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14. 금요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1894-1941) 순교자 기념일

                                                                                                                                              여호수아24,1-13 마태19,3-12


                                                                                   함께 사는 일


아마 일중에 가장 힘든 일이 ‘함께 사는 일’일 것입니다. 세상에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부부가정공동체든 수도가정공동체든, 그냥 친지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든, 뜻이 맞아 함께 사는 공동체든 어디나 문제는 함께 사는 일입니다. 제가 강론중 나눴던 몇가지 말들이 생각납니다.


“혼인부부자격시험이, 부모자격시험이 있었으면 좋겠다. 자격미달로 혼인후, 자녀를 가진후 얼마나 많은 일이 발생하는가?”


답답해 한 말이지만 불가능한 시험일 것입니다. 사실 자격을 갖춰 혼인하기로 하면, 자녀를 갖기로 하면 혼인하여 부부가 될 사람은, 자녀를 가져 부모가 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평생 끊임없이 배워 공부해야 하는 부부관계,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수도생활은 함께 사는 일이고 수도생활의 어려움 역시 함께 사는 일이다. 함께 사는 일이 도닦는 일이다.”


수도공동체나 혼인부부공동체나 삶의 원리는 똑같습니다. 함께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힘든 수행입니다. 하여 함께 사는 일이 힘들어 많은 이들이 이혼하고 수도원을 떠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창세기의 예를 들면서 혼인불가해소성의 원리를 재삼 확인시킵니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모세는 사람의 마음이 완악하여 불륜의 경우는 이혼을 허락하지만 이것은 특별한 경우이고 이혼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날로 늘어나는 이혼에 결손가정의 아이들입니다.


혼인이 그렇게 힘들어서야 그럴바엔 혼인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하고 묻는 제자들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사실 교회 혼인법을 보면 얼마나 복잡하고 조항이 많은지 혼인할 생각도 사라질 것입니다. 교회 혼인법만 그런게 아니라 수도회법 역시 그렇습니다. 공동생활이 참으로 간단치 않다는 증거입니다. 혼인생활도, 수도생활도 모험이요 기적이자 모두 살아있는 순교의 삶입니다. 예수님의 답변을 통해 독신의 삶 역시 성소임이 드러납니다.


“모든 사람이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락된 이들만 받아들일 수 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받아들여라.”


허락된 이들, 즉 하늘 나라를 위하여 불림 받은 이들만이 독신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도공동체에 몸담고 있진 않아도 교회 안에는 하느님을 위해 동정으로 사는 독신성소자들은 예나 이제나 언제나 있어 왔고 교회 역시 이들을 인정했습니다. 함께 사는 일에 왕도는, 정답은, 지름길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배우며 노력하며 사는 길뿐입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재미있는 예화가 있습니다.


‘10대 부부는 신나게 살고, 20대 부부는 꿈속에서 살고, 30대 부부는 사랑하며 살고, 40대 부부는 싸우며 살고, 50대 부부는 미워하며 살고, 60대 부부는 불쌍해서 살고, 70대 부부는 고마워서 산다.’


바로 이것이 사람 관계입니다. 연정, 애정에서 우정으로 승화되는 사랑의 기나긴 성장 과정을 보여줍니다. 수도공동체의 원리도 똑같습니다. 끝까지 견디는 자가 구원을 받습니다. 도중에 포기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사랑을 배우며 겸손한 마음으로 정진하라는 교훈을 줍니다. 바로 여기서 하느님 중심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마음이 좋아서, 성격이 같아서, 취미나 성향이 같아서 일치가 아니라, 바라보는 하느님 중심의 방향이 같아서 다양성의 일치입니다. 각자 삶의 자리로 불러주신 주님을 시종일관, 한결같이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님과 끊임없는 소통의 기도로 주님과 우정의 사랑을 깊이 하는 것입니다. 


이를 일컬어 하느님의 일이라 합니다. '하느님의 일'인 기도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함께 사는 일'도 수월해지면 '소임상의 일' 역시 수월해 집니다. 교육의 목적은 ‘함께 사는 일’과 ‘제 앞가림 하는 일’의 습득에 있다 하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일'입니다. 개인기도보다 더 중요한게 함께 하는 공동전례기도입니다. 미사와 시편성무일도의 공동전례가 영적 주식이라면 나머지의 신심활동은 간식에 속합니다. 


바로 오늘 여호수아서가 이런 진리를 확인시켜 줍니다. 참 빠르게 진행되는 제1독서입니다. 오늘 여호수아서 24장에 앞선 23장은 여호수아의 죽음을 앞둔 ‘유언’이고 오늘 24장 독서는 스켐회의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이 본문은 정기적으로 행하던 전례를 소개하여 역사의식을 일깨우고 백성들을 싸우도록 북돋우기 위해 쓰여진 글입니다. 전례거행을 통해 투쟁과 승리의 역사를 기억하여 현재화하는 일은 공동체 삶에 결정적 중요성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마치 우리가 매일미사를 통해 파스카의 승리의 삶을 경축하며 성경독서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오늘 여호수아서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의 집회 전례중 독서에 해당됩니다.


수도공동체든, 가정공동체든, 독신으로 살아가는 이든, 교회 안에서 일치를 위해 공동전례, 특히 미사에 참여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세상에 하느님 중심의 일치의 삶에 미사보다 더 좋은 전례는 없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전례를 통해 공동체를 새롭게 일치시켜 주시고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려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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