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7.사순 제5주간 목요일                                                                  창세17,3-9 요한8.51-59

 

 

 

예수님은 누구인가?

-아브라함 전부터 계신 “늘봄”같은 예수님-

 

 

 

예수님은 누구인가?

우리의 평생 화두와 같은 물음입니다. 요즘 계속되는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신원에 관한 내용들입니다. 적대적인 유다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는 예수님의 신원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지킬 때 우리는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죽음을 넘어 영원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후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의 삶이 그대로 그 좋은 증거가 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 못한 유다인들에 대해 예수님은 거듭 아버지와의 유일무이한 관계를 밝히십니다.

 

“나를 영광스럽게 하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분을 알고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 너희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날을 보고 기뻐하였다.”

 

시공을 초월하여 아버지와 깊은 친교는 물론 아브라함과의 관계도 언급하십니다. 새삼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 할 일은 그분의 말씀을 지키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의 아브라함이 내다 본 기쁨과 희망이 예수님에게 완전히 실현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에서는 하느님과 아브라함의 친밀한 관계가 잘 드러납니다. 늘 하느님과 기도의 소통중에 살았던 아브라함이었습니다. 오늘 아브라함은 나이 아흔아홉 살이 되었을 때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바로 오늘 독서 앞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나는 전능한 하느님이시다. 너는 내 앞에서 살아가며 흠 없는 이가 되어라. 나는 나와 너 사이에 계약을 세우고,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겠다.”

 

‘하느님 앞에서 살아가며 흠 없는 이가 되는 일’ 역시 우리의 일임을 깨닫습니다. 아브람이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리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며 계약을 맺으십니다.

 

“나를 보아라. 너와 맺은 계약은 이것이다. 너는 많은 민족들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너는 더 이상 아브람이라 불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너의 이름은 아브라함이다. 내가 너를 많은 민족들의 아버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아브라함과 계약을 통한 약속이 오늘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서 결정적으로 실현되었음을 봅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예수님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 닿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다음 유다인들과의 문답에서 예수님의 신원이 다시 결정적으로 드러납니다.

 

“당신은 아직 쉰 살도 되지 않았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다는 말이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영어로 하면 예수님이 신원을 단박 알아챌 수 있습니다. “Before Abraham came to be, I AM”, 바로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하느님과 같은 신적 존재 하느님의 이름 “나는 있다(I AM)”를 지닌 분이 예수님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성자 예수님께서 창조 이전부터 존재하심을 드러내는 말씀으로 그리스도의 신적 선재先在가 시사된 셈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시간의 지배속에 두지 않고 하느님의 영원, 곧 영원한 현재 속에 두고 표현합니다. 현재에서 영원을 사신 예수님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은 시공을 초월하여 맨처음부터 지금까지 꿰뚫어 바라보고 계신 ‘영원한 현재’의 하느님 같는 분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유다인들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이라 하며 예수님께 돌을 던지려 하였고 예수님은 성전 밖으로 피신합니다.

 

대부분 학자들은 이런 예수님의 신적 신원이 부활후에야 이뤄진 일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은 당시 요한 교회 공동체의 믿음을, 즉 하느님과 같은 신적 존재인 파스카 예수님의 신원을 반영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유다 회당으로부터 쫓겨난 예수님의 제자들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믿고 따르는 파스카의 예수님은 아브라함 이전에 선재했던 하느님과 같은 하느님 이름, “나는 있다(I AM)” 같은 분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태복음 마지막 주님의 말씀도 이를 분명히 합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And behold, I AM with you always, untill the end of the age).”(마태28,20ㄴ)

 

늘 하느님의 현존으로 우리와 함께, 우리를 위해 계시겠다는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이런 파스카 예수님과의 관계가 우리의 영성생활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아브라함과 하느님과의 한없는 깊이의 사랑과 신뢰의 관계, 예수님과 하느님 아버지와의 한없는 깊이와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우리는 파스카 예수님과의 관계를 통해 성취하게 됩니다.

 

며칠 전 주문했던 새책을 받고 참 행복했습니다. 새책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행복감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이렇게 설레는 기쁨으로 새날을 선물받는 행복한 느낌이라면, 심지어 죽음의 날도 새날을 선물받는 행복한 느낌이라면, 또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도 새사람의 선물같은 느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묵상을 했습니다. 바로 파스카의 예수님과 늘 함께 일치의 삶을 살 때 가능한 일이 겠습니다. 

 

저는 요즘 이런 분들을 만났습니다. 나이에 관계 없이 영원한 젊음을, 영원한 현재를 사는 분들입니다. 바로 86세 고령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그런 분이고, 83세 고령에도 왕성한 활동에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책을 출간하신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노트커 볼프 아빠스님이 그런 분이고, 또 78세 고령에 수술후의 불편한 몸에도 왕성한 활동에 “꽃 잎 한 장처럼” 신간을 출간한 이해인 수녀님이 그런 분입니다. 참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부단히 분발케 하는 하느님의 사람들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책 서두 한 장에 씌어 있던 문구도 선명히 기억합니다.

“오늘을 처음인 듯, 마지막인 듯 살아가는 간절한 마음이 갈수록 더 필요하다.”

유명한 나태주 풀꽃 시인의 추천의 글도 좋았습니다. 더불어 얼마전 읽은 나태주 시인의 “그저 봄”이란 짧은 시도 생각납니다.

 

“만지지 마세요.

바라보기만 하세요.

그저 봄입니다.”

 

봄꽃들 만개한 파스카의 봄입니다. 계절의 “봄”이요 눈으로 가만히 응시하는 “봄”입니다. 봄의 봄입니다. 고故 문익환 선생의 호는 “늦봄”이었는데 예수님의 호는 “늘봄”으로 정해 드리고 싶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루하루 날마다 파스카의 봄을 봄으로 하루하루 “늘봄”의 행복한 새날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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