶의 중심에 삶의 의미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도들의 적극적 공세 앞에 유다 기득권층의 수세적인 모습이 참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다음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한, 성령으로 가득 찬, 베드로의 고백이 사도행전 1독서의 절정을 이룹니다. 


“이 예수님께서는 ‘너희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이십니다.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한 우리의 고백으로 삼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며칠전 성전 문 옆에서 자선을 청하던 불구자를 일으켜 세울 때의 베드로의 선언과 쌍벽을 이루는 말씀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과 하느님과의 만남은 별개의 체험이 아닙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의미 충만한 4월의 부활시기를 살게 하실 것입니다.


“주님은 좋으신 분, 찬송하여라.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시편118,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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