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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6.2. 연중 제9주간 화요일                                                                                                                     토빗2,9ㄴ-14 마르12,13-17


                                                                                                      하느님 중심의 삶


몇가지 예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1.어느 코미디언이자 방송작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청보리가 너무 예쁜 거 있죠. 바람이 없을 때는 보리가 미워요. 뻣뻣하고, 그런데 바람이 불어 보리가 흔들리면 그 모습이 너무 예뻐요, 바람에 누웠다가 일어나고, 누웠다 일아나고. 갈새, 억새, 청보리 이런 것들이 다 그렇죠. 자기 스스로 자기를 자꾸 일으키는 것, 그것이 중요하죠. 저는 지금 내 인생을 '매니지'하는 과정을 즐기는 거예요. 좌절조차 경험이거든요.“


2.어느 자매의 고백입니다.

"하느님은 내 '내 삶의 내비게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전원을 끄면 기능을 못하지만, 하느님은 내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세요. 하느님 뜻대로 살지 않으면 경로가 취소되었다며, 다시 방향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살면서 매 순간이 영혼의 교차로 같아요. 거기서 한 번 길을 잃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분이 다시 다시 새 길을 알려주실 거라고 믿어요.“


3.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온, 전세계를 누비며 봉사활동의 일을 하는 어느 형제가 자기 어머니에게 한 말입니다.

“도시는 그래도 괜찮아요.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졌을 뿐이에요. 그래서 더 가난한 사람들이 그냥 가난해지게 하는 게 유엔이나 우리의 활동 목적 같아요. 엄마, 그래도 한국사람들보다 그 사람들이 훨씬 행복하답니다. 걱정 놓으셔요.” 

한국 사람들보다 네팔 사람들이 훨씬 더 행복하다니요. 이 또한 화두같은 말입니다.


4.힘겹게 살아가는 어느 분의 고백입니다.

"모두가 다 나름의 이유로, 산다는 것 그 자체로 힘들다. 아이는 아이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나이가 들어도 이유가 달라질 뿐, 매일이 벅 찬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꿋꿋이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숨이 차 헉헉댄다.“


요즘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마디로 '희망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삶이 위태로워보이고, 두려움과 불안의 그늘이 얼굴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삶의 중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심이 있어도 세상 우상들이 중심이 될 때는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 하느님 중심을 잡는 일이 살 길입니다. 하느님이 말 그대로 중심이, 희망이, 기쁨이 되어야 살 수 있는 광야 세상이 되었습니다. 돈 중심의 삶에서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상황 역시 한없이 위태로워보입니다. 마치 외줄을 타는 듯 사면초가의 위태한 삶입니다. 이분법적 도식의 답을 묻는 질문에 도피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세금을 내면 민족반역자요, 세금을 내지 않으면 로마제국의 국사범으로 몰릴 터이니 말 그대로 진퇴양난입니다. 예수님의 답변이 하느님 중심의 삶에서 나온 천상지혜입니다. 예수님은 황제의 초상과 글자가 새겨진 데나리온 한 닢을 들고 대답합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이 진리를 묵상한 후 세금납부는 각자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단 하나 필수적으로 참고할 것은 세상 모두가 하느님의 것이란 사실을 알라는 것입니다. 황제의 것, 하느님의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황제도, 황제의 것도 결국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코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전체를 조망하고 지혜롭게 분별하라는 것이며, 세금 내고 안 내고는 본인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답은 나와 있는 것입니다. 이런 통찰의 지혜는 철두철미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 때 하느님 친히 주시는 선물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의 모델이 오늘 1독서 토빗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그 아내의 항의가 바로 세인들의 견해를 대변합니다.


"당신의 그 자선들로 얻은 게 뭐죠? 당신의 선행들로 얻은 게 뭐죠? 그것으로 당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다들 알고 있어요.“


누가 뭐래든, 꿋꿋이 하느님의 일에 항구했던 순수한 믿음, 순수한 사랑의 토빗이야 말로 하느님의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 '의로운 마음 굳게 주님을 신뢰하네.'는 그대로 예수님과 토빗에 대한 묘사입니다. 


더불어 떠오르는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옛 고사성어입니다. 얼마전 출간된 고 노무현 대통령의 평전 이름도 이를 본따 '바보, 산을 옮기다'입니다. 어느 분의 지혜로운 조언도 생각납니다.


"세월을 태엽 감듯, 빨리빨리 감을 수도 없는 거고요. 스스로 조급함을 없애는 수밖에 없죠. 한 걸음 한 걸음, 자기 스텝에 자기 발이 꼬이지 않게 나가는 것이 중요하죠.“


바로 우보천리牛步千里,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지혜를 말합니다. 한자의 소 '우牛'자와 어리석을 '우愚자'의 비교가 재미있습니다. 한결같이 하느님 중심의 삶에 철저했던 우보천리, 우공이산의 사람, 예수님이자 토빗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은총과 힘을 주십니다. 


"주님, 저희를 거룩하게 하시어, 저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루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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