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3.27.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예레20,10-13 요한10,31-42


                                                                          예수님을 등에 업고 2000리를 걸어간 사나이

                                                                                          -주님과의 우정-


오늘 강론 제목은 특이합니다. 바로 내 안식년 중 산티아고 순례를 요약하는 제목입니다. 사실 내 1년여의 안식년의 첫자리는 '예수님과의 우정'이였고 하루도 빠짐없이 강론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으며 매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중에도 예외없이 배낭에 미사도구를 넣어가지고 걸으며 매일미사에다 강론은 아이패드를 이용해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우리 가톨릭교회 성인들의 우선적 특징은 '예수님과의 우정'입니다. 이 예수님과의 우정의 깊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예수님과의 우정은 바로 하느님과의 우정에 직결되며 소통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우정은 소통입니다. 우정과 소통은 함께 갑니다. 오늘날을 한마디로 '소통의 시대'라 정의할만 합니다. 


바로 카톡이 소통의 대표적 예입니다. 어제는 수도원 십자로의 일출(日出)에 빛나는 예수부활상이 너무 아름답고 황홀해 마침 길을 지나던 문도미니코 수사에게 청해서 그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지인들에게 '아침선물'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형님! 동생 같아요. 예수님과... 흰색 옷 형님, 검은 색 옷 동생, 두 분 사이 좋은 날 되셔요!“

허 엘리야 수녀의 화답에 마음이 환해 지는 듯 했습니다.


"마치 쌍둥이 형제처럼 주님과 같이 계시니 더욱 감동과 영광입니다.“

고광철 안젤로 형제의 화답입니다.


"진정 최고의 선물입니다. 하느님의 빛! 신부님이 사랑 담아 전해 주시는 최고의 정성들 모두모두요! 신부님 짱입니다. 고요한 전경 중에도 활기 가득한 기운이 퍼집니다.“

최태이 글라라 자매의 진정성 넘치는 화답입니다,


"애들 등교 준비시키느라 너무 바쁜 아침이었는데,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동은 아네스 조카의 감사의 화답입니다.


이런 '무상(無償)의 선물', '무사(無私)한 선물'은 그대로 나를 통한 하느님의 선물이요 선물하는 나나 선물받는 이들이나 모두 순수한 기쁨을 체험하니 말 그대로 '나눔의 기쁨'입니다. 참 역설적이게도 소통의 시대이지만 불통의 시대가 오늘의 현실입니다. 무지, 편견, 불신으로 인한 불통의 골은 얼마나 깊은 사회 인지요. 이런 사회일수록 비상구, 탈출구와도 같은 하느님과의 소통, 예수님과의 소통은 필수입니다. 어제 받은 김세실리아 자매의 카톡내용도 잊지 못합니다.


"신부님, 저 어제 슬픈 소식 하나 들었어요. 광화문에서 근무한 언니 부군이 딸의 결혼식을 한달여 앞두고 교통사고로 이별도 못한채 하늘나라로 가셨대요. 20일이 되었는데 주변에 알리기도 싫다네요. 기도부탁합니다. 집도 팔았고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안온대요. 때때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합니다.“


얼마나 큰 비극인지요. 주님과의 우정이 완충역할을, 비상구나 탈출구 역할을 해준다면 상처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할 수 있겠지만, 약한 믿음이라면 이것은 '마음의 중상(重傷)'입니다. 몸은 멀쩡해도 심한 충격으로 인한 마음의 중상, 내상(內傷)은 실로 심각합니다. 바로 세월호 희생자들의 가족이 이러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독서에서의 예레미야 예언자의 처지에 대한 이해가 확연해 집니다. 두 분 모두 이웃과는 불통이지만, 하느님과는 깊은 소통의 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힘센 용사처럼 제 곁에 계시니, 저를 박해하는 자들이 비틀거리고 우세하지 못하리이다. 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는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다.“


절체절명,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하느님의 비상구를 통해 탈출에 성공한 예레미아 예언자의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고백입니다. 하느님 탈출구를 통한 구원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평소 주님과 소통의 우정을 깊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첩경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유다인들의 불통의 관계가 참 답답합니다. 


"좋은 일을 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을 모독하였기 때문에 당신에게 돌을 던지려는 것이오.“


신심 깊은 유다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가지만 예수님께 대한 무지와 편견이 벽처럼 느껴집니다. 이후의 전개되는 내용도 완전히 우이독경, 소귀에 경읽기로 완전 불통입니다. 얼마전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만났을 때 격론중 마지막 일화가 생각이 납니다. 문 대표가 "소득이 없다.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하자 홍 지사도 "저도 마찬가지"라고 받아쳤다는 일화입니다. 


마치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유다인들의 대화가 그러합니다. 이런 불통의 와중에서 하느님과 깊은 소통의 관계가 예수님을 구원했음을 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아버지께서 거룩하게 하시어 이 세상에 보내신 나'로 규정함으로 하느님과의 깊은 관계를 보여줍니다.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유다인들에게 말씀은 하셨어도 마치 답답하기가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았을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깊고 원활한 소통이 예수님께는 유일한 탈출구였음을 깨닫습니다. 옛 성경이야기가 아닙니다. 같은 하느님을 믿는 형제자매들이면서도 이슬람, 유다교, 개신교, 천주교 등 종교간의 갈등과 불통의 장벽은 때로 얼마나 높고 두터운지요. 


하느님과 깊고도 내밀(內密)한 소통으로 너그럽고 자비로운 하느님을 닮아갈 때 이웃 종교간의 '불통의 벽'은 서서히 '소통의 문'으로 변하리라 믿습니다. 얼마 전 읽은 함세웅 신부의 글 중 다음 대목도 나에겐 깨달음이었습니다.


"영적식별 기준으로 겸손을 제시했는데 참된 식별 기준은 오히려 인간적 상식이어야 합니다. 상식이 진리의 토대이고 인간이 바로 하느님의 모상이며, 하느님의 영광이기 때문입니다.“


상식과 양식의 소통에 기반할 때 '참된 영성'이요, 이것이 아니라면 십중팔구 사상누각(모래위의 집)의 '거짓 영성'일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과의 우정을 깊게 하시며 이웃과의 소통도 원활하게 해 주십니다. 아멘.


  • ?
    부자아빠 2015.03.27 05:54
    아멘! 신부님 말씀 기억하며 오늘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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