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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6.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로마15,14-21 루카16,1-8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들


눈만 열리면 온통 스승입니다.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 배워야 할 대상입니다. 누구나 장단점을 공유하기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배울 것은 배우는 것이 겸손이자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사실 주변 형제자매들의 삶자체보다 더 좋은 스승도, 가르침도 없습니다.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들’, 어제 경향잡지 11월호 사도 법관이라 불리며 만인의 존경을 받았던 고 김홍섭(1915-1965) 판사에 관한 특집 기사를 보며 순간 떠오른 말마디였습니다.


-김홍섭 판사님을 떠올리면 어떤 모습이 가장 인상에 남으시지요?-

“매일 새벽미사를 다시셨어요. 날마다 미사를 드리시고 저녁시간이 되면 조배하러 나오시는 거예요. 초라한 옷을 입으시고 고무신을 신고 저녁에 조배하러 오셨어요. 하루도 안 빠지고, 우리 기억속에 그분은 성자였어요. 기도할 때면 항상 무릎을 꿇고 손은 합장하고 계셨어요. 늘 고개를 숙인채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런 자세로 기도하셨어요.”


-김홍섭 판사와의 마지막 만남은 언제였나요?-

“그런데 그분 유언이라는 것이 ‘우리 애들 신앙 잃지 않도록 돌봐 달라는’ 얘기였어요. 다른 것 없이, 마직막까지 자녀들 신앙 걱정하면서 가셨어요. 아버지 뜻대로 8남매 자녀들 모두 신앙인으로 잘 살고 있어요.”


-오늘날 더 그리운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신부님의 심정은 어떠신지요?-

“세월이 50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그 모습 그 얼굴이 그대로 떠올라요. 스물 다섯 살 젊은 사제를 40대 후반의 판사가 얼마나 깍듯하게 모셨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황홀하지요.”


광주대교구 이영수 은퇴신부와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보고 배웁니다. 이런 살아있는 성자의 삶자체보다 더 좋은 깨우침도 가르침도 없습니다.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분발케 하여 잘 살아 보겠다는 각오를 갖게 합니다. 대자 임기석 형제의 증언도 감동이었습니다.


“그분의 명함을 본 이는 드물 것입니다만 그분의 명함에는 金(姓) 洪燮(名) 석 자밖에 없었고, 왜 직함을 넣지 않으시냐고 했더니 ‘사람이 인사하는데 이름 석자면 됐지 무슨 다른 수식어가 필요있느냐?’하셨습니다. 가슴을 치는 말씀이었습니다. 세상의 명예와 이욕은 그분에게는 과연 뜬구름과 같았습니다.”


1915년에 태어나셔서 1965년 만 50세에 돌아가셨는데 이런 경지에 이르신 분이었습니다. 이분보다 무려 11년을 더 살고 있는 제 자신을 뒤돌아 보며 많이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새삼 ‘얼마나’ 많이가 아닌 ‘어떻게’ 잘 살아야 하나, 삶의 질을 생각하게 됩니다. 


스승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를 부끄럽게 하며 깨우침을 주는 이들 모두가 스승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의 칭찬을 받는 불의한 집사도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루카16,8)


불의한 집사의 가치관이 아니라 위기에 처했을 때 미래를 위해 기민하게 처신하며 준비하는 삶의 자세가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이란 말이 있습니다. 영적 삶을 추구하는 빛의 자녀들일수록 현실감각을 지니고 오늘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함을 배웁니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살 것이지 무리하여 빚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지체없는 회개로 늘 새롭게 시작하는 삶이요,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둔 삶입니다. 일일일생, 평생 삶을 하루로 압축했을 때 어느 시점에 와 있는지, 또 인생사계, 평생 삶을 사계절로 압축했을 때 어느 계절에 와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유익합니다.


오늘 제1독서 로마서의 바오로 사도도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복음의 불의한 집사처럼, 참으로 기민하게 최선을 다해 미래를 내다보면서 영적 삶을 사셨던 바오로 사도였습니다. 고 김홍섭 판사의 세례명도 바오로였고, 100% 삶을 사셨던 바오로 사도처럼 김홍섭 판사도 그렇게 사셨습니다. 과연 우리는 몇%의 삶을 살고 있는지요?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사실 다른 민족들이 순종하게 하시려고 그리스도께서 나를 통하여 이룩하신 일 외에는, 내가 감히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특히 모든 업적을 그리스도께 돌리는 바오로 사도의 겸손이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바오로 사도의 모토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물론 고 김홍섭 판사의 겸손도 우리를 부끄럽게 하며 분발케 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겸손과 온유를 닮게 하십니다. 


“행복하옵니다, 당신 집에 사는 이들! 그들은 영원토록 당신을 찬양하리이다.”(시편84,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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